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쿠르트 판매사원 이영란 씨
홀로 된 후 마음 비우려 일년 여 수도생활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힘든 순간 이겨내
홀로 된 후 마음 비우려 일년 여 수도생활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힘든 순간 이겨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홍성의료원에는 노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사람들에게 건강을 선물하는 이가 있다. 20여년 한국야쿠르트에서 판매사원으로 20여년간 일하고 있는 이영란(45)씨다.
아침 7시 반부터 관리구역인 의료원의 고객들을 일일이 방문하며 활기찬 아침을 열어주는 이 씨는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라며 매일 아침 나누는 인사가 새로울 게 있나 싶지만 아직도 고객들이 새롭고 반갑단다.
이 씨는 "때로는 무뚝뚝하게 인사를 받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결국 나 자신에게 하는 인사말이라 생각하고 고객들에게 활기찬 기운을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이 씨가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0년. 당시 2살ㆍ4살 된 형제를 키우며 노 할머니와 시부모, 4대가 함께 살았던 이 씨는 야쿠르트 고객에서 어린 자녀들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에 이끌려 판매사원으로 나서게 됐다.
이 씨는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함께 일하는 분들이 울보라고 할 정도로 일 욕심이 많아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울었다"며 그때를 회상한다. 야쿠르트 배달을 위해 아이들 돌 반지를 팔아 중고오토바이를 구입한 이 씨는 "단순히 책상 위나 집 앞에 두고 오는 것이 아닌 고객들을 직접 대면하고 원하는 시간에 전해드리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배우게 됐다"며 "때로는 도로위의 차들에게 방해 될까봐 갓길 사이 사이로 운행하다보면 모르시는 분들은 도로위의 무법자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차를 타고 지나던 지인이 차 안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는 이 씨를 보며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알고 보니 일에 대한 자신감과 보람으로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 안쓰러움이 부러움으로 변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특유의 부지런함 탓인지 이 씨는 어느 곳에 가던지 고객들이 먼저 찾고 있으며 현재 직장에서 인정받아 판매사원들을 위한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국 1만4000여명 중 강사로 활동하는 50명에 포함된 이 씨는 한국야쿠르트 일본 국제대회에 3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참가해 다이아 반지도 선물로 받을 만큼 직장과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새벽 잠이 없다는 이 씨는 새벽 3시 반이면 눈이 떠진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이 씨는 새벽 공부를 한 후 7시 반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새벽 공부는 이 씨의 끝없는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7년 전 남편과 헤어진 후 맨몸으로 나와 자식들과 헤어져 살면서 자신감 회복을 위해 시작한 이 씨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식을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 만 보아도 심리상담사 2급 자격증, 워드 1급 자격증, 정보처리기능사, 제과ㆍ제빵 자격증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함에도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는 이 씨는 "여건이 어려워졌다고 좌절하고 함부로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현재의 위치를 인정하고 비워내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비로소 살아가는 희망이 생긴다"며 "힘든 순간이 다가왔다면 훌훌 털어버리고 일에 매진해 삶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큰아들은 군 제대후 복학하고 작은 아들은 군 입대 중이라는 이 씨는 엄마와 헤어져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다며 소중히 간직했던 작은 아들이 중학교 시절 보낸 편지를 꺼내 보였다. 작은 아들의 편지에는 "어머니는 제게 좋은 어머니이자 인생의 선배이십니다", "더욱 짙은 어두운 그림자 일수록 그 반대엔 따뜻하고 밝은 빛이 비추고 있습니다"라는 대견스런 글귀가 담겨있었다. 이 씨는 힘들고 어려울 때 아들이 보낸 편지를 보면 삶에 대한 희망과 위로를 받는 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이러한 이 씨에게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변함없이 지금의 일을 계속하면서 교육학 관련 석ㆍ박사 과정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며 남은 인생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라며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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