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산1구 안팎으로 참 존경허구, 미운 사람 하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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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산1구 안팎으로 참 존경허구, 미운 사람 하나 없어”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6.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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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이 역사다-당신의 자소서<7>
강금자 1933년생으로 구항면에서 태어나 21살에 장곡면 도산리로 시집 와 다섯 남매를 낳고 서울을 오가며 장사를 해 자식들을 모두 키워냈다.

 이상은 못 고칩니다. 몸땡이를 왜 이렇게 망가뜨려놨느냐구 그러대. 내가 이 발을 걸을라구 별 운동을 다 했슈. 안 돼. 겨다니지 않으면 붙잡고 거의 일어나구 그래. 내가 여기 스물한 살에 시집와서 지금 여든 다섯인디 형님 아우들이 참 잘혀. 내 병원 다닐 때두 거기까정 다 오고 동네 와서두 꼼짝않구 앉았으믄 그냥 박카스니 뭐든 죄 들어와. 내가 인저 서울 돌아다니면서 고생하믄서두 나두 그맨치 했지. 그랬더니 아주 하나 빠짐없이 다 해유.

집을 온께 구항면 온유서 살다왔는디 세상에, 갠신히 요 목구멍만 살어. 바작바작 갠신히. 우리는 괜찮게 살았거든? 어머니가 억척스러워서 남당리서 생선 떼다가 팔아가지구서 배 골치는 않구 살았어. 시집 온께 우리집 양반이랑 시아즈버니랑 군인 간 겨. 우리 시어머니가 호랭이보다 더 시끄러운 양반인디 그래도 내가 집에서 배운거는 길쌈이고 바느질이구 다 괜찮게 배워갔구 왔기 때문에 여기 와서 내가 밤을 새서라두 다 꼬매고. 길쌈도 사람 얻어서 허더만 내가 “형님, 나하고 둘이 혀.” 그래 지청구는 안 먹구 살았는디 너무 읎어서 맨날 그눔의 것이 걱정이여. 그래 내가 속으로 군인만 갔다 와봐라.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그랬지.

근디 군인 갔다 집에 댕기다가 내가 먼저 애기를 낳어. 그거 낳는데 비누 한 장 사 줘야 살지. 기가 맥혀. 집에 가서 돈 갖다가 비누 사면 식구들이 다 빨구서 쬐끄만 거 남으면 식구들이 어디다 감춰. 그런 집에서두 살았어. 하나 낳고 둘 낳구 셋 낳으면 이 어매가 어디를 움직입니까.
한 7년 됐는데 그럭저럭하다가 내가 우리 할아배 보고 “저기 정희 시집간데 천북 좀 가봅시다, 김 한다 하는디.” 거기 갈라믄 죙일 걸어가야 허유. 아침 일찍 먹고 갔더니 집은 깨깟하게 해 놓고 사람이 읎슈. 문을 열어본께 김을 그냥 말하자면 100개씩 해서 쟁여놨어. “이눔의 지지배는 이 김을 다 으떻게 쳐 먹을라구 잔뜩 사 놨댜?” 그래 보니 저 모퉁이서 통통통 오더라구. “너 이거 어떻게 먹을라구 이렇게 싸놨냐?” “어이구, 언니. 저 모퉁이 하우스 가 봐.”  널어 말린 거 거두러 들어왔댜. “언니 친척들 서울 살면 김 좀 갖구가 봐.” 그러네 “너 지금 나한테 장사하란 소리여?” 그랬더니 “언니 손해 읎어.” 그래 많이도 못허구 50톳을 갖고 갔는데 그거 한자리서 들어오잖유. 서울 구로구 고척동인디 며느리, 아들 준다구 10개씩 가져가니 모잘라유. 천 원씩 붙고 괜찮유. 지금 돈으로는 별 거 아니지만 그 때 돈, 야, 이거 괜찮다, 여기서 하루 종일 밭 매야 쌀 한 되 값 줬어. 그 뒤로 자꾸 움직이는겨. 광천서 열차 타믄 두 시간이면 가니께. 다시 광천 와서 버스가 읎으면 택시 타구. 나 장사 할 때는 택시가 있었슈. 비싸구 많지두 않구.

광천 김 상회 가믄 제일 맛있는 거 이고 지고 부칠지두 몰러. 집에서 일만 하다 나와갔구. 부치는 거 그런 거 하나 몰르구 영등포 계단이 얼매나 많았어. 그러커구 댕겼더니 괜찮어. 일이 터진 게 노량진 수산시장 가 보니께 동태 같은 것두 두 짝으로 사유. 거기서 층층대가 높은 걸 올라가고, 머리에 이고 지고 두 짝을 머리에다 이고 한 짝은 들구 제자리서도 발짝이 안 떨어지는디 그 눔의 돈이 뭐여, 그렇게 갔다 놓으면 식당하는 사람 너댓이 노나 갔는데 그것두 괜찮댜. 여기서 무슨 장사가 됩니까? 거기 그 때 나 혼저혀. 장사 하나 읎고 독점인디 시골서 농사 짓는 거 찾으면은 여그 와서 쓸 만한 눔 집집마다 부탁해갔구 이제 부치는 것을 알았어.

여기서 차 대절해서 마루버시 가서 곡식이란 곡식 다 해서 용달차 불러서 싣고 가서 부치고 또 노량진 가서 영등포는 짐 부치기가 아주 까다로워유. 그래서 멀어도 노량진 가서 부치면 앞이 탁 터져서 용달차만 대믄 쭈르르 오니께. 그러케다 오믄 부쩍 팔리니께.

