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슬레이트지붕, 정부가 철거비용 책임지고 지자체는 실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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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슬레이트지붕, 정부가 철거비용 책임지고 지자체는 실행해야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0.11.0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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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충남도의회 농수산경제위(위원장 강철민) 의원들이 예산군 예산읍 창소리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옛 충남방적 신례원공장 현장을 찾았다. 슬레이트지붕으로 남아 있는 공장지붕의 석면피해 실상을 점검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옛 충남방적 신례원공장은 지난 1970년에 건립된 이래 2001년 3월 공장이전과 함께 현재까지 방치되면서 비산먼지와 석면 가루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날 의원들은 충남방적이 사유 재산이므로 제도권에서 주민 피해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점이 없지 않지만 기업이윤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생활권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충남방적에 요구했다. 또 1970년 준공된 뒤 내구연한이 지난 이 공장은 석면지붕의 면적이 3만여㎡나 되는데다 화재가 발생한 적도 있다고 지적하고, 충남방적과 행정기관에서 공동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 석면 1급 발암물질 지정문제는 석면이다. 석면(石綿.asbestos)은 그리스어로 불멸의 물건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섬유모양을 갖는 광물로 불에 타지 않고 어떤 화학물질에도 견디며 전기에도 반응하지 않고 닳지도 않는 아주 튼튼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동안 슬레이트를 비롯한 건축자재와 단열, 브레이크 라이닝 등의 마찰재 재료 등으로 사용돼 왔다. 석면은 크게 6가지 종류로 나뉜다. 독성이 강해 1996년 이후 사용이 금지된 청석면과 갈석면, 상품성이 적어 상업적으로 사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2003년에야 사용이 금지된 트레몰라이트, 액티노라이트, 안쏘필라이트, 그리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석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2009년부터 전면금지 항목에 포함되는 백석면이 있다. 호흡을 통해 석면가루를 마시면 폐암이나 진폐의 일종인 석면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밝혀졌다. 세계보건기구(WHO)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관련 질병증세는 상당기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야 발생한다는 점이다. 노출이 시작되고 나서 짧게는 10년, 평균적으로 25~30년 이상이 지나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석면으로 인해 생긴다는 '악성중피종'(惡性中皮腫)은 폐암과 마찬가지로 암의 일종으로 석면에 의한 요인이 90% 안팎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악성중피종이 석면과의 상호 관련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즉, 대표적인 석면 질환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석면에 의한 폐암의 경우 석면이 상존하는 관련 직업에 의해 상당히 노출돼야 하고, 흡연 등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악성중피종은 흡연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폐암은 기관지 등에 생기는 암이지만, 악성중피종은 폐의 주위를 싸고 있는 아주 얇은 흉막, 소장․대장의 주위를 싸고 있는 복막, 심장 주위의 심막(心膜)에 생기는 암이다. 진행이 빠르며 진단을 받은 후 대개 1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감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기침이나 가래가 나오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건축자재 등으로 사용돼온 석면은 가루를 마실 경우 폐암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그동안 누누이 강조돼 왔다. 국제암연구소가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우리나라도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한데 이어 석면피해구제법을 제정했다. 또 청석면과 백석면 등 대부분의 석면 종류와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취급제한물질로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위험요소가 있는 석면문제의 핵심에는 충남에서도 홍성과 보령 등이 중심에 서면서 전국적인 관심사로 등장했다.

