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길,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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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길, 갯벌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2.0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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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면으로 떠나는 맛있는 홍성

옥희 할매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오늘은 11물이라 물이 늦은 시간에 빠지지만 조금을 제외하고는 새벽 5시면 하루를 시작한다. 조금 때가 쉬는 날이니 나갈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나간다. 애벌빨래를 해서 세탁기를 돌려 마당에 널고 밥솥에 쌀을 씻어 앉힌다. 그 사이 방 청소를 후딱 해치운다. 7시에 아침식사를 한다. 뻘에 나가는 날엔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2~3시까지 작업을 해야 하니 중간에 밥을 먹으러 다시 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8시가 조금 넘어 뻘에 도착한다. 아직 물이 빠지려면 더 기다려야 하기에 엉덩이를 대고 돌팍에 앉는다.

24살에 청양에서 시집 와 지금까지 물질을 하고 살았다. 살려면 어쩔 수 없다. 올해 일흔다섯 살이 됐으니 그 고생을 말해 뭣하겠는가. 그래도 놀면 심심하다. 굴을 캐면 대충 품이 어느 정도 나오는 걸 뻔히 아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자식들은 하지 말라고 하는데 쉬엄쉬엄 한다고 해도 하다보면 허리 아프고 무릎도 아프다. 갈산장이나 홍성장에 내다 팔면 품돈이 되어 고쟁이 속으로 들어오면 든든하니 그 맛으로 산다. 어느 새 물이 빠지기 시작한다. 옥희 할매는 장화를 신고 갯벌로 자박자박 걸어간다.

 

갯벌에서 굴을 캐는 마을 아낙네들.

서부면 궁리의 겨울은 분주하다. 천수만이나 보령에서 가져온 굴을 내다 팔기도 하지만 궁리 포구에 바닷물이 빠지면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의 분주하고 조용한 작업이 시작된다. 5~6시간을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하니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굴을 캐고 바지락을 캐서 자식 농사 다 지었다고 말들 한다.

궁리포구 굴·수산물축제추진위원회에서는 지난달 15일부터 오는 3월 15일까지 굴·수산물 축제를 하고 있다. 주말이면 외부에서 온 관광객들이 포장마차 주변을 돌며 적당한 곳에 들어가 굴 등의 수산물을 즐긴다. 굴 구이, 굴 무침, 굴젓, 칼국수 등 딱 지금 한 때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칼슘의 보고다. 굴을 넣고 끓인 뽀얀 미역국 정도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생굴을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에 무친 굴 무침은 보는 이의 침샘을 자극한다. 특히 굴 구이는 먹는 맛과 더불어 직접 굴을 구어 가며 하나씩 까먹는 재미에 어른 아이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다.

굴을 판매하고 있는 한 주민은 “바다 속을 내 어찌 알겠는가. 올해는 어딜 가도 물량이 적다고 한다. 천수만이나 보령에서 굴을 가지고 오거나 요 앞 뻘에서 자연산 굴을 캐서 팔기도 한다”고 말한다.

직접 지은 고추농사로 만든 빠알간 고춧가루로 싱싱하게 굴을 무쳐내는 조정숙 할머니(사진 왼쪽), 굴을 1차로 물에 깨끗이 씻어 손질하고 있는 마을주민.
남당항 새조개 축제를 맞아 새조개가 한창이다.

한편 서부면 남당리에서는 다음달 1일부터 제16회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를 시작한다. 오는 3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축제는 풍성한 먹거리 행사와 주말 연날리기, 조개껍질 공예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남당항에서 새조개를 판매하는 한 주민은 “올해는 수확량이 적어 새조개 값이 많이 올랐지만 잠수부가 깊이 들어가 캐온 새조개가 알이 크고 어느 때보다 맛이 좋다”고 말한다. 새조개는 그 모습이 새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조개는 영양이 풍부하고 특히 닭고기처럼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며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도 좋다.

설 연휴, 궁리 포구와 남당항에서 아이들과 함께 바다 냄새 가득한 새조개와 굴로 풍성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보자.

물이 빠지면서 홀로 갯벌에 나가 굴을 캐고 있는 김옥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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