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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결혼 이주민들에게 듣는 명절 이야기추석특집

‘한민족’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고 우리 주변엔 많은 ‘이주민’들이 있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이 상식이 된 세상이다. 다음 주로 성큼 다가온 한가위가 가족 화합의 시간이 되듯, 이주민과 우리가 서로를 더 이해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지난달 31일 이주민센터 앞 하상주차장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아 뮤직 페스티벌에서 베트남,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의 이주민을 만나 그들의 고향 명절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어린이날과 같은 ‘음력 8월 15일’
베트남 하노이 근교 출신 짠 티 푸엉 씨

베트남은 남과 북의 영토가 길고 기후가 달라 문화도 남과 북이 다르다. 이번에 만난 짠 티 푸엉 씨<사진 왼쪽>는 베트남 북쪽 하노이 근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짠 티 푸엉 씨는 “베트남의 음력 8월 15일에 하는 명절은 한국과 의미가 달라요. 한국과 비교하자면 어린이 날입니다”라고 말했다. 음력 8월 15일은 큰 명절이 아니라 먼 곳에서 친척이 찾아온다거나 하지 않고 가볍게 과일을 준비하고 월병, 쌀국수 등을 해먹는다. 특히 이 날 월병은 꼭 빠트리지 않고 먹는 음식이라 추석의 송편과도 같은 의미를 가진다. “옛날엔 (월병을) 만들어서 먹다가 요샌 다들 사서 먹어요. 그런데 최근엔 아이들에게 문화를 가르쳐준다는 의미에서 다시 만들어서 먹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베트남은 남과 북의 문화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음력 8월 15일의 경우엔 남과 북이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가정에서는 음력 8월 15일이 큰 명절이 아니지만 마을단위로는 다르다. “마을 어른들이 사자춤을 한 달 전부터 연습해서 이날 저녁이 되면 각자 준비한 사자춤을 추면서 각 학교로 행진을 한다. 사자 행진이 각 학교별로 있는 것이다. 이 행진을 아이들이 뒤따라가는데 각자 다니는 학교로 행진해 들어가서 학교별로 논다”고 설명했다.

짠 티 푸엉 씨는 “베트남은 두 번의 큰 명절이 있어요. 설날과 음력 7월 15일에 하는 명절”이라고 말했다. 음력 7월 15일에 하는 명절이야말로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행사이다. “조상에 대한 제도 지내고 음식도 많이 만들어서 먼 가족까지 모여 함께 지낸다. 또 조상께 종이로 옷이나 가구들을 만들어 태운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종이로 된 물품을 태우면 그것을 조상들이 쓴다고 믿는다.

베트남에서 음력 7월 15일의 대표 음식은 남과 북이 다른데 북쪽은 ‘반쭝’, 북쪽은 ‘맴뗏’이라고 부르고 찹쌀, 녹두, 돼지고기가 두 음식의 기본 재료지만 이어 첨가되는 재료와 조리 방식이 달라진다.

베트남 설은 음식을 많이 준비하고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축제를 한다. 한국과 비슷한 점은 우리네 복돈 같은 돈을 준다는 것이다. 대신 절을 하지 않고 가족이 아니라 친분이 있는 사이면 누구에게나 인사하고 돈을 받는다는 점이 약간 다른 점이었다. 옛날에는 돈이 아니라 감사함을 표시하는 편지를 주고받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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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죵치우지에’(중추절, 음력 8월 15일)
중국 북부 심양 근교 출신인 오단 씨

중국은 나라가 넓고 다양한 민족이 살아서 지역에 따른 명절 문화의 차이가 크다. 이번에 만난 오단 씨는 중국 북부 심양 근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오단 씨는 “중국은 전통 명절과 국가에서 기리는 기념일이 혼재돼있다”고 말하며 “춘절(음력 12월 30일), 중추절(음력 8월 15일), 노동절(양력 5월 1일), 국경절(양력 10월 1일)”을 주요 명절로 꼽았다.

중국의 추석은 본래 국가 공휴일이 아니었고 1949년 이래 원단(양력 1월 1일), 춘절, 노동절, 국경절만이 국가 공휴일이었지만 2008년 민족정신 계승을 위해 청명(양력 4월 4일 또는 4월 5일), 단오(음력 5월 5일), 중추절이 공휴일로 지정됐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의 중추절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약할 수밖에 없다. 명절로 안 지낸지 60년이 돼서야 다시 명절로 인정받았으니 그만큼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고 의미도 작아져버렸다.

중추절은 한국만큼 큰 명절은 아니지만 오단 씨는 중추절에 가족이 모이고 추석 때 한국의 송편과 같은 상징성을 가진 ‘월병’을 꼭 먹는다고 했다. 또 “유래를 모르지만 자신의 고향에서는 ‘포도’를 꼭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단 씨는 중국은 필리핀과 비슷한 느낌으로 제사는 지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중추절에 하는 특별한 놀이도 없다는 설명이다. 대신 밤에 ‘공명당’(풍등하고 비슷한, 종이로 만든 네모난 연 안에 불을 켜서 넣어 바람에 띄우는 것)을 날리며 소원을 빈다.

