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만해마을, 한용운의 사상 선양 위한 실천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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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만해마을, 한용운의 사상 선양 위한 실천의 장
  • 취재·글=한관우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9.09.0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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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만해 열반 75주년 기획<21>
강원도 인제의 만해마을은 한용운의 사상을 선양하기 위한 실천의 장으로 설립됐다.

만해 한용운의 문학정신과 자유사상, 진보사상, 민족사상 선양
시벽(詩壁), 작고시인 50명, 생존 시인 100명 작품 동판에 새겨
만해광장, 500~600명 야외행사 할 수 있는 반원형의 열린 공간
만해마을에서는 해마다 8월이면 세계적 만해축전이 열리고 있어


강원도 인제 만해마을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1136-5에 위치하고 있다. 대지 1만 7450㎡위에 건축 면적 2562㎡로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다. 건물들의 앞뒤에는 내린천 상류인 북천과 설악산 자락인 안산이 자리해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산을 등지고 물이 앞에 놓인 형태)의 지형이다. 만해 한용운이 ‘님의 침묵’을 탈고한 지 78년, 1944년 입적한 지 59년이 흐른 지난 2003년 여름, ‘설악산 자락의 무거운 그림자’를 헤치고 만해 한용운의 호를 딴 ‘만해마을’을 완공한 것이다. 이 만해마을은 한국문학사의 대표적 시인이자 불교의 대선사, 민족의 독립운동가로 일제 강점기 암흑시대에 겨레의 가슴에 영원히 꺼지지 않을 민족혼을 불어 넣어준 만해 한용운의 문학정신과 자유사상, 진보사상, 민족사상을 높이 기리고 선양하기 위한 실천의 장으로 설립됐다.

■ 만해 한용운의 생애와 사상을 담다
인제 만해마을에는 정문인 ‘경절문’(徑截門)이 자리하고 있다. 두 장의 큰 돌판을 기역(ㄱ) 자로 이어붙인 듯한 현대적 감각의 경절문에 들어서면 ‘만해학교’(지상 2층)와 ‘문인의 집’(지상 4층, 지하 1층)이 마주보고 있다. 2000여 평의 부지에는 만해문학박물관·문인의 집·만해학교·심우장(尋牛莊) 등 5개 동의 현대식 건물과 만해광장, 만해평화지종(鍾), 만해상(像) 등이 들어서 있고, 님의 침묵 광장, 님의 침묵 산책로, 만해마을 운동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사업은 문인과 예술인 창작지원, 테마학교, 주말 사찰체험, 문예대학, 만해청소년학교 등이다.

특히 이채로운 점은 백담사 만해마을에 조성된 건물 안팎의 모든 현판을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과 명사들이 각각 담당했다. ‘백담사 만해마을’은 고은 시인이, ‘만해학교’는 신경림 시인이, 만해 스님이 말년에 기거했던 ‘심우장’은 이근배 시인의 작품이다. 또 ‘문인의 집’은 정진규 시인이, 만해광장의 ‘님의 침묵’은 이지엽 시조시인이, ‘만해문학박물관’은 김용직 평론가가 각각 담당했으며. 만해사의 ‘서원보전’은 백담사 회주 오현 스님이, 경절문은 보광사 효림 스님이 직접 썼다. ‘서원보전’에 봉안한 만해 스님 위패는 정진규 시인이, ‘만해평화지종’은 도올 김용옥, 종에 새겨진 글은 김재홍 문학평론가가 각각 정성을 기울인 작품들이다.

만해의 자료로 가득 찬 만해문학박물관은 만해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꼭 들러야 할 곳(지상 3층)이다. 1층 상설전시실, 2층 기획전시실, 3층 세미나실로 이뤄져 있으며 만해에 관한 자료를  모아놓고 있다. ‘만해문학박물관’을 들어가려면 입구 로비의 벽면으로부터 ‘만해연대기’와 만해의 친필 ‘풍상세월 유수인생(風箱歲月 流水人生)’를 만나게 된다. 좌측은 유리벽으로 외부전경이, 우측 벽면으로는 만해 초상화와 만나게 된다. 박물관 안 전면 유리벽 밖에는 만고를 담은 초월자의 모습을 한 만해의 동상이 손을 내민다.

“自由는 萬有의 生命이요 平和는 人類의 幸福이라”는 만해 한용운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벽면에는 삶의 행적과 만해의 주옥같은 시들로 가득하다. 가운데에는 님의 침묵, 조선불교유신론, 한권으로 읽는 팔만대장경 등 만해의 서적과 국내에서 출간한 만해 한용운의 관련서적들을 다양하게 진열해 놓았다. 1층에는 만해의 친필 서예와 작품집, ‘연보로 본 만해 선사의 생애’와 ‘주제로 본 만해 선사의 삶’ 등 그 일대기가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생전에 깊은 관계를 맺었던 조선일보 상설 코너도 마련돼 있다. 2층 기획전시실에는 미술, 사진, 서예, 서화전 등 문예작품 기획 및 초대전 기획전시공간이며, 3층 세미나실에는 한국대표 시인들의 시집을 진열하고, 소회의실(세미나실)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건물 밖의 담 벽에는 ‘시벽(詩壁)’을 만들어 작고시인 50명, 생존 시인 100명을 선정 작품을 동판에 새겨져 있다. 

