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기미년 3·1독립만세운동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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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기미년 3·1독립만세운동 중심에 서다
  • 취재·글=한관우/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9.04.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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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만해 열반 75주년 기획<1>
충남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 491번지의 만해 한용운 생가 모습.

홍주출신의 만해 한용운(萬海 韓龍雲, 1879. 8. 29~1944. 6. 29)선사는 한국의 근현대사 인물 중 가장 폭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 중의 한사람으로 꼽힌다. 깨달음의 길을 걸었던 수행자의 한사람이었으며, 격랑의 근대사를 온 몸으로 안고 살았던 실천적 지식인이기도 했다. 또한 시대의 아픔과 진리의 열망을 언어로 노래했던 시인이었고, 한편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부르짖었던 민족주의자요, 항일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이 모든 여정을 66년이라는 짧은 세월의 생을 살다간 만해 한용운 선사의 정신이며, 삶의 여정이다. 올해는 3·1독립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이다. 또한 만해 한용운 선사의 탄신 140년이자 열반 75주기를 맞는 뜻 깊은 해이다. 3·1독립운동 100주년과 만해 탄생 140년, 열반 75주기를 맞아 홍주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역사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는 만해의 사상과 업적, 삶의 정신과 흔적을 찾아 5000여리(800~1200여㎞ 왕복)의 길을 따라가 본다. 만해가 살아온 삶의 자취 속에서 오늘의 지혜를 찾으려는 일반 국민은 물론 자라나는 학생과 청소년들에게 체험과 교육의 공간을 서로 공유할 수 있을지 등 만해 선양사업의 의미와 가능성, 실현방안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3·1독립운동, 일제의 강점을 거부한 자주독립의 의지
만해 한용운, 3·1독립선언서 서명 공약 3장 직접 작성
1919년 3월~5월 사이 4만 6948명 체포 또는 투옥돼


근대 한국사에서 기미년 3·1독립운동은 가장 위대한 역사적 사건의 하나다. 1919년(기미년)의 3·1독립만세운동은 한국의 민족민주운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 열강들이 식민지 재편성을 시도하던 때에 세계사에도 일정하게 영향을 미쳤던 사건이다. 이러한 3·1독립운동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혁명’이라는 용어가 이미 등장했다. 이점은 이미 학술적인 쟁점으로 등장했지만, 그것은 사건을 바라보는 역사적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한 시대 역사를 움직였던 일련의 ‘사건’을 의미한다. 그러나 ‘혁명’은 그 운동력이 체제를 바꾸었거나 거기에 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미 ‘3·1혁명’이라고 부른 적이 있는데, 그것은 독립운동적 측면에서는 ‘민족혁명’적 성격을 가졌다고도 했다. 전근대적인 정치체제를 뒤엎고 새로운 정치사회체제를 재래했다는 점에서는 ‘민주혁명’으로 본 것이다. 3·1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은 이 시점에 그것을 ‘운동’으로 그냥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혁명’으로 재정립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역사를 새롭게 읽어가야 하는 우리의 과제이면서 결단을 필요로 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만해 한용운의 정신과 흔적을 따라가다
3·1독립운동은 일제의 강점을 거부하고 자주독립을 찾으려는 거족적인 독립운동이었다. 일제는 강점 후 기만적인 선전을 일삼았다. 한민족은 나라를 빼앗기고도 분통해하지 않는 ‘열등민족’이라느니, 일제의 ‘개혁정치’에 열복(悅服)하고 있다느니 하면서 자신들의 기만적인 식민통치를 호도하려는 선전활동을 계속했다. 3·1독립운동은 이 같은 기만적인 선전의 허구성과 일제의 거짓된 ‘개혁정치’의 실상을 폭로했다. 아울러 일제가 강점 10년 동안에 행한 통치가 한민족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는 무단통치였고, 한민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탈통치였으며, 한민족의 민족적 정체성을 파괴하려는 민족말살통치였음도 아울러 폭로했다. 이 거족적인 몸부림은 한민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자유와 평등, 평화와 공존에 바탕한 완전자주독립임을 드러냈다. 일제가 3·1독립운동 후에 형식적으로나마 무단통치를 폐지하고 문화통치를 표방하게 된 것은 이 운동으로 강점 후 10년간의 통치 자체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제의 문화통치라는 것도 종래의 식민통치를 더 교활하게 비튼 것이었다. 이렇듯 3·1독립만세운동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자료와 연구들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학문적 논거를 중심으로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만 독립만세운동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지역과 남녀노소, 신분과 이념, 종교와 신앙의 벽을 넘어 혼연일체로 승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국내외의 3·1독립만세운동 상황과 진행과정에서 그 가운데에 이곳 홍주출신으로 시인이자 승려이며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1879~1944)이 중심에 있었다. 따라서 이번 취재에서는 만해의 정신과 흔적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다만 취재라는 한계와 특성상 만해 한용운의 정신과 흔적을 따라 그의 삶의 철학과 삶의 자취속에서 남긴 흔적 등을 따라가 본다.

