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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모토 지진 발생 2년, 현장에서 배운다충청권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8>
  • 취재=한기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1.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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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지진으로 붕괴된 구마모토성의 복구를 위해 성 돌에 번호를 메겨 보관하고 있으며 붕괴직전의 성벽에는 보호그물망을 쳐 보존하고 있다.

구마모토성 돌담 전체면적 7만9000㎡ 서울광장 잔디면적 12배
지진 이전에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대부분 원래 모습대로 복원
지진 발생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대비는 가능하다
신속, 현장 중심,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 구조, 지진 대응 3원칙


일본 규슈의 대표적 도시 구마모토시의 거리는 구마모토성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다. 도시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구마모토성은 지진으로 인해 외벽 대부분이 무너져 있었다. 복원작업을 시작했지만 언제 복원이 될지는 모른다는 설명이다.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지 몰라 일본 사람들에게도 구마모토성은 아픈 공간이 되고 있다. 구마모토성에 있는 돌담의 전체 면적은 7만9000여㎡로 서울광장 잔디 면적의 12배를 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 30% 정도가 지진의 진동으로 뒤틀리거나 부풀어 올랐고 10%가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구마모토성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곳은 천수각을 떠받치는 돌담이었다. 여기저기 당시 지진으로 무너진 성벽과 기와지붕도 눈에 들어왔다.

구마모토지진과 관련해 구마모토성관리사무소의 구로키 과장은 “이처럼 피해를 본 곳이 많지만 걱정이 되진 않는다”고 말하고 “지진 이전에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대부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구마모토성에 대한 기록을 남겨뒀다”고 설명한다. “돌에는 숫자가 적혀있고 수년 전 사진도 찍어뒀기 때문에 다소 복원에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무너져 내린 성벽의 돌과 목재 등 기존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원형에 가깝게 다시는 지진이 발생해도 붕괴되지 않도록 복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구마모토성 현장에는 복원작업을 위해 무너진 바위를 분류해 놓은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돌 하나하나에 일일이 번호를 써서 일렬로 가지런하게 분류해 놓았다. 이 번호대로 복원을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지진이 발생해도 파괴되지 않도록 복원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걸려도 철저하게 원칙을 지킨다는 설명이다. 기존의 목재들은 옮겨서 따로 보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마모토성의 완전 복원에는 대략 634억 엔, 우리 돈으로 약 6974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 건축물 내진 설계와 철저한 반복 훈련
일본에서는 지난 2016년 4월 구마모토 현에서 일어난 대지진(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진도 7이상을 기록)으로 인해 피난민 18만 명이 발생했다. 건물 전체 혹은 절반이 파손된 것이 3만 채 이상이며, 규슈의 가고시마 현에 소재한 센다이원전에 미칠 영향이 염려되고 있다. 지진 발생 사흘 후, 구마모토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진 피해지역 NGO협동센터’에 주목하게 된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계기로 1995년에 발족된 곳으로, 구마모토시 니시하라촌에 활동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이곳은 진원에 가까운 곳이다. 니시하라촌에서는 볼런티어센터 내에 네 군데 위성센터를 마련했다. 그리고 현지의 자원활동가가 해당 지역 사람들의 ‘수요(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찾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렇게 수합된 의견은 위성센터의 직원이 조정하고, 대응한다. 위성센터의 운영 방식은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 만들어진 획기적인 지원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지진피해 지원활동은 볼런티어센터가 현지에 지시를 내리는 톱-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엔 큰 한계가 있다. 가령 자원활동가가 A씨의 집에 가면 A씨를 도울 수 있을 뿐이지, 그 외에 지시받지 않은 활동은 할 수 없다. 반면 위성센터의 방식이라면 자원활동가가 현장 주위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듣고 지원도 할 수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10%가 집중되는 지진 대국이다. 다른 나라라면 큰 피해를 낳을 수도 있는 규모 6 정도의 지진에도 일본은 끄떡없다. 건축물 내진 설계와 함께 철저한 반복 훈련을 통해 지진 매뉴얼을 평소부터 몸에 익히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수시로 지진 대피 훈련이 실시된다. 매뉴얼에 따라 일단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긴 뒤 진동이 약해지면 머리에 방석이나 가방 등을 올리고 운동장으로 대피한다. 공동주택과 상업시설, 사무용 빌딩 등에서도 정기적으로 방재훈련이 이뤄진다. 출석 확인까지 한다. 사무실의 경우 직원 중 1명이 반드시 ‘방화·방재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5년에 한 번씩 시험이나 수강을 통해 자격을 갱신한다. 소방방재청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방재센터에 지진박물관을 설치해 지진의 실상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미야자와 마사히로(宮沢正浩) 방재센터 소장은 “지진 발생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지만 대비는 가능하다”며 “지진 체험과 반복 훈련을 통해 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 구마모토성의 천수각은 지난 2016년 지진으로 복구중이다. 하지만 1960년(소화 35년) 에도시대와 메이지시대 초기의 사진 등 옛 자료를 근거로 성벽과 외관을 복구하고 있다.

