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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해요!”다함께 홍성 사람, 다문화 가족 만세 <13>
홍북읍 신경리 메이린·박순철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9.1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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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이 불편한 구순 시어머니와 함께 메이린 씨 부부.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메이린(43)씨는 지금 96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부 중의 효부다. 막내딸이 젖을 뗄 무렵부터 시작해 올해 7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생활력도 강한 엄마다. 메이린 씨는 공장일도 마다하지 않고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며 억척스럽게 돈을 모아 올해 넓고 근사한 집을 샀다.

지난 5월 내포신도시에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홍예공원 근처의 신축아파트로 이사를 한 것이다. 그 동안 살았던 홍성읍내의 집도 신축아파트였지만 17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헌집이 됐다. 주말에 모처럼 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면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홍예공원을 한 바퀴 돈다. 평소 종일 거실의 침대에서 혼자 TV만 보며 무료함을 달래는 어머니에게는 자녀들과 함께 하는 산책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올여름은 너무 더워서 나가지 못했어요. 이제 시원한 가을을 맞아 산책할 수 있어서 아이들과 어머니도 좋아하셨습니다. 공원이 너무 잘 조성돼 있어서 만족합니다.” 메이린 씨의 남편 박순철(53) 씨의 말이다. 순철 씨는 홍성군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한다. 주중에 순철 씨 부부가 직장에 나가고 아이들마저 학교에 가면 할머니 혼자 남아 괜찮을까? 다행히 할머니는 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한 데다 대소변은 보조용기로 해결할 수 있다.

“어머니는 지금 치매도 없으시고 몸이 다소 불편해서 휠체어에 의존하시며 지낼 뿐입니다.” 순철 씨는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실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내가 너무 잘해 지금까지 고부갈등이 없었어요. 며느리로서 평소 기분 잘 맞춰주고 잘 하니까 어머니가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시는 거죠.”

메이린 씨는 2001년 1월 18일 필리핀에서 한국에 왔다. 통일교의 주선으로 10살 연상의 순철 씨를 만나 결혼한 것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국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순철 씨 역시 메이린 씨와 손짓 발짓으로 어렵게 의사소통을 해야만 했다. 통일교에서는 합동결혼을 한 다문화 신혼부부들을 위해 임시생활을 하게 하며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희는 애기아빠랑 같이 결혼생활을 시작하기 전 교회에서 임시생활을 4개월간 했습니다. 그 때 한국말, 한국문화, 한국요리를 배워요.” 메이린 씨의 말이다. 천안에서 임시생활을 마치고 홍성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시집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메이린 씨는 열심히 쫓아다니며 한국어를 배웠다. 새홍성교회에 개설된 외국인이주민센터의 한글학당에 참여하기도 하고 홍성사회복지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가서 열심히 배웠다.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하루에 단어 10개씩 외웠어요. TV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됐죠. 사전을 찾아보고 노트에 적어 외웠습니다.” 그래서 메이린 씨는 6개월 만에 남편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해 출산을 했으나 언어 때문에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는 일도 없었다. 지금 첫 아들이 지역의 명문 홍성고 1학년에 다니고 있다. 연년생인 둘째 딸은 홍성여중, 5살 차이 나는 셋째 딸은 홍주초교에 다닌다.

이 아이들 때문에 엄마는 공장에 다녀도 전혀 힘든 줄 모른다. 금마면에 있는 변기 제조업체에서 지금 3년째 일하고 있는데 노동의 강도가 센 편이어서 순철 씨는 은근히 걱정한다. “여자들에게는 일이 많이 힘들어요. 건조실은 온도가 너무 높고….” 그러자 메이린 씨는 처음에 닭공장, 모자공장, 김공장 등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지금 하는 일이 제일 만족스럽다고 고백한다.

“여기는 일은 힘든데 마음은 편해요. 다른 회사는 일은 쉬운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지금 다니는 곳은 필리핀 노동자들이 많고 대우도 좋은 편이란다. 게다가 홍성읍내에 살고 있는 바로 위 친언니도 같은 일터에서 매일 만날 수 있다. 그녀가 고된 줄 모르고 공장 일을 즐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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