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 텐트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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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 텐트 아직도…
  • 취재=한기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0.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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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5>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마련된 지진 피해 이재민을 위한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

포항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 1800여명의 이재민 발생
지진 직후 800여명 지금도 11개월째 200여명 임시구호소에 남아
흥해초 본관 철거, 경림뉴소망아파트 등 지진피해로 폐쇄돼 썰렁
주민들, 정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유발지진 피해대책 마련을 요구


경북 포항시의 흥해실내체육관은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난 뒤 11개월째 이재민 임시구호소로 이용되고 있다. 포항지진으로 18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중에서 집이 크게 파손돼 ‘이주판정’을 받은 가구는 763가구다. 지금까지 752가구는 정부와 포항시가 준비한 새로운 집이나 임시거주시설로 이주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외벽 곳곳이 갈라지거나 부서졌지만 정밀점검 결과 이주 수준의 ‘위험 등급’을 받지 못한 91가구 208명의 이재민들은 아직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금도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구호소에 남아 있는 실정이다. 벌써 11개월째 이어지는 구호소 생활에 지친 이재민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며 지쳐가고 있다. 지난 6일 오후에 기자가 찾은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은 개인별로 생활할 수 있는 텐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재민 대다수가 직장이나 학교에 가거나 외출한 상태여서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지진 직후에는 800여 명이 흥해실내체육관에 대피해 머물며 숙식을 해결했지만 포항지진 이후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일부 이재민들은 지진의 악몽을 잊지 못한 채 쓸쓸히 임시구호소에서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 희망보금자리단지 이주·임시구호소
하지만 그동안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내던 이재민들은 하나둘 정부와 포항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마련한 보금자리로 이사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년간 살면서 자신의 집을 지어 나가야 한다. 현재 흥해실내체육관에 등록된 이재민은 공식적으로 91가구 208명이다. 이 가운데 82가구가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숙식하는 인원은 등록인원보다는 적은 숫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민들은 “지진으로 아파트 4개 동이 상당한 피해를 봤는데도 포항시 정밀안전점검에서 사용 가능 판정을 받아 이주대상에서 빠졌다”며 “금이 가고 벽이 갈라진 아파트에서 불안해 살 수 없다”며 이곳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흥해실내체육관 주변에는 한미장관맨션비상대책위원회가 ‘포항시는 지진 이재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마라’거나 ‘불통 포항시는 쇼하지 말고 소통하라’고 써놓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기자가 찾은 6일 오후의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아파트는 지진 전만 해도 240가구 600여명이 거주했다고 한다. 또한 아파트의 외벽이 갈라지거나 마감재가 떨어져 있는 곳도 많았고, 안전을 위해 설치한 그물망도 주변에 쳐져 있었다. 한 주민은 “낮에는 집에서 빨래하거나 일을 보러 집에 왔다가도 다시 저녁에 체육관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미장관맨션 바로 옆 대성아파트는 전체 6개동 가운데 3개동이 위험 판정을 받아 폐쇄됐다. 폐쇄된 D·E·F동은 이사하면서 버리고 간 가재도구가 나뒹굴고 있었고 창이나 문이 열린 곳이 많아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흥해초등학교 본관은 몇 달 전 모두 철거됐다고 전했다. 조금 떨어진 경림뉴소망아파트도 지진 피해로 폐쇄돼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림뉴소망아파트 바로 옆에는 컨테이너로 지은 임시주택인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올해 2월부터 지진 피해를 당한 32가구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의 주택은 방, 화장실, 부엌 겸 거실이 있는 원룸 형태 주거지와 가재도구를 둘 수 있는 창고로 구성됐다. 이곳에도 낮에는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한적했다. 이주단지에 살고 있는 김아무개(83)할아버지는 “2년 안에 집을 지어 나가야 하는데 어디에 어떻게 해서 나가야 살아야 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 포항지진은 국가과실의 사회적 재난
포항시민들은 “포항지진은 국가과실의 사회적 재난”이라며 “유발지진을 인정하라”고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규모 5.4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해 일어난 ‘유발지진’이라는 의혹이 점점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발지진에 대한 관계기관의 은폐 의혹마저 제기되는 가운데 철저한 조사와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민결의대회가 처음으로 열려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포항지진 직후 고려대 이진한 교수가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 의혹을 제기하자 학계는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여 왔다. 하지만 포항지진 발생 전에 63차례의 크고 작은 유발지진이 있었고 지하 관정과 지진 발생지점이 일치하는 등 유발지진이 확실하다는 논문이 세계적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실리면서 유발지진에 대한 확신은 더 커졌다. 게다가 포항지진을 연구하고 있는 정부조사단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관계기관이 유발지진 의혹을 감추기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 악화됐다.

지난달 5일에는 포항시 덕업관에서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진상규명 및 대응을 위한 포항시민대책위원회’와 (사)포항지역발전협의회가 공동개최한 이날 집회에는 포항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고 한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국내외 학계의 유력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책임 인정을 회피하고 있다고 규탄했다는 것. 참석자들은 정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피해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구호를 제창했다. 또 명확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유발지진 발생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책임자들을 상대로 직무유기 및 업무상 중과실 치상 등의 혐의로 형사적 대응과 함께 재산피해에 대한 민사 조치에도 나서겠다는 요지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와 관련 대책위 신성환 공동대표는 “국내외 지진전문가들의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본진에 앞선 63회 유발지진 발생을 은폐한데 이어 최근 내부 문건 작성까지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 임재현 사무국장도 “포항지진은 국가의 과실에 의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정부는 포항지진을 역대 정부의 안전불감증과 행정편의주의에 의한 재난적폐로 규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2016년 규모 5.8의 경주지진이 지난해 규모 5.4의 포항지진을 일으킨 방아쇠 가운데 하나로 향후 지진 위험성이 상존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대지진 이후 안정적인 단일 판상 지역 내 중간 규모 지진들의 앞당겨진 발생과 특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경주지진이 인접 지역의 응력작용공간(응력장)을 변화시키면서 오랜 세월 응력(스트레스)이 쌓여 있던 포항지역의 지진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경주지진에 의한 포항지역 응력변화 수준(0.002bar)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임계응력 변화 수준(0.0001bar) 값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홍 교수는 앞서 2016년 경주지진 발생 직후 “경주에서 남서 방향 또는 북동 방향에서 다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 경주 북동쪽인 포항에서 이듬해 지진이 났다. 연구팀은 또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 지진 발생률이 이례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한반도 동남권에 축적된 응력이 향후 더 잦은 지진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우선 동일본 대지진에 따라 한반도 지각을 구성하는 매질 입자 간 응집력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즉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응력 변동까지 일으켰다는 것. 이 같은 분석은 동일본 대지진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 지진 상황을 비교한 결과다. 1978년 계기 지진 관측 이후 규모 5 수준 국내 지진 발생률은 한 해 평균 0.15회였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듬해엔 한 해 평균 0.71회로 크게 늘었다. 통계적 관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포항지진 발생 원인이 지열발전소에 있다는 내용으로 이진한 고려대 교수 등 국내외 연구진이 2018년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던 연구 논문과는 상반된 결과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홍태경 교수는 포항지진을 분석한 결과 진앙의 깊이가 6km로 분석돼 지하 4km인 지열발전소의 입수구와 배수구와는 차이가 났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18년 3월부터 대한지질학회와 함께 포항지진 조사단을 꾸려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2019년 2월까지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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