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 독배포구에 바닷물이 통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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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 독배포구에 바닷물이 통하게 하라
  • 손규성(한겨레신문 편집부국장)
  • 승인 2009.12.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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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성의 홍주골 톺아보기
▲ 광천 옹암리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시절, 광천은 돈과 사람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도시였다(사진 위). 그렇지만 바닷물이 막히면서 점차 뱃길이 좁아져 소하천으로 변했다.

독일의 북쪽으로 네덜란드와 걸쳐있는 와덴해 연안에서는 다양한 갯벌복원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1970년대 산업화로 인해 심각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문제를 경험한 와덴해는 전체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독일 와덴해에는 인구 2000명의 작은 섬, 랑어욱이 있다. 잦은 홍수피해로 많은 사람이 떠나가던 이 섬에 여름이면 하루 10만 명의 관광객이 북적인다. 자전거와 전기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들이 랑어욱을 찾는 이유는 갯벌 때문이다. 한때 간척지였던 이곳에 둑을 허물고 갯벌생태계가 되돌아오면서 생긴 변화다. 가난한 섬이 독일 내에서도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하나가 된 비결, 관광수입이 지역경제의 99%를 차지하는 랑어욱을 번영의 길로 안내한 것은 갯벌생태계의 복원이었다. 또 밀려드는 해일과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더 높이 둑을 쌓아야만 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은 둑을 쌓는 대신 둑에 구멍을 뚫어 바닷물이 통하는 길을 열었다. 네덜란드는 해수유통을 통해 더 많은 간척지를 갯벌로 복원시키는 '역(逆) 간척'의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막혀 있던 바닷물이 자유롭게 드나든다는 것은 소통이다. 소통이 되는 자연은 생명력을 가진 변화를 가져온다.

바닷물이 광천 독배 포구까지 닿아야 한다

광천 '독배포구'. 정겹던 이 말은 홍성에서도 들어본 지 오래됐다. 바닷길이 없어진 지 오래됐고 길이 막히니 소통해야 할 바닷물이 막혔다. 만선의 어선이 들락거리고 물품을 내륙에 전해야 할 물선들이 사라졌다. 그곳엔 말라버린 강엿처럼 갯벌은 굳어졌고 갈대만이 시야를 덮고 있다. 광천은 그렇게 시들어갔고 홍성 역시 경제적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홍보지구 간척사업은 그 목적대로 활용도 못하고 광천을 말라가게 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간척지의 제방을 터야 한다. 바닷물이 독배 포구까지 닿아야 하고, 생선과 물품이 가득한 선박들이 유통돼야 한다. 어산물의 집산지가 되고 어산물을 사고파는 어류거래지가 돼야 한다. 광천이 살길이고 홍성이 번영하는 계기가 된다. 도청소재지의 포구, 독배 포구에 상인과 소비자, 관광객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면 홍광천이 살아나고 있다는 함성일 것이다. 

홍보지구의 제방을 모두 트거나 일부만 터 바닷물을 소통하는 갑문을 설치하면 우선 뱃길이 살아난다. 뱃길이 복원되면 선박이 드나들고 사람이 오가며 물류가 유통된다. 독배 포구가 살아나는 것이다. 뱃길이 살아나면 종착지인 독배는 선박의 종착지와 출발지가 되는 것은 물론 바다 물류의 집하장이 된다. 집하장은 당연히 시장이 형성되고 시장의 형성은 사람과 돈이 오가게 된다. 광천은 포구의 역사로 성장했다. 포구의 성쇠는 광천의 흥망을 좌우했다. 고려시대부터 그랬다. 포구는 뱃길의 영원성에 있다. 단절된 뱃길의 복원은 도시의 영원성에 대한 복귀이다. 지속가능성의 환원이다.

홍보지구 바닷물 환원, 갯벌 생태계의 복원

홍보지구 간척지의 바닷물 환원은 갯벌 생태계의 복원이다. 세계 5대 갯벌로 다양한 생태계를 가진 우리나라의 갯벌의 가치는 이미 확인된 지 오래됐다. 갯벌이 다시 우리 곁으로 오는 것이다. 갯벌은 어류생산 기지이다. 많은 해양생물이 산란장소와 성장장소로 이용하고 있고, 영양분이 풍부하고 탁도가 높아 적으로부터 보호받기에 용이하다. 또 갯벌에는 회유하는 철새들의 중간기착지로써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한 급식이나 휴식 또는 번식장소로 이용된다. 

갯벌은 오염정화 기능을 갖고 있다. 육상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갯벌의 오염정화능력은 서해안지역에서는 적조의 발생이 거의 없었다는 점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홍수 및 태풍조절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갯벌은 홍수에 따른 급속한 물의 흐름을 완화하여 저장하는 역할을 하여 물의 흐름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흘려보낸다. 또 단기간 홍수량을 조절하여 홍수에 따른 인명 및 재산피해를 감소시키고, 태풍이 연안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태풍의 영향을 감소하는 완충역할을 한다. 

그래서 역 간척 사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 "전문가 및 지자체를 통한 갯벌복원 대상지를 조사했더니, 전남도내 7개 시․군 42개소(22㎢) 포함한 전국 15개 시군에서 81개소 약 32㎢에 달하는 면적에 대해 복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인근 습지보호지역 지정여부, 생태계 기능개선 가능성, 향후 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순천․무안․진도․순천 등 전남도내 7개 시․군을 포함해 전국 17곳을 우선사업 대상지를 선정했다. 전남도내 갯벌 복원 우선사업 대상지로는 고흥군 풍양면 양식장을 비롯 무안 현경면 폐 양식장, 완도 군내면 연륙 교량화, 진도군 소포리 방파제 개선, 신안 증도면 화도 노두시설과 목포 앞바다 준설토 매립지 복원, 순천시 별량면 폐염전 등 7개 시․군 11개소가 선정됐다.

홍문표 사장, 갯벌 중요성 누구보다 잘 알아

홍보지구의 역 간척 제안에는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이를 개발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홍문표 사장이 우리 고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정치인 가운데 농․어업분야 전문가인 홍 사장은 갯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있다. 홍보지구 개발문제도 나름대로 복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 사장과의 인터뷰는 광천과 홍성의 미래를 밝게 하는 청사진을 엿보이기까지 했다. 홍보지구 제방의 일부를 갑문으로 전환해 광천의 독배 포구는 물론 구 장터까지 뱃길을 잇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런 구상이 실현되면 갯벌복원은 반은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개 낀 새벽 독배 포구에서 소리꾼 장사익의 구성된 노랫가락이 퍼질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그것은 광천의 부활이며 홍성의 미래를 위한 진군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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