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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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40>
  • 한지윤
  • 승인 2018.08.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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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학교는 자기들이 세우고 있다더군. 7,80명이나 되니 세워도 되겠지. 안 그래? 남자 아이들은 장차 선교사로 여자들은 선교사의 아내로 기르고 싶다고 하면서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 3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나.”
“어, 그런 식으로 기른다?”
“대만에서 중국인 선생을 두 사람이나 불러왔다더군.”
“중국어 말입니까? 중국에 선교사를 파견한다는건. 1세기 전의 사고방식 같은데……”
“이번 브라질 여행도 그 부부가 초청한 거예요.”
“좋은 사람들인데…… 그 동안에는 아이들은 두고 가는 거죠?”
“간호사 같은 사람에게 부탁하지. 평소에 귀여워하고 있지. 공원에도 데리고 가고, 어린이 영화관에도…… 모두 부부가 함께 하고 있어. 자기 친 아이들과 똑같이 키우고 있어요.”
“아이 키우는 일이 취미인가 보군.”
한 박사는 알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워싱턴에 있는 토마스 씨의 부인은 한국 여자예요. 그 부인이 다섯 번째인지 여섯 번째인지의 아이를 양자로 얻어 왔을 때 젖을 먹이면서 토마스 씨에게 이렇게 말했대요. 아무래도 이번 얻어 온 아이보다는 자기들의 아이가 더 귀여운데 어떡하면 좋으냐고 말야.”
박연옥 여사의 말에 한 박사는 양 미간을 모으면서,
“당연한 일 아닙니까?”
“토마스 씨가 말했대요. ‘차별이 간다는 건 할 수 없지. 억지로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귀여워해 보도록 노력해요’ 라고, 한동안 젖을 물려 기르고 있는 동안 정말 자기가 낳은 아이와 똑같이 귀여워지더라는 거야. 이런 일 믿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이래.”
“아이들의 우열에 어떤 관계가 없을까?”
“귀엽다고 하는 데는 관계가 없으나 우열은 인종적으로 있는가봐. 그건 그들 부부도 인정하고 있지. 흑인의 아이는 아무래도 추상능력이 모자란대. 아무리 가르쳐도 수라든지 문자 같은 것은 기억을 못 한 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도 학교 창설 이래 흑인으로 수학과를 정식으로 나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얘기가 있어.”
“재미있는 이야긴데. 그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야.”

“가장 우수한 건 중국인, 그 다음이 우리나라, 그 다음이 일본.”
“그래요?”
“그 대신 흑인은 음악이나 운동의 재능이 있잖아. 수영은 잘 안되지만.”
“달리기도 잘 하지.”
“달리기보다는 수학을 잘 하는 쪽이 좋다고 하는 생각은 틀린다고 봐요. 신체의 기능이 우수한 사람도 중요하다면 머리로써 승부를 겨루는 사람도 필요한 거잖아요. 어느 쪽도 안 되는 사람도 사람은 사람인데.”
“하나님도 그렇게 하시겠군.”
“그래요. 그리고 그 토마스란 사람 이야긴데, 양자 들여온 아이가 너무 많이 먹더래. 토해 낼 정도로 많이 먹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린대. 그래서 토마스 씨가 그의 부인에게 다른 아이를 그대로 두고 이 아이를 얼마동안 품에 안아서 길러보라고 했더니 그 버릇이 고쳐졌다더군.”
“그건 심리적이군. 욕구불만으로 그럴 것이니까.”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는 밥 먹을 때마다 생각이 나. 사랑받지 못해 애정을 먹는 것으로 채우려는 건 너무 비참하기도 하고 불쌍해.”
“오늘은 정말 좋은 이야기인데. 이런 좋은 것을 내 장사에 써 먹을 생각은 없어요. 그러나 급하게 되면 그 사람들에게 아이를 양자로 부탁하러 갈지도 모르지.”
인간의 능력에는 제각기 각 분야에 있어서의 우열의 차이가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의학의 세계서는 그런 것은 없다.
한 박사는 전화로 오늘 밤 당직 근무 중인 나이분 간호사로부터,
“선생님, 산모가 지금 퇴원을 꼭 해야 된다고 하고 있는데요.”
“지금? 아홉 신데……”
딸이 와서 무슨 이야긴가를 주고받더니 지금 곧 퇴원하겠다고 퇴원 수속을 요청하고 있어요.“
“그럼 내가 가야겠군.”
한 박사는 위스키로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병원으로 갔다.
모녀는 병실에 있었다. 2인 1실의 병실에 입원시키게 되어 있었으나 사정이 그런 사정이고 입원 환자도 적었으므로 한 박사는 ‘독실에 입원 시키세요’ 라고 수석간호사에게 지시했던 것이다.

“아주머니, 어떠세요?”
한 박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물었다.
“네, 덕택으로.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지금 퇴원했으면 해서 그러는데요.”
산모가 말했다.
“퇴원? 글쎄, 무리해서까지 퇴원한다면 안 될 것은 없지만 아이는 어떻게 할 셈이죠?”
“아이는 잠시 이 병원에서 맡아 주었으면 해요. 데리고 가면 말썽이 되어서……”
“그건 좀 곤란한데요. 우리 병원에는 보육원이 없습니다.“
“가서 친척들과 의논해서 꼭 데리러 오겠어요.”
“친정어머니는 남동생 집에 있습니다만, 그 동생과 사이가 서먹한 일이 좀 있어서……”
“그럼, 누구에게 의논하지?”
“돌아가신 집 양반의 누이인 시누이가 있어요. 그 분 에게라도 의논해 볼까 하는데…… 제 딸아이가 절대로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려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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