만해 한용운이 작성한 3·1독립선언서의 공약 3장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비폭력 평화적인 방법을 주장했다. 하지만 일제는 무도하게 총칼로 무차별적으로 살육을 감행해 조선인들에게 사상자를 많이 냈으며, 재산상에도 엄청나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 통계상으로는 1919년 3월~5월 사이에 4만 6948명이 체포 또는 투옥됐고, 2만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미결수 혹은 기결수로 수감됐으며, 1만5900여명이 부상당했고, 7500여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3·1독립운동은 국내에서만 전개된 것이 아니다. 한말 이래 해외로 나간 조선인이 거주하는 곳곳에서도 일어났다. 중국의 동북지역인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 미주지역 등에서도 각각 독립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3·1독립운동 당시 북간도에는 35만 명, 서간도에는 25만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국내의 만세운동 소식이 들리자 3월 13일 연길현 용정에서도 만세시위운동이 시작됐다. 각지에서 모인 한인들과 12개 한인학교 학생들도 합류해 용정에서 약 3만 명이 운집했고, 이 때 ‘독립선언포고문’이 선포됐다. 이어서 15일부터는 연길현 이도구·두도구·용두산·수산리·국자가·구사평·마패시·화전자·삼도구 등지에서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이 모여 만세시위를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화룡현에서도 3월 13일부터 5월 1일까지 14~5차례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만해 한용운(왼쪽). 두번째 부인 유숙원.

■만해 한용운, 독립운동의 중심에 서다
한용운은 1879년 8월 29일(기묘 음 7.12) 충청도 홍주(지금의 충남 홍성)의 결성면 성곡리 491번지(결성면 만해로 318번길 83)에서 한응준의 차남으로 태어났고, 어머니는 온양 박씨이며 본관은 청주, 본명은 정옥, 아명은 유천, 출가해서 득도할 때의 계명이 봉완, 법명은 용운, 법호는 만해로 돼있다. 고향에서 한문을 배웠고, 9세 때 ‘서상기’를 독파하고 ‘통감’과 ‘서경’을 통달한 천재였다고 전해진다. 1892년 천안 전씨를 아내로 맞고 서당 선생이 돼 동네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한다.1897년 의병의 실패로 몸을 피해 고향인 홍주를 떠나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 법주사, 연해주 등지를 전전 하다가 1904년 고향인 홍주로 돌아와서 수개월간 머물렀다고 한다. 같은 해 12월 21일 맏아들 보국(保國)을 얻는다. 1905년 1월 26일 백담사 김련곡 스님에게 득도, 전영제(영제선사)에 의해 수계하고, 4월에 이학암에게 ‘기신론’과 ‘능엄경’ ‘원각경’ 등을 수료했다. 1908년 4월 일본 경도, 동경 등지를 여행하면서 신문물을 배우고 동경의 조동종(曹洞宗)대학(현재 고마자와대학·駒澤大學)에서 불교와 서양철학을 청강하고 10월에 귀국한다. 

911년 박한영, 장금봉 등과 송광사에서 불교종무원을 창설했고, 같은 해 5월 종무원을 부산 범어사로 옮긴다. 1912년 불교경전을 대중화하기 위해 ‘불교대전’을 편찬하려고 경남 양산 통도사에 있는 고려대장경 1511부 6802권을 열람했고, ‘조선불교유신론’을 펴냈다. 1913년 불교강구회 총재에 취임하고 ‘불교대전’을 범어사에서 발행했다. 같은 해 5월 19일 통도사 불교강사에 취임했다. 1918년 9월 서울 계동 43번지에서 월간 교양지 ‘유심’을 창간해 편집·발행인을 맡아 12월까지 3호를 발행하고 중단됐다. 이때부터 문학창작에 힘을 쏟은 듯하다. 1919년 1월,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제창과 관련해 현상윤 등과 조선독립을 의논하고 3·1독립운동의 주동자로서 손병희를 포섭, 최남선이 작성한 조선독립선언서의 자구수정을 하고 공약 3장을 첨가한다. 이어 3월1일 서울 종로의 명월관 지점인 태화관에서 33인을 대표해 독립선언 연설을 하고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다. 1923년 물산장려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민립대학 설립운동을 전개했다. 1925년 6월 7일 오세암에서 ‘십현담주해’를 썼고, 8월 29일 ‘님의 침묵’을 탈고했다. 1927년에 신간회를 발기하고 경성지회장에 뽑혔다. 1929년 광주학생의거를 전국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민중대회를 열었고, 1930년에는 김법린, 최범술 등이 조직한 청년법려비밀결사 ‘만당’의 영수가 됐다. 1933년에 유숙원과 재혼하고 방응모, 박광 등의 성금으로 서울 성북동에 심우장(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기 싫다고 북향으로 지었다 함)을 짓고 임종할 때까지 그곳에서 생활했다. 1904년(2월 맏아들 한보국 태어남) 고향인 홍주로 잠시 돌아와 생활하다가 고향을 떠난 이후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44년 서울 성북동 심우장(尋牛莊)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고향인 홍주 땅을 밟아보지 못한 채 지금은 서울 중랑구 망우공원의 애국자 묘역에 묻혀 부인 유숙원과 함께 잠들어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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