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빈집에 가치를 넣으니 명소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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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빈집에 가치를 넣으니 명소로 부활하다
  • 취재=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8.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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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빈집에서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 <3>
공주역사영상관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 충남금융조합연합회관으로 건립된 이후 1930년 부터 공주읍사무소, 공주시청 건물 등으로 사용된 공주 근대사의 상징 건축물로 2010년 디자인 카페로 개관, 공주시 빈집 재활용의 상징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공주, 역사문화자원을 파악 이를 근거로 스토리텔링 만들어
예산 상가리, 1960년대 200여호 현재 70호중 19세대 빈집
서산, 미관해치고 우범 장소 전락 2013년부터 빈집정비사업
2050년 전국의 빈집 수 300만호 넘어서 10채 중 1채 빈집


지난 2005년에 제정된 ‘고도의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경주, 부여, 익산과 함께 충남 공주도 고도로 지정됐지만 역사문화도시로서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공주의 신도시인 강북지역에 비해 공간, 인구, 경제, 사회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쇠퇴현상을 보여 당초 계획했던 역사문화도시로서 자리매김도 실현되지 못해 죽어가는 도시가 되고 있다. 공주시는 제민천(齊民川)변 직조공장을 활용한 식당과 폐가를 리모델링한 차(茶)문화 공간 등이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공주시 중동일대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작은 공간이다. 곳곳에 과거를 활용한 역사성과 스토리텔링이 들어 있고 아직도 부분적으로는 현재진행형이다. 요컨대 옛 읍사무소를 활용한 공주역사영상관에서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있었고 옛날 사진을 시대별로 전시해 공주의 역사성을 관람객에게 생동감 있게 전해주고 있다.

농촌의 빈집문제를 재개발과 재건축이 아닌 도시재생으로 오래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은 곳이 적지 않다. 이처럼 성공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챙겨봐야 할 것들이 있다. 바로 장소 중심의 종합적 도시재생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지속적인 도시재생 활동을 위해 주민과 지역 역량을 어떻게 강화하느냐 등의 문제를 공주시를 비롯해 인근의 예산, 청양, 서천, 서산시 등의 빈집활용 등을 통해 방안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

■ 과거를 활용한 역사성과 스토리텔링
공주의 경우 골목길을 도시 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중동 일대를 가로지르는 제민천(齊民川)변 직조공장을 활용한 식당과 폐가를 리모델링한 차(茶)문화 공간 등이 핵심 가치로 자리 잡게 됐다. 여기에다 공주시에서는 골목주민, 농협직원, 공무원, 전문가 들이 참여하는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사업’을 추진, 이 과정에서 골목길 재생을 위한 자생적 주민 조직이 탄생하게 된다. 공주골목길재생협의회가 그것인데 협의회에서는 교회, 극장, 옛 집터, 등 역사문화자원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었다. 또 조사된 골목길 투어루트 설정과 골목길과 자원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세부적인 일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특히 골목길 사진전, 즉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은 찻집 ‘루치아의 뜰’과 ‘빈집 갤러리’를 비롯해 ‘호서극장 골목’ 중심으로 열고 죽어있는 골목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사진전은 △지역 사회의 문제점 도출과 해결방안 제시 △지역 사회변화에 기여 △작은 것에 대한 중요성과 도시재생 자원 인식 △주민의 도시변화 주체 △주민조직화 과정의 중요성 △새로운 과제에 대한 도전 계기 등을 마련해 줬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공주시 중동일대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작은 공간이 됐다. 곳곳에 과거를 활용한 역사성과 스토리텔링이 들어 있다.
특히 추억 이야기에는 새마을 사업, 이승만 대통령의 갑사 방문 등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일들이 흑백 사진으로 걸려 있고, 옛 공산성의 허물어진 성벽과 덩그렇게 서 있는 쌍수정, 일제 강점기 공주시가지 전경, 1960년대 미나리꽝 등은 아련한 추억 속으로 되돌아가게 했다. 여기에 공주가 자랑하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문학관’ 또한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는데 부족함이 없다. 나 시인의 손 때가 묻은 각종 소품은 시를 이해하기에 앞 서 한 편의 시가 나오는 과정을 반추하는 공간이 됐다. 이제는 폐가가 되다시피한 공주 갑부 김갑순의 생가에서는 인생무상과 제행무상을 읽게 했다. 한 때 당당했던 위세는 패장 가슴에 달린 훈장 마냥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역시 이곳도 재생을 통해 다시 살아날 예정이다. 게스트 하우스로 만들어지면서 새롭게 변신하고 스마트 폰 시대의 과객을 맞을 것으로 계획됐다. 시인 박목월의 결혼식 얘기가 담겨있는 공주제일감리교회와 이제는 전국무대가 된 찻집 ‘루치아의 뜰’, 그리고 호서극장통과 곳곳에 숨어있는 전통 먹거리 등은 공주를 더 깊이 있는 역사문화 도시로 만들고 있다.

