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뜻으로 만난 선녀와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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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으로 만난 선녀와 나무꾼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7.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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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16>

갈산면 운곡리 신영민, 박성억
신영민(왼쪽)씨의 영원한 나무꾼이 되어 준 박성억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선녀와 나무꾼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나무꾼과 짝이 되었다가 영원히 이별을 한다는 설화다. 그러나 영원히 이별하지 않고 서로가 의지하고 기대며 보호막이 되어주며 살아가는 선녀와 나무꾼이 있다. 갈산면 운곡리에 사는 신영민, 박성억 씨는 올해로 9년째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인천에서 거주하던 신 씨가 홍성에 내려온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길을 지나다가 부동산에 붙은 광고를 봤는데 서울과 근거리고, 충남도청 예정지라는 것을 보고 뭔가에 홀리듯이 내려왔다. 처음에는 남편 은퇴 후 자급자족하며 살자는 마음으로 땅을 사서 집을 짓고 논농사와 밭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 때가 2001년이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부부는 밭에 이런저런 작물을 모두 심다 보니 23가지나 심게 됐다. 땅콩을 언제 수확하는지 몰라 그대로 둬 곰팡이가 나서 버리기도 하고, 거름을 줄지를 몰라 맨 땅에 당근을 심어 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낯설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나마도 잠시, 남편은 2006년에 쓰러져 2년 6개월을 앓다가 숨을 거뒀다.

그런 신 씨에게 아주 소중한 인연이 시작됐다. 옆 마을에 살던 박성억 씨와 남은 인생, 서로에게 의지하며 도란도란 삶의 의미를 나누며 살기로 했다. 몰론 쉽지만은 않았다.
“꼭 같이 살아야 되겠느냐는 질문에 내가 여기서 사는 동안 보호자가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 주는 저 사람과 꼭 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저 사람이 많은 힘이 됐다.”

박 씨는 신 씨의 나무꾼이 돼주었다. 산과 근접해 있는 집에 멧돼지가 나타나면 잡아주고, 풀장을 만들어 잉어나 붕어를 잡아 가져다 놓고, 겨울이면 따뜻한 온기를 품어줄 난로를 마루에 놓아주었다.
“가끔 병원 때문에 서울에 가는데 이제는 도시에 가면 괜히 짜증이 나고 내 기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나 스스로 느낀다.”

거실 창문과 마주한 논에는 꿩이 오고간다. 그럴 때면 “넌 누구니?”라고 대화하고, 가을이 되면 배를 타고 나가 주꾸미를 잡아 와 푸짐한 저녁식사를 즐긴다. 뇌염 주사를 맞기 위해 홍성 나들이를 한 날에는 둘이 6000원 짜리 백반을 먹으며 “오늘 저녁 안 먹어도 되겠다”며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는다. 그 모든 것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얼마 전 폴리텍 대학에서 팜파티 교육을 받았는데 한 번 추진해 볼 생각이다. 그물이 있으니 꽃게나 투망 체험 등도 하고 더덕이나 도라지 등을 요리해 먹기도 하면서 즐겁게 해보려고 한다.”

인연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다. 그러나 그 관계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든 관계들은 상호의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농사를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종자를 심고 거름과 노동력을 들여야만 좋은 작물을 얻을 수 있다. 인과 연이 만들어낸 과(果)다. 신 씨 부부를 보면 서로의 인과 연이 잘 맞아 과(果)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노력하고 배려하며 다독여줘야 가능한 일이다.

6000원 짜리 백반에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오고가는 꿩과 개들과 눈을 맞추고, 땅과 바다에서 올라오는 모든 먹을거리들에 진심을 다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늦은 저녁 하루를 마감하며 서로의 어깨를 도닥여준다. 구름도 머물다 가는 계곡인 운곡리에 귀촌한 지 17년이 되어가는 신 씨에게 어쩌면 자연은 선물처럼 소중한 인연을 선물해줬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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