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을 전혀 섞지 않는 교수법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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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을 전혀 섞지 않는 교수법이 경쟁력
  • 취재=허성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5.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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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홍성 사람, 다문화 가족 만세 <4>

위즈덤영어학원 윤제다 원장과 제네비이브 씨
잠깐 수업이 빈 시간에 인터뷰에 응한 윤제다 원장(왼쪽)과 제네비이브 씨.

홍성읍 홍성초등학교 정문 주변은 학원이 밀집한 곳으로 홍성군에서는 비교적 뜨거운 교육열을 느낄 수 있는 동네다.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학원들로서 그 가운데 외국인이 운영하며 가르쳐 차별화된 곳이 위즈덤영어학원이다. 이 학원의 윤제다 원장과 제네비이브 강사는 필리핀 출신으로 모국에서 공용어로 쓰는 미국식 영어에 정통한 원어민이다. 두 사람 다 필리핀에서 대학을 나온 엘리트로서 결혼한 남편의 나라 한국에 와서 영어교육시장에 뛰어들었다.

윤제다 원장은 2014년 처음 홍성에 와서 영어학원에 강사로 취업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위즈덤영어학원을 인수했다. 윤 원장은 한국말을 할 줄 몰라 누구든지 영어로만 소통해야 한다. 오히려 그 점이 위즈덤영어학원의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한국말을 한 마디도 섞지 않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영어로 설명하고 반복해서 알아듣게끔 해야 하니 자연히 학습효과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더욱 안심하며 아이들을 맡긴다.

윤 원장은 2013년 한국에 처음 왔다. 필리핀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을 따라 서울에 왔으나 당시 불치병을 얻은 배우자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홀몸이 됐다. 필리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그녀는 모국어나 다름없는 영어로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서 그 다음해에 홍성으로 내려왔다. 홍성 O영어학원 강사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위즈덤영어학원의 경영자가 됐고, 그 사이 필리핀 출신 남성을 만나 재혼해서 아들을 하나 얻었다. 아직 2살에 불과한 아들은 필리핀에 보냈다. 남편은 변기 제조회사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등 두 부부가 맞벌이하느라 바빠 고국의 부모님께 당분간 양육을 부탁한 것이다.

“아들과 인터넷으로 채팅하며 매일 대화합니다.” 윤 원장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첫 남편에게서는 자녀를 얻지 못했지만 서울에 있는 시댁과 여전히 친밀하게 지낸다고 했다. 다만 불편한 점이 있다면 윤 원장과 재혼한 남편, 둘 다 외국인이어서 한국 영주권을 얻지 못해 2년마다 비자를 갱신해야만 한다. 

제네비이브 씨는 윤 원장이 지난해 위즈덤영어학원을 인수한 후 고용된 강사다. 그 전까지는 아이들을 개인 지도하는 형태로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같은 필리핀 출신이지만 두 사람은 원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제네비이브 씨를 직원 겸 강사로 채용하면서 한국말을 잘 할 줄 모르는 윤 원장으로서는 학원을 원활하게 경영할 수 있어서 날개를 단 셈이 됐다. 제네비이브 씨가 유창한 한국말로 학원을 찾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상대로 상담을 하며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이다. 제네비이브 씨는 한국생활 12년째인 다문화가족으로 남편이 홍성 출신이다.

“2007년 한국에 남편 하고 같이 왔어요. 신랑은 홍성군 은하면이 고향으로 먼저 한국사람과 결혼한 제 친구가 청주에 살면서 서로 알게 돼 저를 소개해 줬어요. 그 때 와이프가 없었던 남편이 친구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그 친구에게 부탁을 한 거예요.”

결국 제네비이브 씨는 그 친구의 소개로 필리핀에 날아온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남편을 따라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후에는 용인에서 2년간 살다가 홍성에 내려왔다. 용인에서 YMCA에 나가 한국말을 조금 배웠지만 아이를 갖고 난 후에는 TV드라마와 책을 보면서 거의 독학으로 터득했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말은 어려워요. 말하는 것보다 쓰기가 더 어렵습니다.”

아파트 건축 공사장에서 조경을 하는 남편은 영어에 능통한 편이고 시댁의 조카들도 영어를 잘 해 처음 적응하는 과정에서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조카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음식만 어려웠죠.”

제네비이브 씨는 민다나오 섬 다바오 출신인데 현재 집권하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같은 고향이다. 대학에서는 컴퓨터를 전공했다. 8살 쌍둥이 딸이 바로 학원 앞 홍성초등학교에 올해 입학했고, 6살 아들은 유치원에 다닌다. 윤제다 원장과 제네비이브 씨, 두 사람 다 홍성에서의 삶에 대해 대만족했다. 우선 서울보다 공기가 좋고 교통체증이 없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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