■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 중심 비상 대응
일본 정부는 ‘신속, 현장 중심,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 구조’를 지진 대응의 3원칙으로 내걸고 있다. 내각부는 2014년 ‘대규모 지진 방재·감재(減災)대책 대강(大綱)’을 마련했다. 사전 방재와 재해 발생 시 효과적 재해 응급대책, 재해지 안팎의 혼란 방지, 다양한 지역적 과제 대응, 2차 재해·복합재해 대응, 본격 복구 등 6개 부분으로 나눠 지진방재 시스템을 완성했다. 건축물 내진화와 지진해일 대책, 유사시 전기·가스·수도 등 생명선 확보, 자원봉사자들과의 연대 방안도 매뉴얼로 만들었다. 지진이 발생하면 ‘J-얼러트(Alert)’로 불리는 ‘전국순간경보시스템’이 즉시 가동된다. 지진의 규모와 진원의 깊이, 지진해일 발생 여부를 해당 지역 주민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한다. 지진 발생을 알리는 경보음도 요란하게 울린다. 일본 기상청은 수퍼컴퓨터를 이용해 지진의 상황을 수초 안에 분석한 뒤 국가재난방송사인 NHK 등 방송사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TV에선 지진 속보 자막이 곧바로 뜬다. 지진의 규모가 클 경우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속보 체제로 돌입한다. 정규 방송을 재개한 뒤에도 화면 위아래와 측면에 지진 속보가 계속 이어진다.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를 중심으로 비상 대응에 나선다. 구마모토(熊本)현에서 규모 6.5의 1차 강진이 발생한 2016년 4월 14일 오후 9시26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도쿄 시내 식당에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당시 자민당 정조회장 등과 식사 중이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지진 보고를 받고 5분 후인 9시41분 기자들 앞에 섰다. “재해 응급대책에 전력을 다하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후 곧장 총리관저로 돌아와 9시54분부터 위기관리센터를 지휘했다.

다음날 오전 현장 시찰 계획을 밝혔지만 16일 새벽 규모 7.3의 2차 강진이 발생하자 “피해 수습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피해 지역 방문을 취소했다.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국가 공공기관과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일반 기업과 시민 자원봉사단체 등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자위대는 지진 발생 초기 신속하게 피해 현장에 들어가 구조와 주민 지원 활동을 벌였다. 구마모토 지진 피해 지역에는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가 몰렸다. 구마모토시 버스터미널 앞 자원봉사센터에는 봉사자들이 길게 늘어섰으며, 2차 강진 발생 나흘 뒤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 등에서 비행기를 타고 지진 피해 지역에 들어왔다.

구마모토성 지진피해 현장을 취재하던 중 우연하게도 당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삿포로출신인 하야시 순이치(林俊一·70)를 만났다. 그는 “당시에 구마모토와 인연은 없었지만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봉사자로 참여했었다”며 “닷새 동안 구마모토에 머무르면서 이재민들을 도왔으며, 가족들과 함께 해마다 한 번씩 구마모토성을 찾는다”고 밝혔다.

일본의 높은 시민의식은 지진 피해 현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식수와 빵·오니기리(주먹밥) 등 비상식량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사람들이 몰리지만 식품 사재기는 찾아볼 수 없다. “내가 많이 사면 다른 사람이 굶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전한다. 대피소에서 구호물품을 나눠줄 때도 긴 줄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2시간을 기다려도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새치기하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과연 지진 대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인들이 지진이 발생했을 때 보여주는 이러한 자세는 우리도 꼭 배워야 할 시민의식이 아닐까.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한기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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