‘문인의 집’은 문인 집필실과 4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객실 47개의 숙소와 학술세미나, 공연, 각종 회의장으로 사용하는 대강당 그리고 채식을 위주로 한 전통식당과 전통찻집을 구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조건 속에도 문학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작가들의 창작 의지를 살릴 수 있도록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의 만해마을은 한용운의 사상을 선양하기 위한 실천의 장으로 설립됐다.

■ 만해 정신의 학습장, 만해학교
‘만해학교’는 만해 한용운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 자연과 인간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공간이다. 학생관은 250여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청소년 및 대학생 단체숙소(MT, OT)가 있어 만남과 학습의 장(場)으로 모둠별 학습장, 레크레이션 등으로, 방학과 주말 등에 많이 이용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어쩌면 만해마을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물은 ‘만해사’인지도 모른다. ‘서원보전’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당은 21세기적 대웅전의 한 사례를 보여주는 현대적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건물이었다. 노출 콘크리트 2층 건물인 만해사는 1층 공간은 밑을 틔워 비우고 2층에 불상을 모신 법당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법당에는 불상만 하나 놓여있을 뿐 그 흔한 탱화 한 점 없다. 사방을 모두 유리문으로 해 문을 열지 않고도 내부에서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창문을 열면 불상 뒤편으로 빽빽하게 늘 푸른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자연의 후불탱화를 연출하는 곳이다. 불교라는 종교보다는 문화공간을 염두에 둔 현대식 건물이다. 사방이 한지 바른 창문으로만 구성돼 있다. 이곳은 만해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을 계승하고 ‘반야경’의 무소유 정신을 담은 곳이다. 자연과 인생이 공생하는 현대적 개념의 법당으로 사찰체험, 참선, 발우공양 등을 통해 참나(眞我)를 찾는 자리이기도 하다.

북천을 내려다보는 만해광장은 500~600명이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야외행사를 할 수 있는 반원형(半圓形)의 열린 공간이다. 뒷산의 풀과 나무들이 무대의 배경이 되는 열린 광장으로 물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시낭송회, 연극,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대동마당이라 할 수 있다. 

‘님의 침묵’중의 군말에서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갈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羊)이 그리워서 이 시(詩)를 쓴다’고 했다.  만해에게 있어서 ‘님’은 절대적인 존재였고, 그 ‘님’은 불교 승려로서, 독립운동가로서,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으로서 ‘길을 잃고 돌아갈 길을 잃은 어린 양’이었다. 만해 한용운이 우리의 곁을 떠난 지 75년이 넘었건만, 지금도 우리 민족의 영원한 ‘님’이 돼 이 땅에 역사의 등불을 밝혀 주고 있다. ‘님’은 갔지만 겨레의 가슴에서는 영원히 만해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만해의 혼과 목소리는 시(詩)가 돼 오늘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노래로 불리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만해마을의 님의 침묵 산책로는 만해의 기개처럼 쭉쭉 뻗은 적송과 청간수가 흐르는 맑은 호수를 따라 이어져 있어 솔바람 물결소리를 들으며 사색과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다. 만해의 생명사상을 바탕으로 우리의 소중한 자연을 공부하는 생태체험 학습장 숲속의 작은 교실, 생태 자연학습장, 레크레이션, 숲속의 작은 교실의 역할을 한다.

또한 이곳에는 조국의 통일과 만민의 평화안녕을 추구하는 의미에서 울리는 ‘만해평화지종(卍海平和之鐘)’이 있는데, 보통 사찰의 범종루라면 전통양식의 지붕과 단청, 누각의 모습을 하는데, 만해평화지종 범종루는 파격적으로 좌우기둥과 최소한의 비가름을 할 지붕만 있고 벽이 없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야말로 열린 공간이다. 누구나 만해마을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울릴 수 있다. 세상에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하고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사물소리와 함께 산을 울리고, 개울을 울리기 때문이다.

한편 휴전선이 멀지 않은 강원도 백담사 만해마을에는 세계 최초로 ‘평화의 시벽(詩壁)’이 세워져 있다. 세계 각국의 유명 시인들이 평화를 기원하는 시를 한 편씩 보내오고, 그 자필원고를 동판으로 떠붙여 벽을 만들었다. 국내 중견·원로 시인도 동참했다. 이곳 만해마을에서는 해마다 8월이면 만해축전이 열리고 있다. 이 땅의 문학사, 민족운동사, 불교사에 있어 불멸의 업적을 남긴 만해 한용운의 생애와 사상을 선양하기 위한 실천의 울림이 아닐까. 오늘도 7000만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꺼지지 않을 자유와 생명과 통일의 염원을 담고서 ‘만해평화지종(萬海平和之鐘)’이 울려 퍼지고 있다.

강원도 인제의 만해마을은 한용운의 사상을 선양하기 위한 실천의 장으로 설립됐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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