충남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인 송두범 박사는 “공주시 원도심이 골목재생사업으로 부분적으로 재탄생됐지만 관 주도의 제민천 주변 정화사업은 다양성 면에서 실패한 사업”이라며 “빈집재생사업은 공주시의 사례를 잘 활용하면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영상관을 찾은 공주시 반죽동에 사는 주민 김영숙(55)씨는 “공주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공주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빈집, 미관 해치고 우범 장소로 전락
예산군 가야산의 경우 도립공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살고 싶어 하는 곳이다. 가야산 자락에 전원주택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빈집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오히려 빈집은 방치된 상태다. 가야산이 위치해 있는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지역은 빈집이 길게는 20년, 짧게는 수년씩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마을 대부분이 도립공원지역이지만 사람들이 떠나면서 등산로 주변에는 폐허로 변한 빈집이 수년간 방치돼 있는 모습이다.

상가리마을 이장은 “이곳은 조선시대 후기부터 1960년대까지 200여 호의 민가가 있던 마을로 1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했던 큰 마을이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지난해(2017년) 말 기준으로 상가리는 총 70여 가구 중 19세대가 빈집이며, 그중 14채는 흉가로 썩어 철거한 후 폐기물 값이 더 들기 때문에 오히려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약자 1인만 거주하는 집 15세대도 사실상 방치돼 매우 취약하거나 위험한 상태다.

서산시의 경우도 미관을 해치고 우범 장소로 전락할 소지가 있는 농어촌지역 빈집 정비 사업을 추진, 지난 2013년부터 3억 원을 들여 농어촌지역 45채의 빈집 철거를 완료한 이후 해마다 지속적으로 빈집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산시는 “1급 발암물질 석면이 함유돼 비용과 복잡한 절차로 철거를 꺼리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의 주택을 우선적으로 정비하기 시작했고, 빈집 철거 후에는 건축물대장과 지방세대장까지 일괄로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산시 관계자는 “농어촌 빈집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재활용이 가능한 빈집은 소유자 동의를 받아 귀농·귀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 빈집 재활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양군은 “농어촌 주거환경 개선과 귀농·귀촌자들을 위한 빈집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1년 이상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빈집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 빈집을 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빈집의 경우 “소유자로 하여금 자진철거를 유도하고, 소유자 미상의 빈집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하는 한편 철거용과 활용형으로 구분해 관리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도 등 주요 도로와 마을입구 주변 등 미관을 저해하고 있는 빈집에 대해서는 빈집정비 사업에 반영하고 전수조사 시 빈집 철거 동의여부를 함께 조사하며 활용 가능한 빈집은 귀농·귀촌자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청양군 관계자는 “불량한 농촌의 빈집을 연차적으로 정비해 주거환경 개선을 도모하고 귀농·귀촌자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천군의 경우 빈집 수리비를 지원하고 있다. 빈집 수리비는 총 1000만원으로 보조금 500만원과 자부담 500만원이다. 또 서천군은 서천읍사무소와 주민자치센터 부설주차장의 확충을 포함해 인근 빈집과 공유지를 활용한 신규주차장을 충남도와 사전협의해 관계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아 쌈지주차장을 설치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충남의 빈집은 총 8만 152가구로 약 1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택유형별로는 아파트(4만 6375호)가 가장 많고, 단독주택(2만 651호), 다세대(7905호) 등의 순이었다. 단독주택이 많은 지역으로는 서천군(2564호), 홍성군(2202호), 논산시(2129호), 공주시(2011호), 부여군(1805호), 보령시(1664호), 예산군(1632호) 등이다.

농어촌이나 도시지역 할 것 없이 빈집이 늘면서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나 우범지대가 되는 등 폐해가 커지면서 빈집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각 지자체에서도 소유주가 불분명한 빈집들을 철거하고 주차장 등 공용시설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행정을 펴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빈집 현황과 정비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토지 이용 효율성 저해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주변 생활환경 악화 △범죄·탈선 유발하는 우범지대 전락 가능성 △화재 위험성 등을 빈집의 사회적인 문제로 꼽았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에서 “2050년 전국의 빈집 수는 300만 호를 넘어설 것이고, 전체 10채 가운데 1채가 빈집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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