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산·꽃사태, 봄마음 일렁이는 사랑스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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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산·꽃사태, 봄마음 일렁이는 사랑스런 마을
  • 전상진 기자
  • 승인 2010.05.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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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홍성읍 고암2리


온통 꽃산이다. 꽃사태가 났다. 꽃사태가 나듯 흐드러지게 피어나 봄이 무르익었다. 꽃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다. 멀리 다른 곳으로 꽃구경 갈 필요도 없다. 벚꽃이 활짝 피어나 봄 마음이 일렁이는 사랑스런 마을, 홍성읍 고암2리를 찾으면 된다.

▲ '문화동' 마을 전경.

마을사람들 합심으로 마살미동산 만들어

홍성읍 고암2리의 마을 뒷산 마살미 또는 마산(馬山)에는 마을에서 정성껏 가꾼 벚꽃이 올해 4월에도 어김없이 가득 차 피었다. 꼭 10년 전 마을에서는 이기식(67) 전 마을운영회장을 중심으로 왕벚나무, 겹벚나무, 잣나무를 마실미동산에 심었다. 지금은 왕벚나무 꽃이 활짝 피었고, 일주일이나 열흘쯤에는 겹벚나무 꽃이 피어오른다.


이 전 마을운영회장은 "마살미동산은 마을의 공동소유로 돼 있고 군이 소유하는 공원화는 반대하지만 군에서 관심을 가지고 유지, 관리해주길 바란다"며 "마을사람들이 이심전심으로 가꾼 공원에 나무를 캐가거나 꽃을 꺾는 등 훼손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읍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올 가을에는 공원에 나무를 더 보충해서 심을 계획을 갖고 있다"며 "내년 이맘때쯤에는 마살미동산에서 조촐한 다과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마살미동산에 핀 벚꽃이 더욱 아름다운 건 날마다 나무 가지치기는 물론 공원청소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해주는 마을어르신 김용태(78) 전 홍성군상이군경회장이 있어 가능하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봄나들이를 가거나 사랑하는 연인들이 꽃구경을 갈 요량이라면 멀리 다른 곳으로 에둘러가지 말고 고암2리 마살미동산을 찾으면 흠뻑 벚꽃향기에 취할 수 있다.

▲ 마살미동산의 정자. '연각정'이란 현판이 눈길을 끈다.

고암2리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마살미동산은 지난 1963년 마을 운영회 65가구가 참여해 당시 금액인 200환 씩을 나눠 1만2000환의 기금을 마련하고 마살미의 임야 7000여 평을 불하받아 일부는 개인에게 넘겨주고 나머지 6111평을 마을소유로 지금까지 관리해오고 있다. 이 마살미동산을 마을에서는 2000년 4월 벚꽃동산으로 가꿨고, 홍성군의 지원으로 체육시설을 갖추게 됐다. 마살미동산에 오르면 팔각정이 눈에 띄는데 정자 안 현판 글씨가 예사롭지 않다. 평생 교육자로 근무해오다 20여 년 전 홍성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엄익태(82) 노인회장이 쓴 <연각정(然覺亭)>(스스로 자연스럽게 자연을 느끼고 깨닫는 정자)라는 풀이만큼이나 마살미 주변경관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말이다. 엄 노인회장은 "마을에 인구나 가구 수가 너무 늘어나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맛은 없다"며 "그래도 해마다 봄이면 벚꽃잔치를 벌이는 마살미동산이 있고, 마을사람 화합이 잘 돼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말한다. 거기에다 엄 노인회장의 집터는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마을에서 가장 좋은 집터라고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또 마을에는 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전익수(82) 전 홍주중·고등학교 교장 부부가 살고 있다. 노부부는 금슬이 좋고 자녀 5남2녀를 훌륭하게 키워 자녀들 대부분이 교직에 몸담고 있다. 부인 김병희(79) 씨는 6~7년 전부터 그림을 시작해 집 옆에 <연화당(蓮華堂)>이란 화실을 마련해 문인화 작업에 여념이 없다.

▲ 마살미동산에 꽃구경 온 홍남초 5학년 학생들.

마을의 이모저모

홍성읍 고암2리는 조양문을 기준으로 남동쪽 약 200m에 위치한 마을이다. 동쪽으로는 고암1리와 고암3리, 서쪽으로는 오관리, 남쪽으로는 소암1리, 북쪽으로는 고암4리 및 오관리와 인접해 있다. 읍에서 29번 도로를 따라 청양방면으로 향하다보면 홍동면과 홍성읍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이 고암리이다. 예전부터 큰 도로 주변에 마을이 자리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마을이 번성했다고 한다. 고암2리는 마을 모습이 말의 입모양 같은 형상이라 <마구형(馬口形)마을> 또는 <마구셍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거리 이름에도 이 이름이 남아 있다. 또한 고암2리 마을은 자리하고 있는 위치로 인해 조선시대에는 역(驛)마을의 역할을 했다고 전하고 있다.

