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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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하자!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9.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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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23>

홍동면 금당리 최경숙
올해 고추농사는 지난해에 비해 잘 된 편이라며 고추를 수확하는 최경숙 씨 손이 가볍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거의 엇비슷하다. 먹고 살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며 정해진 월급을 받아 한 달 생활을 꾸려간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생활에 쫓기고 생계에 밀려 정작 나 자신을 돌보며 사는 것은 꿈꾸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그 어떤 한 순간이 온다. ‘쳇, 이게 인생이란 말인가’하는 허무함, 허탈감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상황에서 환경적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삶에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와 용기가 생긴다. 그렇게 도전하는 사람들이 바로 귀농인들이다.

지난 2016년 홍동에 둥지를 튼 최경숙 씨는 15년 동안 쉬지 않고  간호사 생활을 했다. 결혼을 하고서 아이 둘을 낳고 기르는 동안 분만휴가 외에는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그것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했고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 여겼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던 남편 역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낮과 밤이 없이 일했다. 아이 양육은 시어머니가 대신 맡아줬기에 가능했다. 그 시간들을 보내고 둘은 조금은 지쳤다. 그리고 마침 남편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일이 없었고 이직을 몇 번 했다. 농담 삼아 건넨 말이 ‘우리 시골 갈까?’였다. 아무 고민 없이 ‘그래, 가자!’ 답했다.

귀농 관련 검색어에 가장 빈번히 나오는 지명이 홍동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본 홍동은 너무나 다른 세상처럼 보였다. 2015년 5월 남편과 함께 쉬는 날을 이용해 홍동을 방문했다. 처음 온 시골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조용했다. 이후 귀농·귀촌 박람회를 몇 번 갔다. 그런데 홍성이 계속 눈에 밟혔다. 마침 박람회 부스에 홍동 분이 나와 있었다. 미리 가서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는 권유를 받고 보따리를 싸서 남편의 등을 먼저 떠밀었다.

“내 성격이 작은 일은 많이 고민하는데 큰일은 바로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계속 고민해봤자 불안하기만 하고 계속 안 맞고 복잡하기만 하니 빨리 결정하는 것이 낫다.”

남편은 그 사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농사를 배우고, 빈 집과 밭을 구해 청소를 하며, 페인트를 칠하고, 집 앞에 자갈을 깔았다. 최 씨는 아이들을 돌보고 전학 준비를 해서 보따리를 싸서 내려왔다.

“처음 와서 1년 동안은 육아휴직을 하고 적응시간도 필요해 정말 말 그대로 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쉽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귀농하고 초반 2년은 정말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알았다. 농사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자연의 때에 맞춰야 하는데 그 때를 우리한테 맞춘 것이 잘못이다. 너무 애정을 쏟아서 작물이 안 되기도 하고, 너무 방심해도 안 되더라.” 지금은 그 때를 잘 맞춰 하느라고 노력 중이다. 그 사이 최 씨는 일주일에 3일은 낮 시간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남편은 얼뚝 조합원으로 목수 일을 배워 현장 작업을 다닌다. 그렇다고 농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적게 벌고 적게 쓰자고 합의했다. 농사지은 것은 우리 가족 먹고, 친척들에게도 보내고 더 남으면 팔고 그런다. 올해는 안달복달하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며, 지금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올해 목표다.”

귀농을 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고 듣고 느꼈다. 아이들도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만족해한다. 남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아이들로 인해 또 다른 인연이 생기니 감사하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정작 필요한 것은 돈보다는 사람과 자연과 휴식일지도 모른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먹는 일… 그런데 그 적당히가 늘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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