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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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81>
  • 한지윤
  • 승인 2019.06.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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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백발의 시어머니가 정중한 인사말을 하고 젊은 며느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진찰실을 나갔다.
한 박사는 볼펜의 뒤끝으로 차트를 두어 번 두드리면서 옆에 서있는 간호사들에게,
“이거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하고 말했다.
“혼전관계인가요?”
이나미 간호사가 말했다.
“그런 것 같은데.”
“있어도 상관없지 않아요?”
젊은 간호사들이 말했다.
“자네들도 혼전관계 찬성파인가?”
“찬성이랄 건 없지만 절대로 없다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그 시어머니도 반대하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그렇다면 떳떳하게 말해 버려도 좋을 텐데요.”
“알 수 없군.”

언젠가는 그 이유가 밝혀질 것이라고 한 박사는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러나 그 사실이 수 시간 후 이내 밝혀질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그날 정오 가까운 시간에 접수를 보는 아가씨가 진찰실에 들어와서
“조금 전에 진찰받고 간 모진선씨란 분의 어머니가 선생님을 잠시 뵙겠다고 오셨는데요.”
하고 말했다.
“응, 그래? 다음 두 사람 정도 남았으니까 끝나거든 안내해요.”
점심시간을 미리 계산하고 오지 않았나 하고 한 박사는 생각했다.
두 사람의 환자를 보고 난 뒤에,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단정한 옷차림, 우아한 드레스에 온화한 표정을 짓고 시어머니가 입구에 서 있었다.
“괜찮습니다. 오전 중의 환자는 없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며늘아이를 역까지 보내놓고 저도 집으로 갈까했는데, 말씀 드린 것 같이 중절을 하게 되면 시일도 얼마 남지 않고 해서 되돌아 왔습니다.”
“거기 좀 앉으십시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보이고 있던 의사 선생님은 의술이 나쁘신 것은 아니지만 좀 이상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 의사 선생님은 저 쪽 집과 친해서 그런지 어쩐지 확실한 것을 말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염치불구하고 선생님을 뵈러 온 것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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