▲ 마을의 숙원은 넓은 중앙도로 신설이다.

조선시대 홍성은 내포의 중심 홍주목으로 다른 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던 곳으로, 이곳 고암2리는 외지에서 홍성읍으로 들어오는 외곽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마을에서 말 먹이를 주거나 말발굽에 편자를 바꿔달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 고암2리 마을사람들은 스스로 <문화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고암2리에 충청남도홍성교육청 및 홍성중학교, 홍남초등학교 등 학교시설이 주변에 있고, 홍성문화원이 자리하고 있어서 문화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정중희 이장이 정성껏 가꾼 집 뒤 정원.


고암2리에는 <초군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마을 운영회가 마을 전체 일을 담당하고 있다. 마을 운영회는 동산과 부동산을 합해 약 5~6억원에 달하는 제정상황을 지니고 있어 마을 전체행사를 풍족하게 치르고 있다고 한다. 운영회 조직은 1964년 당시 주익상 이장이 동산(마살미) 구입할 때 참여한 65가구를 대상으로 상조회(상포계)를 조직해 명칭을 초군계라 했다. 1966년에 초군계원이 70명으로 증가해 초군계를 고암2구 운영회로 승격했고, 1999년에는 초군계 가입 정회원은 120여명에 이르게 되면서 <문화동 운영회>로 승격하고 정관을 만들었다. 정관에는 "회원 상호간에 친목과 단합을 도모하고 문화동민으로서의 긍지와 전통을 계승하며 건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경로사상을 고취하는데 운영회의 목적이 있다"고 한다. 홍성군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해오다가 1991년 정년퇴직한 주익상(81) 현 운영회장은 "마을 일을 할 때 대외적으로는 이장이 맡고, 대내적으로는 운영회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며 "마을의 모든 일을 노인회 자문을 구하고 이장과 협의해 처리하고 있어 다른 마을보다 마을 화합이 잘 되는 편"이라고 말한다.

▲ 엄익태 노인회장 댁은 마을에서 가장 좋은 집터이다.

고암2리에는 <문화동 운영회>말고도 마을 일이라면 솔선수범하고 있는 정중희(53) 이장이 있다. 2008년 마을이장이 된 정 이장은 마을 숙원사업으로 "마을 소방도로가 있지만 폭이 너무 좁아 밤마다 차량들을 주차해놓으면 사람들이 다니기도 불편하다"며 "군에서 도로 폭을 넓혀 마을을 통과하는 중앙도로를 신설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신동아)아파트 건립 건설업체에 당시 마을소유 토지 800여 평을 공시지가로 팔아 4억 원 정도를 받았고, 토지소유 마을사람들이 똑같이 분배했다. 그런데 최근 당시 토지매매에 대해 세금이 실거래가격으로 산정돼 7500만원이나 나왔다.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며 "일이 합리적으로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걱정스런 마음을 표현했다.

▲ '문화동' 마을회관.

정 이장은 마실미동산 바로 아래에 있는 자신의 집과 집 위쪽 동산에까지 사철 야생화와 근사한 나무들로 꾸며놓았다. 정 이장의 세심한 노력 덕분에 <아름다운 정원>이 생겨났고, 마을도 온통 봄 꽃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마을로 꾸며져 있다.

▲ 전익수, 김병희 부부.

고암2리는 정 이장을 중심으로 남녀노인회 70여명의 회원이 있으며, 안기인(64) 부녀회장을 중심으로 45명의 부녀회원들과 주명수(51) 청년회장을 중심으로 30명의 청년회원들이 칠월칠석 마을화합잔치를 비롯해 음력 2월 초하루 정기총회, 여름 마살미동산 임시총회 등 마을 대소사에 자기 일처럼 열심히 마을 일에 봉사하고 있다.

▲ 마을의 자랑인 홍성교육청과 홍성중학교 전경.

현재 고암2리는 행정구역으로 6개 반으로 이뤄져 있으며, 별도의 반별 자연마을 이름은 없다고 한다. 총세대수는 430세대에 총인구는 1500여명 정도로 남자는 약 720명 정도, 여자는 약 780명 정도라고 한다. 그 중 농가는 30여 세대만 해당하고 대부분 마을사람들은 상업이나 자영업, 직장생활을 한다. 마을의 공공시설로는 마을회관이 있는데, 1994년 12월 27일 완공한 건물이다. 마을회관에는 동훈과 동민신조를 적은 액자가 걸려 있어 마을사람들 간의 효행, 자애, 선행, 예의, 화합 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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