한편 “춘절은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다”며 오단 씨는 고향에서는 “만두를 꼭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큰 명절인 춘절에는 만찬을 준비한다. 만찬에는 특이한 규칙이 있는데 제사나 차례가 아님에도 “반찬을 꼭 짝수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적으로 보아도 춘절은 국경일로서 격이 다른데 그 이유는 중국도 한국처럼 가족끼리 모이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나라가 넓은 것을 감안해 공휴일을 보통 1주일 이상으로 정한다.

또 춘절은 전날에 모여 밤 12시가 될 때 까지 방송을 보는데, 12시엔 큰 불꽃놀이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새해가 되고 나선 새해를 기념하며 밤을 새우며 아침까지 행사를 즐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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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명절은 Happy New Year
필리핀에서 온 조은하 씨

조근조근 말하고 침착한 모습에 비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조은하 씨는 필리핀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조은하라는 이름에 대해 자신은 개명을 했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에 대한 질문에 “필리핀은 전통적인 명절이 따로 없어요”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천주교가 국교가 된지 오래돼서 전통적인 명절 문화가 사라졌고, 크리스마스(양력 12월 25일)와 Happy New Year(양력 1월 1일)이 가장 큰 행사이다. 특별히 성당의 행사로 5월 마지막 일요일에 하는 필리핀 언어로 ‘플로레스 디 마이오’라고 불리는 행사가 있다고 한다. 양력 12월 1일에 추수감사절과 비슷한 명절이 있는데 음식을 간단하게 준비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행사가 있다.

행사의 크기로만 따지면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행사지만 가족의 행사로는 Happy New Year가 가장 큰 행사라고 말했다. 가족이 12월 31일에 모여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놀면서 밤 12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음식은 미꼬(필리핀식 찹쌀떡)와 스파게티, 과일 등을 곁들인 후 레천(필리핀식 통돼지 바비큐)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전체적으로 기념일에 음식을 간단히 준비하는 편인데 통돼지 바비큐를 준비하는 것에서 행사의 중요성을 짐작하게 했다.

5월 마지막 일요일에 하는 ‘플로레스 디 마이오’는 마을 사람들이 옷을 예쁘게 입고 마을 행진을 하는 행사이다.

필리핀은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전통 명절은 없는 점에서 색이 완전히 달랐다. 특히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큰일인데 거의 모든 기념일에 음식을 간단히 준비해 그 부담을 줄이는 것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차이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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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준비 기간만 한 달
캄보디아 찬사룬 씨, 호로트찬넹 씨

본인을 캄보디아에서 왔다고 소개한 찬사룬 씨<사진 왼쪽>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 것과 반대로 쑥쓰러워하며 친구인 호로트찬넹 씨를 소개하면서 함께 인터뷰했다.

찬사룬 씨는 캄보디아의 추석 명절에 대해 “내 고향은 추석 휴일이 한국과 비슷하게 3일정도 되지만 한국과는 달리 준비를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한 달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음식을 마을 사람과 같이 한 달 동안 장만하는데 준비한 음식을 사원에 갖다 드리면 스님이 마을의 건강, 행복 등을 기원하는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가족 행사라기보다는 마을 행사인 느낌이다.

호로트찬넹씨는 “캄보디아에서는 큰 명절을 따지면 설과 추석으로 한국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호로트찬넹씨가 말하는 한국과 캄보디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사였다. 돌아가신 날 고인을 기리기 위해 명절처럼 한 달 동안 준비하는데 온 마을이 같이 준비한다. 그리고 준비한 음식을 사원에 가져다주며 고인을 기리는 행사를 하는 것이다. 또 슬픈 노래를 다 같이 부른다. 따라서 제를 지내는 것이 가정 행사가 아니라 마을 모두의 행사인 것이다. 마치 우리 옛 선조들이 관혼상제 행사 때 했던 두레나 품앗이 활동처럼 한 가정의 행사를 위해 마을 모두가 나서는 것이다.

한편 캄보디아에선 명절 때 한국의 떡국이나 송편처럼 특별히 챙기는 음식은 없다. 그렇지만 모든 명절에는 떡을 꼭 만든다. 캄보디아의 떡은 만두와 비슷하게 속이 있다. 속으로 돼지고기를 넣으면 ‘넘쭉’이라고 부르고 속으로 바나나를 넣으면 ‘넘썸’이라고 부른다. ‘쭉’이라는 말은 “돼지 산”이라는 의미라고 호로트찬넹씨가 설명했다. 또 캄보디아 사람들은 떡을 만들 때 찹쌀을 깔고 꼭 녹두를 그 위에 깔고 속을 넣는다며 녹두에 대한 캄보디아 사람들의 사랑을 말했다.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이기에 명절이나 관혼상제에 불교가 깊숙이 관련된 느낌이다. 마을의 안녕에 대한 의식과 고인에 대한 제사를 모두 사원에서 지낸다니 사회에서 불교에 대한 위치가 짐작된다.

윤신영 기자  hjn.ys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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