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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고 당한 환자에게 나타난 천사다문화가족 만세<6>
금마면 인산리 김선옥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6.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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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마면 인산리 자택 앞에서 마냥 행복한 김선옥·최상부 씨 부부

2008년 홍성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던 최상부(53) 씨는 고압선에 감전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고압선에 접촉된 신체의 일부만 훼손된 채 생명은 건졌다. 오른쪽 손가락의 살이 심하게 타버렸는데 곧장 서울 한강섬심병원으로 이송된 최 씨는 1년 동안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부위의 살을 이식해 손가락의 원형을 겨우 살렸을 뿐 오른손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됐다. 원치 않는 장애인 신세를 한탄하며 병실에 누워 있던 그에게 천사가 나타났다. 매우 아리따운 한 여인이 아직도 40대 노총각이었던 그의 병실을 찾아와 극진히 간병하면서 구혼까지 했던 것이다. 그 천사의 이름은 김선옥(48) 씨, 지금 금마면 인산리에서 최 씨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2002년 한국에 연수생으로 왔지요. 당시 연수생은 불법이었어요.”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에서 왔던 그녀에게 마침 청혼이 들어왔는데 당시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최씨를 소개받았다.

“처음에는 환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자꾸 권했지만 저는 피하기만 했죠. 그 이모가 삼촌이 밥도 안 먹고 병도 안 낫는다며 자꾸 만나라는 거예요. 한편으론 내가 너무 야박한 것 같기도 해 막상 만나보니까 정말 착하더군요.” 결국 최 씨는 이듬해 2009년 퇴원하고 그녀와 바로 결혼했다. 한국에 들어와 줄곧 서울에서 일했던 그녀도 남편을 따라 홍성에 내려왔다.

신혼 초에 홍성읍내에 아파트를 마련해 살림을 하다가 2011년 시아버지가 별세한 후 남편의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아기 아빠가 후유증도 있고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해서 그 후 이리로 들어왔습니다. 시골에 들어오니까 더 힘듭니다.” 남편은 적당히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의 농사만 짓고 옛날 사고 나기 전 다녔던 회사에서 일용직으로 써줘 생계를 이어나갔다. “농사는 조금만 하고 먼저 다니던 회사에서 일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쉽니다. 한 손은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용돈은 벌어 쓸 수 있게 해 줍니다.”

산재를 당했던 옛날 회사의 배려지만 남편은 한 손을 쓸 수 없는 장애인이어서 기술자로 인정받았던 자격증은 다 말소당한 채 단순한 보조공 역할을 하며 노임을 받는다. 비록 벌이는 건강할 때보다 못하지만 옛날처럼 전봇대를 타지 않아서 이젠 위험한 사고를 당할 일이 없어졌다.
두 사람 사이에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도 있다. 금마초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은 같은 민족으로서 같은 언어를 잘 구사하는 엄마에게서 별 어려움 없이 한글을 익히며 씩씩하게 자랐다. 중국 흑룡강성 해림이 고향인 김선옥 씨는 조선족 자치구에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글을 배웠다고 한다. “남편과 처음 만나 교제하고 대화할 때부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단지 어려웠던 점은 한국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를 사용할 때라고 했다. 그녀는 아들에게도 엄마의 정체성에 대해 일찍 알려줬다. 물론 아들은 충분히 수긍하며 엄마를 이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아기가 3살 때 여기 이사 왔는데 처음에는 너무 심심해서 자꾸 읍내로 가자고 했습니다. 아파트에는 놀이터도 있었고 친구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시골에 적응이 돼 학교에 가는 것을 즐깁니다.”

최 씨는 금마초등학교가 학생은 몇 명 안 되지만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돼 교사들이 아이들한테 많은 관심을 갖고 인성교육을 잘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여기는 선생님들이 일대일로 가르쳐 줘 만족도가 높지요.” 아들은 인산리에서 유일한 초교생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장 젊은 엄마이기도 해 마을회관에 가면 아버지 어머니 같은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했다. “우리 마을 어르신들 참 좋아요!”

돌아가신 아버지의 신앙을 이어받아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된 최 씨는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못 만날 뻔 했던 선옥 씨와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이룬 것이 늘 감사할 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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