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의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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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의 신호탄인가
  • 디트뉴스 김선미 기자
  • 승인 2011.01.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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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인사청문회 반기
레임덕(권력누수)의 본격적인 신호탄인가. 집권 4년차인 이명박 대통령은 "일하는 사람에겐 권력 누수가 없다" 며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사심이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권력누수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현 여권이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해보기도 전에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일갈 했지만 이는 사실상 청와대에 대한 지명철회 요구나 마찬가지다.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대통령에 대한 반기인 셈이다.

한나라당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부적격자 결론
현 정부 들어 개각 때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후보가 몇 명씩은 나오고 특히 지난해 9월에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장관 후보 등 3명이 낙마하며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사 검증 난맥상을 보이다 끝내는 여당이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초유의 사태를 빚고 말았다. 사전에 청와대와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뉘앙스의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밖으로 비춰진 모양새는 '레임덕은 없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케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규정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게 된 배경은 심상치 않은 여론의 향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3부 요인과 비중이 맞먹을 감사원장 후보에 대통령이 수족처럼 부리던 차관급 비서관 출신을 임명한 데 대해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부정적 여론이 거세다. 이에 더해 정 후보자의 석연치 않은 재산증식 과정 역시 완전히 국민정서에 반하고 있다. 1개월에 1억 원의 거액 수입뿐만 아니라 9억여 원의 재산이 불과 몇 년 동안 수십억 원으로 증식된 점도 논란을 빚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까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 눈높이 못 맞춘 청와대 인사검증 대통령이 자초
만에 하나 청문회를 열어 정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그 후폭풍은 단임제인 대통령이 아니라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은 한나라당으로서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아무리 고육지책이었다 해도 권력 초기라면 감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아마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사를 둘러싼 권력누수가 꼭 집권 말기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까지 나서서 반대를 할 정도로 국민 눈높이에 못 맞춘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인사 때 마다 매번 불거지는 인사 파동은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참모들 탓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한 마디로 대통령이 국민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통부족'이다. 이 대통령은 틈만 있으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었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말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라 내가 듣고 싶은 것, 내가 생각하는 내 식대로의 소통이었을 뿐이다.

단체장이 소통 무시하면 참모들도 그대로 행동
정 후보자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고도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장에 측근을 임명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었을 뿐더러 전관예우나 거액의 임금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청와대는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을 내정하면서 "대법관 퇴임 후 법무법인에 가지 않고 대학으로 간 것을 이명박 대통령이 높이 평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정 후보자에게는 그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는지 이중잣대인 셈이다.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대해 평소 예민하게 여겼다면 참모들 역시 그 부분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 같은 청와대의 이중적 태도, 내 마음대로의 소통에 대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당이 먼저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이는 비단 청와대와 여권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방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단체장이 소통을 무시하면 참모들도 그대로 행동해 결국은 단체장의 눈과 귀를 가리게 마련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여론조사에 취해 있다가 화들짝 놀란 것이 지난 지방선거다. 위정자라면 진정한 소통과 침묵하는 다수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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