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아닌 다른 것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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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아닌 다른 것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6.0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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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9> 홍동면 구정리 이지운
홍동면 구정리에서 ㈜도기플래닛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운 대표.

작은 시골 마을에 정착해 농사짓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해서 먹고 산다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읍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창업을 해도 되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시골에서 아이템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로 오고 있는 도시인들이 있다. 지난 2016년에 홍동면으로 귀촌한 이지운, 이지영 부부는 반려동물문화공간 리조트인 ㈜도기플래닛을 오픈하고 시골에 정착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장 큰 고민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여행을 가면서 반려동물을 어딘가 맡겨 놓고 가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고, 데리고 가자니 선뜻 반기는 곳도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에게는 최고의 휴양지인 도기플래닛은 강아지가 수영할 수 있는 수영장,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 반려견 전용 세면대와 드라이기 등이 갖춰져 있다. 펜션을 운영하기 전에는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이지운 대표도 시골 마을에 정착하면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먼저 장모님이 이곳으로 귀촌을 하셨고, 조금씩 근처에 땅을 구입했다. 회사를 다니며 1년을 고민하다가 반려견 펜션을 내기로 결심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내 생활이 없고 몸이 힘들어졌다. 한동안은 허리가 아파 의자에서 겨우 잠을 자기도 했다. 결국 아내 이지영 씨와 상의 끝에 귀촌을 결심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예측 가능한 생활을 하다가 자영업을 처음 시작하니 예측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몸을 써서 움직이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가 여기서는 오로지 몸을 써야 하니 그것에 익숙해지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손님이 가고 난 후 방 청소와 세탁, 마당 안팎 정리까지 펜션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육체적 피로감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익숙해지지만 정신적 피로감은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익명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사실에 놀랐다. 또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놀랐다.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지난해 1100여 명의 반려견 가족들이 왔다갔다. SNS를 통해 방문했던 사람들의 후기가 입소문을 타며 반려견 가족들이 꾸준하게 찾고 있다. “나도 처음에는 시골에서 이것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 지금도 재미있는 것으로 먹고 살자는 것이 아내와 나의 모토다.”
물론 힘들었던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살면서 내 시간을 오로지 나를 위해 쓸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부부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일이다.”

올해는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정원을 정원답게 가꿀 계획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집 안만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외부 조경디자인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야가 확장된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부부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이 대표는 오롯이 나를 위한 일을 찾아볼 생각이고, 아내 이지영 씨는 홍성 내에서 이것저것을 찾아다니며 무언가를 배울 생각이다.

“먹고 사는 일만 해결되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이 대표의 바람이 작은 질문 하나를 던진다. 가장 최소한의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만 된다면 단 한번뿐인 인생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로 가득 채우며 살아가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소망일 것이다. 소망은 이루기 위해 있는 것이고,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용기 있게 시골로 내려오는 도시인들을 열린 마음으로 환영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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