애들 아버지허구 애들만 놔 두고 나가니께 마음이 워떠컸슈. 집에 오믄 빨래도 해야하구, 치아야지, 반찬도 해야 허구, 낮에는 담배 심으니께 밭에 나가야 허구. 그래도 편치 않지. 서울에다 돈을 늘어놓으믄 맘이 편해유? 잠을 지디로 못 자. 그 돈이 다 내 손에 들어와야 하는디. 그러다 장사가 커져서 쌀도 용달차로 한 30가마씩 가네. 쌀은 최고 남아야 한 가마니에 만 원 밖에 안 남아. 그러믄 용달차 주고, 무거운 거 들고 오르내리는디 보믄 그것두 줘야 혀. 내가 덜 가져가도.

서울서 시동상, 시누들 다 살기 때문에 결국은 이름이 광천형님, 광천형수 됐어. 내 성질이 집에 애들이구 영감 두고 일할 것 두고 온 놈이 내 혼저 칼국수나 국수나 밥 한 끼 사 먹었으면 진짜 사람 아닐세. 밭에 가믄 누가 막걸리 줘서 한 잔씩 먹으면 일 허다가 밭 매는 것도 좋아. 짱짱허니. 그래 술 한 잔씩 먹는 줄 알고 지나가믄 형수, 형수 불러다 막걸리 한 잔 주면 그 놈 먹고 그만이지. 어디가 점심 같은 거 밥 한 끼 사 먹고 그런 건 읎슈. 그리구 아침 저녁으로는 식당이 있어. 멀게 일가인데 어떻게 거기 가서 식당을 합디다. 갑바만 치면 공장 그런덴데 언니 밥 묵고 가라고 하믄 밥 한 번 먹고 서르지 한 번 해주믄 되고 그러잖어. 그렇게 사람을 자꾸 알게 되갔고 아흔 셋 먹은 노인네를 장사하구 다니다 사귀었어. 내가 거기서 자고 내가 딸 며느리 마냥 노인네 거둬 잡술 것도 사다드리고 쌀 같은 것두 주고 같이 둘이 해서 먹구 그랬지. 그렇게 30년을 했응께, 몸땡이가 남겄슈? 입만 살았쥬.

가 읎이 살아두 동네서 이웃이랑 한 식구 마냥 살구. 그렇게 한 30년 다녀갔구 논두 사구 밭도 사구. 애들 5남매 낳는데 아들 하나는 장관 같아. “언니가 낳어?” “그럼 내가 낳지 누가 낳는다냐?” 아구, 우리 아들 마흔 한 살에 어떤 사람이 졸음 운전해서 후딱 받아쳐먹었어. 딸 둘 낳구 잘 사는디. 그거 죽고 나서 그 해 지 아버지까지 돌아가시구. 그래 한 해 둘 그렇게 보내구두 이렇게 살어유. 우리집 양반은 오줌을 제대로 못 누구서 투석하다가 여든한 살에. 두 장정 나갈 적엔 마음이 참. 그래도 이렇게 사는디 가슴 속이 꽉 차 있어유. 막내아들만 살았어두 괜찮혀. 벽제 납골당에 있슈. 내 자식이지만 누가 봐도 괜찮은디 그렇게 읎어지더라구. 그 딸들이 다 컸슈. 그것들 보구는 “어매가 해주는 것만 먹지 말고 서로서로 밥은 혀. 할매 잔소리한다고 허지 말어.” “얼라 할머니 헐 줄 알아.” 그러구 “큰 눔이 할머니 여기서 혼자 살지 말고 지들하고 살자”고 허길래 “그거는 나쁜 말은 아닌디 할아버지하고 할머니하고 살던 집에서 살다 죽어야 혀.” 그랫슈. 그것들 왔다 가면 와도 마음이 안 좋고 안 와도 마음이 안 좋고. 

어머니는 너무 일찍 돌아가셨어. 식도암 걸려서 예순네 살에. 아버님은 여든 다섯에 돌아가셨는데 밀양 박씨 양반이여. 여기 임씨네가 많이 살거든유? 박씨하고 임씨하구 우리는 넘 같이 안 살았슈. 이렇게 살아. 우리 할아배 죽을 때 동네 안팎 빠지지 않구 와서 좋구, 시아즈버님도 안팎으로 와서 좋구. 내가 우리 도산1구 안팎으로 참 존경허구 미운 사람 읎어. 초상집, 혼인집, 무슨 일만 나면 사흘씩은 해야 헌께. 장사허기 전에 그렇게 많이 혔구, 장사 하더라도 그 날은 빠져야지. 여기 회관이 집허구 가차서 좋아. 난 지금 내 집으로 알구 살잖여. 난 여기 문 닫는 거 싫어. 형님 아우들 다 재밌게 살어유.

발만 낳으면 어디로든 돌아다니고 싶다는 어머니는 붙잡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매일매일 집 바로 옆에 있는 마을회관에 가서 형님 아우들과 밥을 먹고 이바구를 나누다 저녁이 되면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느 날 저녁, 문득 외로운 마음이 드는데 마침맞게 딸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자식들이 있어, 내 일처럼 돌봐주는 이웃들이 있어 어머니는 오늘도 내일 아침이 기다려집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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