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납읍초교,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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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납읍초교,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살려냈다
  • 취재=한관우/한지윤 기자
  • 승인 2018.09.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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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에서 희망을 찾다 <3>
마을주민들이 마을의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마을 소유의 부지를 활용해 공동주택을 짓고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뜻을 모았다.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결국 폐교
납읍리주민들 초등학교 살리기 위해 공동주택 짓고 학생 유치해
마을주민들은 성금을 내고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공동주택 완공
마을의 학교살리기운동 제주도의 ‘작은 학교 살리기운동’ 이어져


농어촌지역의 인구 감소 등으로 학교가 통폐합되거나 폐교되는 가운데 제주지역에서는 학생 수 증가에 따라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하는 학교가 등장하는가 하면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는 학교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그 이유는 임대주택 건립을 통한 지역 주민들의 학생유치 활동과 함께 제주지역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이주민 등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건강·생태학교 등 특색 있는 학교 운영도 학생들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한몫하고 있다.

‘폐교(廢校)는 곧 폐촌(廢村)이다.’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결국 폐교에 이어 폐촌 되고 말 것입니다. 이를 우려한 마을주민들이 힘을 합쳐 우선 학교를 지켜냈습니다.” 1991년부터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마을기금을 모아 마을 초등학교를 살려낸 곳의 주민들 말이다.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소재 납읍초등학교가 바로 그곳이다. 납읍초등학교는 1946년에 개교했다. 2년 뒤인 1948년에는 제주 4·3사건으로 인해 학교가 전소되기도 했다. 올해 1월 제68회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전체 졸업생 2186명을 배출했다. 1990년에는 제주교육청으로부터 60명 이하의 학교에 대해 분교장 격하 또는 폐교한다는 소식과 함께 납읍초등학교도 1991년도부터 분교장으로 격하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마을도 살리고 학교도 살리는 길’에 모두 나섰던 것이다. 납읍리 주민들은 마을의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공동주택을 짓고 학생들을 유치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2011년 당시 납읍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82명이었다. 그러나 2014년 이후에는 학생 수가 60명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분교장으로 격하되거나 폐교위기에 직면하는 현실이었다. 이때부터 납읍리 주민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공동주택을 짓는데 열정을 모았던 것이다. 이유는 납읍초등학교의 분교장 격하나 폐교를 막기 위해 초등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최후의 방어막이었다.

■ 마을주민들 학교살리기 공동주택건설
1980년대 불어 닥친 이농현상은 제주 애월읍 납읍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농열풍으로 납읍초등학교 학생 수는 1968년 356명에서 1990년엔 96명으로 줄었다. 당시 학생 수가 100명 이하면 분교로 지정되는 교육정책에 따라 납읍초등학교도 1992년부터 분교장 격하 대상이 됐다.  이에 마을주민들은 ‘학교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 운동은 제주시내 거주자는 물론 초등학생 자녀를 둔 육지의 학부모들도 납읍초등학교를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더불어 납읍리 마을에서도 1992년부터 ‘빈집 무상임대’로 도시민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1997년부터는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과 마을 공동소유의 부지를 활용해 공동주택을 지어 무상임대하고 있다.

납읍초등학교 역시 과거 두 차례나 분교장 격하 대상 학교로 지정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납읍리 마을 주민들은 1997년 첫 공동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학생 수가 53명으로 줄어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하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3000만 원씩 성금을 냈다. 주민 303명과 애월농협, 납읍초등학교총동창회 등이 12억3800만 원을 모았다. 24가구의 주택 건립에 드는 비용은 20억90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주민들은 성금을 더 내고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아 충당하기로 하고 주택을 완공했던 것이다.

이미 주민들은 공동주택 42.9㎡(13평) 19가구를 짓고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하면서 학생이 느는 것을 경험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학생 수가 70명으로 늘어나 납읍초등학교는 그대로 유지됐던 것이다. 납읍리 주민들은 2001년에 이미 56.1㎡(17평) 12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공동주택을 건립했다. 이후 2012년에는 마을주민과 출향인사 등 340여명으로부터 무려 11억 4000만 원을 모금했다. 여기에 마을소유의 땅 1648㎡(3억 6,500만 원 상당)를 내놓았다. 이 같은 노력에 행정에서도 가만있지 않았던 것이다. 제주도가 주민들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6억 원을 지원해 모두 21억 500만 원으로 주택 4동 24세대의 ‘금산학교마을’을 준공했던 것이다.

