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게 보내준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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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게 보내준 천사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0.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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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홍성 사람, 다문화 가족 만세 <16>

홍북읍 신경리 조경철, 조은하
홍북읍의 집에서 만난 조경철, 조은하 씨.

한국의 사진작가 김영갑은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사진 작업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돌 하나하나 자신의 마음을 담아 두모악 갤러리를 만들었다. 이제 갤러리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사진작가의 애잔하고 가슴 벅찬 사진을 관람한다, 루게릭병은 근위축성측색경화증으로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이 손상되는 희귀 질환이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조경철 씨의 옆에는 필리핀에서 온 조은하 씨가 있다.

조은하 씨는 필리핀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학업을 그만두고 이후 아버지 병시중을 거들었다. 그러나 결국 아버지는 3년을 넘기지 못하고 55세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으로 시집 간 친척언니가 지금의 남편을 소개했다. 남편이 장애인이었지만 3년 동안 아버지를 병간호를 해서인지 장애인에 대한 별다른 편견이나 거부감은 없었다.”

국제결혼을 하면서 장애인이었기에 까다로운 절차들이 진행되면서 은하 씨는 2008년이 되어서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오자마자 조경철 씨는 은하 씨를 이주민센터로 보냈다. “우리 집사람이 언어 능력이 남다른 것 같다. 다른 사람보다 한국말을 빨리 배웠다.”

조경철 씨의 병을 두고 주변 사람들은 30세를 넘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60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조은하 씨가 그 옆을 지키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은하 씨는 아침에는 홍동면에 있는 꿀벌 관리를 하고 오후에는 한국어공부를 한 뒤 남편의 물리치료를 도우는 일을 하루도 쉬지 않았다. 또한 남편의 유전자가 자녀에게 유전될 수 있어 자식을 낳지 말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섯 명의 자녀를 출산해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 얼마 전 큰 딸은 육상선수 일인자로 충남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은하 씨는 몸이 불편한 남편을 도와 벌꿀 생산하는 일에도 힘을 보탰다. 처음에는 벌에 쏘여 울기도 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조경철 씨는 미안함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은하 씨는 남편을 안심시키며 묵묵하게 일하며 로얄젤리 생산에 정성을 쏟았다.

은하 씨가 넷째를 출산하면서 조경철 씨 혼자 일을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 병원에 가니 오십견과 목디스크가 왔다며 수술을 권유했다. 그러나 은하 씨는 매일 남편에게 벌침을 놓아줬고 목디스크가 나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스물다섯 살 나이를 극복하고 잉꼬부부로 소문난 부부는 홍성군다문화센터에서 행복한가정상을 받고, 한국지체장애인협회로부터 전국장애인배우자 여성상도 받았다. 그리고 지난 7일에는 제35회 영농생활수기 다문화부문 우수작을 받았다.

조경철 씨는 “우리 집사람은 나를 이 세상에서 최고 행복한 남편으로 만들어준 사람이며 하늘에서 내게 내려준 천사다. 그동안 내가 아내에게 받은 것이 많아 아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은하 씨는 까맣고 동그란 눈을 깜박이며 이렇게 말한다. “별 다른 꿈이나 욕심은 없다. 그저 지금 하고 있는 벌꿀 일을 꾸준하게 계속하고 남편이 건강하면 된다.”

직장 생활을 하며 혼자 하는 살림에 힘들다고 토로하는 직장맘들의 입장에서는 멀고 먼 타국에서 건너와 몸이 아픈 남편과 양봉 일을 하고, 다섯 아이를 키우는 은하 씨는 어쩌면 이 시대의 슈퍼우먼으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자신만의 몫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은하 씨 역시 국적을 초월해 자신 몫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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