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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농사만큼은 잘 지었습니다!”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7> 홍동면 구정리 문형규, 정은락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5.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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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규, 정은락 부부의 소중한 가족들. 소영, 주원, 지영, 서원이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도시에서 직장인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며 정해진 퇴근 시간이 아닌 야근과 철야를 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살아가려니 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살아보지만 그렇게 큰 위안이 되지는 못한다. 아이가 한참 커가는 시간에 새벽에 출근해 야심한 밤에 퇴근하니 아이와 눈 맞출 시간도 없다. 그러다 어느 광고에서 봤듯 아버지한테 하는 인사말이 “또 오세요”라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셋째가 태어났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도시에서 사교육비가 감당되지 않는다. 아이들을 콘크리트가 아닌 땅에서 키우고 싶었다. 지금쯤 직업을 한 번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도를 펼치고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서울과 가까웠으면 좋겠고,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충청도를 찍었고, 그 중에서도 홍성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렇게 홍동으로 들어와 농업기술센터와 귀농지원센터 등을 찾아가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너무나 아무 준비 없이 온 것에 대해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 태어난 지 20일 된 아이를 안고 트럭에 몸을 실었다. 홍성살이 4년 만에 보석처럼 넷째가 태어났다. 작은 시골 마을에 아이들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것은 오래됐다. 그러나 이제 문형규(42), 정은락(38) 부부의 막내 서원이 덕에 ‘응에~’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진다.

“홍성에 오기 전에 귀농을 섣불리 준비했다가 어려운 일도 겪었고, 처음 1~2년은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와서 좋은 분들도 만나고 농사에 대해 많이 배웠다.” 2014년 농업기술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농사가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1년이 지나 독립을 했지만 농사가 돈이 안 되고 힘들다는 사실도 알았다. “초반에는 힘이 들어 도시로 돌아갈까 생각을 안 해봤던 것은 아니지만 내려오면서 회사 상무에게 절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이대로 다시 돌아가면 한마디로 쪽팔리는 일이다.”

자동차 정비 일을 20년 했던 문 씨는 농기계 다루는 일에 익숙하다. 농기계 자격증도 금방 땄고, 로우더도 큰 맘 먹고 장만했다. 주변 지인들이 필요로 할 때 직접 로타리를 쳐 준다. “이것도 관리가 중요하다. 거의 농부들이 한 철 지나면 창고에 처박아 두고 관리가 안 되는데 안정이 되면 적당한 공간을 마련해 농기계들을 마을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수리하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도 만들고 싶다.”

올해부터는 양파, 감자 등의 근채류와 양배추 등의 엽채류 같은 작물을 심을 계획이며 1500평의 논도 샀다. 지난 해 처음으로 수확의 재미도 봤고, 땀을 흘려 일한만큼 보상도 받았다. 농사를 지으면서 잡생각도 없어졌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농사의 기계화다. 농사를 지으니 애들하고 보낼 시간이 더 없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손을 덜 쓸 수 있는 기계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가족 농사만큼은 잘 지었다.”

부인 정 씨는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생각하면서 사람에 좀 덜 치이지 않을까 싶어 선택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모르고 오는 것 같다. 나도 처음 와서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라 아팠고 남편은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남편 친구가 많이 힘이 돼줬다. 서울에서 주말마다 와서 말동무와 술 동무가 돼주면서 지난해 12월 아예 내려왔다.”

살던 곳을 떠나 아무런 인맥이 없는 장소로 이주를 하고 직업을 바꿔 살아간다는 것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마냥 희망으로만 가득차지는 않다. 그래도 든든한 가족이 있고 한달음에 달려와 준 친구가 있어 오늘 흘린 땀이 헛되지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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