금산학교마을에는 다른 지방에서 납읍리로 이사온 9가구 38명을 포함해 24가구 104명이 입주했다. 이에 따라 납읍초등학교는 학생 수 70명에서 공동주택 제공 등으로 유입된 학생 37명을 포함해 모두 107명으로 늘어났다. 이렇듯 1997년과 2002년 각 2개동(총 31세대)을 신축한 데 이어 지난 2012년에는 마을주민 성금 15억 원, 제주도와 정부 지원금 6억 원 등 21억 원을 들여 24세대가 거주하는 4개동의 다가구 건물(금산마을학교)을 신축했던 것이다. 이것이 작은 학교 살리기의 출발점이자 원동력이 됐다.

입주자들은 보증금 200만 원에 연간 관리비 100만 원만 부담한다. 이 같은 파격적인 지원으로 납읍초등학교 재학생 중 외지 출신이 무려 70%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무상임대 주택만도 55세대인데 모두 주인을 찾았다고 한다. 오히려 입주 대기자들이 많아지면서 납읍리는 빈집 무상임대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학생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1996년 53명까지 줄었던 학생 수는 1998년 95명, 2003년 129명, 2013년에는 116명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현재 납읍초등학교는 1학년 18명, 2학년 22명, 3학년 19명, 4학년 20명, 5학년 26명, 6학년 24명 등 전체 129명이 재학하고 있다. 유치원생만도 22명에 이른다.

납읍리 마을인구도 늘어났다. 납읍리 진석완  이장은 “마을 학교 살리기 운동을 벌이면서 주민들 간 단합이 더욱 돈독해졌다”며 “마을에 학교가 없어지면 그나마 현재 살고 있는 젊은이들까지 다 나가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학교를 살려야 한다고 주민들이 힘을 모았다”고 설명하고 “요즘에도 납읍초등학교 입학을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에 10여 통 이상 온다”고 밝혔다.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마을의 학교살리기 운동은 제주도의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제주도는 학생 수 60명 미만(199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분교장 격하기준) 학교가 있는 마을에 공동주택 건립사업비로 최대 5억 원, 빈집수리엔 소요예산의 70%까지 지원하고 있다.
 

■ 납읍초, 작은 학교살리기의 모범 사례
이밖에도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가 있는 마을마다 학생 유치를 위해 빈 집을 수리하거나 공동주택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마을은 빈 집 수리와 공동주택 조성을 통한 학생 유치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마을 땅과 재산이 없는 다수 마을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촌지역 빈 집 대부분이 과거 새마을운동 당시 무허가로 지어진 것이 많아 지자체 예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한시적인 특례를 적용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사라진다는 절박감에 자발적으로 학교살리기 운동을 펴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1997년 19가구, 2002년 13가구, 2012년 24가구 등 3차에 걸쳐 임대 주택을 건설해 이주민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임대 주택 건설은 지자체에서 지원받은 6억 원, 마을 주민들과 출향 인사들이 전달한 모금성금 21억 원 등으로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학생 유입을 위한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은 빛을 발해 현재 납읍초등학교 전교생을 138명으로 늘리는 성과로 이어졌다. 납읍초등학교는 현재 ‘학교는 지역사회의 구심점’이라는 말을 여실히 보여주며 공동화 현상에 시달리는 제주도내 뿐만 아니라 전국의 작은 학교들의 학교살리기운동의 희망이 되고 있다.

납읍초등학교 신금이 교장은 “우리학교는 1946년 9월 1일 개교해 현재까지 68회에 걸쳐 2186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역사 깊은 학교입니다. 한 때는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폐교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을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소중히 하는 지역주민과 모교 동문회원들이 힘을 모아 전국 최초로 학교 살리기 운동에 성공한 학교입니다. 2001년 제1회 아름다운학교 대상 수상, 2013년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 참가, 2009년부터 6년 간 제주형자율학교 I-좋은 학교 운영, 2015년부터 제주형자율학교-다혼디 배움학교를 운영하며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기초·기본교육에 충실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해 행복한 교원, 즐거운 학생,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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