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빈집의 문화적 재생 스토리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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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 빈집의 문화적 재생 스토리 발굴
  • 취재=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1.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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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빈집에서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 <9>
전북 완주군이 빈 창고를 활용, 도시재생사업으로 삼례문화예술촌을 조성했으며 빈집을 활용, 반값임대주택과 귀농인의 집 등을 조성하고 있다.

빈집 정비, 경관을 개선시켜 반값임대주택 등의 사업 전개
리모델링 등을 통한 빈집의 활용은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
완주 도시재생 사례, 빈 창고 활용 삼례문화예술촌 대표적
귀농·귀촌 정보제공 등 예비 귀농인 안정적 정착 지원해


전북지역의 빈집이 지난해 11월 기준 7만7631채를 훌쩍 넘기면서 공가(空家) 활용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의 일탈 장소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빈집에 대한 정비가 시급한 실정인 이유다. 수도 없이 많은 농촌의 빈집은 오늘날 우리 농업과 농촌이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빈집을 통해 우리 농촌의 비극적 상황을 보면서 우울한 느낌을 갖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농촌 경제의 침체, 문화 시설의 도시 편중, 자녀 교육에 관한 문제 동으로 이농 현상이 심화되면서 급증해 버린 농촌의 빈집은 여러 가지 행정적인 문제들까지 발생시켜왔다. 주거 환경 저해, 청소년 탈선 공간, 안전사고 위험들의 사회적 병폐 요인이 돼왔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골칫거리인 빈집, 대책은 없을까? 전북 완주군도 흉물로 방치된 빈집을 정비해 경관을 개선시켜 ‘반값임대주택’을 마련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리모델링을 통한 빈집의 활용은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골칫거리인 빈집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새로운 모델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한편 청년 예술가는 대체로 가난하다. 대부분 무명(無名)이어서 작품이 잘 팔리지 않아서다. 주로 도시에서 활동하기에 오롯이 작업할 공간조차 갖기 어렵다. 반면 농촌은 빈집 등 안 쓰고 놀리는 공간이 많아 활용가치가 높다. 젊은이들은 학교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남은 주민은 65세 이상 노인이 대다수다. 예술 작품이나 공연 등을 볼 기회는 더더구나 드물다. 이런 젊은 작가들의 고민과 농촌의 구조적 한계를 한꺼번에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북 완주군이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다양한 실험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 완주, 도시재생 공간 확장 시도
전북 완주군의 도시재생 사례로는 삼례문화예술촌이 대표적이다. 완주군 삼례읍은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조선시대 역참지 등 역사적 흔적을 지닌 지역이다. 삼례 양곡창고는 2010년까지 창고로 사용되었으나, 전라선 복선화로 철로와 역사가 옮겨가면서 기능을 잃었다. 이후 양곡창고 천장이나 외벽 등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었다. 2013년 개관한 삼례문화예술촌은 1920년대 지어진 창고 5동과 주거공간 1동, 1970년대 세워진 창고 1동 등 총 7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각각 김상림 목공소, 디자인뮤지엄, 문화카페, 비주얼미디어아트미술관, 책·공방아트센터, 책박물관, 운영사무동으로 활용한다. 특징적인 부분은 각 공간을 위탁기관(삼삼예예미미협동조합)소속 관장이 운영해 전문성·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행정은 위탁기관 이견을 조율하는 중재자적 역할을 취한다는 점이다. 위탁기관을 먼저 선정하고 이후 설계와 시공을 진행하면서 리모델링 기간과 비용을 절약했을 뿐만 아니라 특색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도 했다. 현재는 비료창고를 리모델링한 ‘책마을 문화센터’와 뷔페형 레스토랑인 ‘새참수레’ 등을 통해 인근으로 도시재생 공간을 확장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적으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완주군 문화예술과 김미경 주무관은 “최근 유휴자원을 문화예술시설로 변모하는 사례를 보면 ‘공간 다양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삼례문화예술촌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로 삼례문화예술촌 위탁기관의 자립 운영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삼례문화예술촌과 삼례책마을 통합브랜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주군의 또 다른 도시재생 사례는 복합문화지구 누에(nu-e)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잠종장으로 알려진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 잠업시험지의 건물과 부지를 복합문화지구로 전환·재생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1985년 완주군 용진면을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 잠업시험지 신청사 부지로 선정하고, 토지 6만여 평에 건물 28동을 신축했다. 1987년 잠업시험장, 잠업검사소가 순차적으로 이전했다. 2011년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 잠업시험지가 부안누에타운으로 이전하면서 빈 곳으로 남았다. 이후 2013년 완주군이 잠종장 부지 매입하면서 ‘폐산업시설의 문화시설 활용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2014년에는 에너지적정기술센터 조성사업에 착수하고, 2015~2016년 잠종장 부지 건물 총 10동을 문화시설로 리모델링했다. 2016년에는 건물 4동이 완주가족문화교육원으로 개관했다. 문화시설은 도자, 목공, 칠보, 천연염색 등 공예분야 창작공간으로 활용한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레지던스 작가 7명을 선정해 창작지원금과 재료비 등을 지원했다. 내년 6월께 정식 개관한다.
 

빈 창고를 활용해 조성한 책 공방 아트센터의 실내 모습.

■ 빈집활용 반값임대주택·귀농인의 집
완주군에 따르면 흉물로 방치된 빈집을 정비해 경관을 개선시키고, 입주자에게는 쾌적한 복지환경을 제공하는 ‘빈집활용 반값임대주택 제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신청대상자 중 2동만을 한정해 지원하며, 신청은 관내 빈집의 소유자면 누구나 가능하다. 1동당 개량비 1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초과비용 발생 시에는 건물주가 부담해야 한다. 개량 완료 후에는 주변시세의 전·월세 반값으로 5년간 임차인(입주대상자)에게 임대해야 한다. 의무임대기간 5년 후에는 건물주 자신이 직접 거주하거나 기타 편의적 이용가치가 있는 대로 활용을 모색하면 된다. 이와 같이 완주군은 이 사업이 경관 개선과 주거 공급까지 이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주군 신세희 도시개발과장은 “빈집활용 반값임대주택 제공 사업은 안정적 정주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경제 부담을 해소시키자는 취지가 담겨져 있다”며 “빈집 보수 사업비 등을 지원하고, 귀농ㆍ귀촌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예비 귀농인이 완주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관심을 당부했다.

또한 완주군은 빈집을 수리·리모델링하여 귀농인의 집으로 조성·운영하는 귀농인의 집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귀농인의 집 조성 사업은 귀농인 유치를 위해 마을협의회가 지역 내 빈집을 확보해 소유주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예비 귀농인이 일정기간 머물며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완주군은 선정 마을에 대해 빈집 보수 사업비 2000만원을 지원하고, 귀농·귀촌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예비 귀농인이 완주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농촌의 방치된 빈집 중 쓸 만한 빈집 5곳을 선정해 농인의 집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며, 향후 5년 동안 20개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완주군은 올해 총 2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귀농귀촌 행복 멘토단 운영, 귀농귀촌 인턴쉽, 동아리 지원, 재능기부활동 등 다양한 도시민 유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가족과 함께 일정기간 머물면서 지역 체험 및 농업창업 과정을 한 번에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건립해 지난해 10월 완공했다.

한편 완주군 귀농·귀촌인은 2012년에 154세대에서 2013년 530세대, 2014년 898세대, 2015년 911세대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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