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빨리 오지 않은 것이 후회돼요”
상태바
“조금 더 빨리 오지 않은 것이 후회돼요”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7.02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13>

홍동면 구정리 김성헌
이제 자신의 소유가 된 땅에 얼마 전 고구마를 심은 김성헌 씨가 밭을 바라보고 있다.

농사를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도시인들이 시골에 와서 농사를 지어 먹고 산다면 어르신들이 하는 말이 있다. “뭐 할라고 와? 할거나 있깐?” 그렇다. 이미 현지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틈새를 아무리 파고들고 요리조리 생각해보고 고심해도 별반 찾아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도시인들은 시골로 온다. 그냥 농사 짓는 게 좋아서? 아님 도시에서 사는 것이 싫어서?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은 내 안에 있다.

지난해 1월 김성헌(51)씨는 가족과 함께 홍동면으로 내려왔다. 부모님 고향이 이북이기에 김 씨는 어릴 적 늘 시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는 아이들에게 시골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생각을 조금씩 실천해갔다.

운영하고 있던 공장을 정리하고 홍동면 한 빌라에 임시로 들어갔다. 아이들 전학 문제가 있어 1월에 내려왔다. 아이들은 무사히 잘 적응했고 큰 아이는 홍성의 한 학교에 다니며 미술을 공부한다. 작은 아이는 이사를 온 후부터 그냥 원주민 소리를 들었다. 중학교에 진학해 올해는 학생회 부회장을 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내려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홍동면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모두 소중한 인연이다. 농사를 가르쳐주고,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준다. 지난해에는 아는 분이 땅을 조금 내줘 배추를 심어 절임배추로 판매도 했다. 첫 해에 지은 것 치고 괜찮았다. 아예 땅을 임대해 양파, 마늘 등을 심었다. 이제 양파와 마늘을 수확할 생각을 하니 저절로 양 입가가 올라간다. 혹여 상품성이 없고 못 생겼어도 내가 지은 농사의 결과물이니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욕심을 버리고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땅을 조금 샀다. 한 편에는 고구마를 심었고 한 편에는 집을 지을 생각이다. 고구마를 심을 때는 품앗이로 했다. 아내와 둘이 하려면 종일 걸려도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 그것이 사람 사는 일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나 스스로 공부도 해야 하지만 거의 대부분 무조건 선배들에게 물어본다.” 물론 그 답은 선배들도 모두 다르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김 씨만의 방법들을 찾아나가고 배우는 중이다. 그렇게 농사를 지어 일 년에 버는 돈은 천 만 원이 안 된다. 그거라도 벌면 그나마 많이 버는 것이다. 어떤 이는 수중에 백만 원도 안 되는 돈이 쥐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내 농사를 짓는다. 부지런히 열심히 공부하면서 말이다.

농사는 본능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것이 우리 인간의 본능이듯이 말이다. 돈에 쫒기고 일상에 치인 도시에서의 삶이 흙을 밟고, 초록이들을 만지고,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구름 한 조각과 만나는 시골에서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나를 버리고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한다. 내가 별 거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어느 날 아무도 없는 농로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릴 수 도 있다. 그럴 땐 그저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 누구하나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농로에서 어깨를 두드려 줄 사람은 없지만 지나가는 바람 한 점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줄 것이고, 돌멩이가 지친 다리 쉬어가라며 자리를 내어줄 것이니 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