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맛을 이어 배추김장을 담그던 날
맛인지 간인지 경황도 없이
돼지고기 사태수육의 꿈은 저만치 물 건너갔다.
힘 쓸 일 없었던 허리는
반나절도 안 되어 통째로 빠지는데
진눈개비 사이로 어머니는 한사코
김장을 포기하지 못하고 재촉하신다.
에미야, 꽃소금 지르거라
짠 것은 몸에 해롭대두요
두고 봐라, 김장엔 꽃소금 단단히 질러야는 겨!
두어 달포 지나 김칫독을 열었다.
심심한 맛에 허옇게 곰새기 찐 김치를 꺼내다
뜨끔해진다.
늘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일이지만
나이 들수록 어머니 말씀은 모두 다 진리다.
지난겨울 하나님도, 소복소복 꽃소금 속에다
지상의 우리들을 보관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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