충남지역 석면광산 17개 중 홍성에 6개
충남도와 환경부에 따르면 충남지역의 석면광산은 17개인 것으로 최종 확인되고 있다. 이는 전국 석면광산(21개)의 80.9%에 달하는 것이다. 시군별로는 보령이 7개로 가장 많고 홍성 6개, 청양 2개, 예산군 1개, 태안군 1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광산의 광구면적은 6089㏊이고, 1970년 이후 폐광되기 전까지의 석면 생산량은 66만9065톤으로 확인된다. 충남의 경우 과거 석면광산 인근주민의 석면노출로 인한 결과는 폐암환자 7명, 이상 소견자가 1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충남도가 도비 5억800만원, 국비 3억2800만원 등 총 8억3600만원의 사업비로 도내 14개 석면광산 1㎞이내 지역주민의 석면노출로 인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결과는 놀랍다. 1차로 흉부방사선 진단을 실시한 결과 4057명중 973명이 폐실질 이상 및 흉막 이상소견이 있어 CT촬영 대상자로 분류 됐다. 이밖에 2175명은 정상소견, 903명은 석면질환 이외의 기타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T촬영에 응한 859명의 정밀검진 결과 폐암환자는 7명으로 확인됐고, 폐암의심자는 9명(69세~84세)으로 나타났다. 이중 7명은 폐암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2명은 개인사정 등으로 정밀조사를 실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폐암 확인자 7명중 폐암이 처음 확인된 사람은 1명이었고, 나머지 6명은 이전에 다른 병원에서 폐암으로 이미 확진을 받아 치료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의 경우 발병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석면에 기인한 폐암인지에 대한 추가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대상자 대부분이 고령자로 일부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충남도는 밝혔다. 또한 석면폐증 소견자 179명중 96명은 석면 관련 직업력이 없었고, 175명이 해당지역 거주기간 30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력이 있는 83명의 석면광산 등의 근무경력은 10년 미만 60명, 10~20년 16명, 20~30년 4명, 30년 이상 3명이었다. 또 227명에게서는 석면 자극에 의하여 흉막 일부가 두꺼워진 흉막반이 나타났는데 110명은 직업력이 없었고, 220명은 해당지역 거주기간이 30년 이상이었다. 직업력이 있는 117명의 석면광산 등의 근무경력은 10년 미만 82명, 10~20년 25명, 20~30년 4명, 30년 이상은 6명이다. 이는 석면광산과 관련 없는 서천군 등 대조군 441명을 둬 비교조사를 실시한 결과 34명이 유소견자로 정밀조사 대상자로 분류됐으나 석면폐증, 흉막반, 종양 등의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충남도는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석면광산의 운영과 인근 주민의 건강 피해 사이에 일정한 관련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 인정자수는 총 65명(폐암 39명, 악성중피종 18명, 석면폐 등 8명)으로, 이중 48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성지진 이후 최대 악재로 등장한 석면문제
이러한 결과의 이면에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홍성의 경우 광천석면광산이 대표되는 경우이면서 농촌지역의 특성상 과거 새마을운동의 유산으로 남아있는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지붕의 문제다. 홍성지역의 경우 지난 10말 현재 파악된 것만 해도 총 3만6474세대 중 1만2361세대에 석면 슬레이트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30%가 넘고 있는 실정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대책이나 묘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성군은 슬레이트지붕 철거에 따른 비용이 과대해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 문제는 홍성군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슬레이트지붕 이외의 석면 등 지정폐기물 처리에 따른 비용부담, 형평성 등을 감안 신중히 검토될 사항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슬레이트지붕 철거에 따른 관련법 제정이나 자체 지원조례에 의거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성군과 의회는 인근 보령시나 경기도의 경우와 같이 지원조례 제정 등 지원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민선 5기 홍성군정이나 홍성군의회의 역할과 성공키를 가늠하는 하나의 잣대이기도 하다. 무엇이 우선적으로 중요한 일이며 주민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홍성군으로는 석면문제와 슬레이트지붕 철거문제는 홍성지진 이후 최대의 악재이며 과제인 셈이다.

정부가 책임지고 철거주도 비용도 부담해야
환경부가 농어촌지역 207만여 가구를 조사한 결과, 61만400여 가구에 슬레이트지붕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여기에는 서울과 대전, 광주가 빠져 있다지만 실제로는 창고나 소규모 축사의 슬레이트지붕은 부지기수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면연구 비영리단체인 한국석면환경협회도 최저 40만 가구에서 최대 70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전국 표본농가 981가구 중 82%에 달하는 805가구의 주거용 본채 또는 축사 등 별채의 지붕이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인 것으로 조사됐다. 농가 10채 가운데 8채가 슬레이트지붕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중 67%는 1960~70년대에 설치된 낡은 것이다. 1960~70년대 정부 주도로 새마을운동을 펼칠 때 의무적으로 진행했던 농어촌 지붕개량사업의 결과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무려 40만 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농어촌지역 주택의 석면 슬레이트지붕을 교체하는 일이다.

현재 슬레이트지붕 아래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석면 공포에 떨면서도 지붕을 다른 재질로 교체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지붕을 교체하려 해도 비용이 한 채당 500만 원 정도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어촌지역의 석면 슬레이트지붕의 철거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당연히 정부가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철거작업 자체를 이제라도 정부가 책임지고 주도해야 하고 충남도와 홍성군에서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는 지적에 설득력이 더하고 있다. 지붕에 석면 슬레이트를 씌우는 작업을 사실상 정부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석면 슬레이트지붕은 정부가 주도해서 철거하고 개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이러한 대안이 시급히 정책으로 실천돼야만 정부의 정책에 순응해 석면 슬레이트지붕 아래서 살아왔던 농어촌지역 주민들을 위안하는 길이다. 결국 국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일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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