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 구름가득 휘감으며 복숭아꽃 만발한 마을
상태바
산골짜기 구름가득 휘감으며 복숭아꽃 만발한 마을
  • 이은성 기자
  • 승인 2011.01.21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7 갈산면 운곡리 운정마을


갈산면소재지에서 국도 29호선을 따라가면 서산방향으로 2km정도 떨어진 마을이다. 마을 안길을 따라 들어가면 운정천을 따라 마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운곡리는 운정마을과 신곡마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국도와 붙어있는 앞쪽 마을이 운정마을이다. 운정마을 한 가운데로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나가며 마을 양쪽의 산줄기를 이어놓은 높은 고속도로 다리가 마을 상공을 지나간다. 운정마을의 동쪽은 가곡리, 서쪽은 부기리, 남쪽은 상촌리, 북쪽은 대사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골짜기에 구름이 많이 끼고 구름이 골고루 마을 하늘에 항시 떠있다 하여 운정이라는 이름이 붙어졌다고 한다. 또한 구루물이라고도 불렸는데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고랑과 봉우리 사이에 구름이 많이 끼고 우물이 좋아서, 구루물이라 불렸다고 한다.

마을할아버지들은 "우리가 태어나기 100여년 전부터 운정마을이라 불렸다"며 "예전에 마을은 '반 장터'라고 실제 장은 안서고 사람들이 모여 씨름을 하는 공간도 있었다"고 한다. 유래는 모르나 '질망고개' 라는 봉우리가 있었는데 고속도로가 나면서 없어졌다고 한다.

장대골


배의 모양과 닮았던 운정마을
운정마을에는 마을 모양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가 전해진다. 마을 양쪽에 실개천이 흐르고 있는데 마을이 개천 사이에 섬처럼 들러 앉아 있는 모습이다. 또한 개천 사이에 끼어있는 마을의 모습이 타원형이어서 배의 모습과 닮은 형상이다. 지금은 경지 정리 등으로 마을의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옛날에는 배와 꼭 닮은 형상이었다고 한다. 운정에는 배의 형상을 갖추기 위해 만들어 놓은 흔적들이 많았다고 한다. 마을 아래쪽에는 '섬둑' 이라고 불린 제방이 있었으며, 예전에는 이 섬둑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지금은 경지정리를 하면서 섬둑이라는 지명과 제방의 흔적만 남아있다.
돛대바위


마을 중심에는 돛대모양의 바위가 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바위인데, 풍수지리에 맞추기 위해 인공적으로 갖다 놓은 바위인지, 자연적인 바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돛대바위'라고 부르는데 배의 형상과 닮아서 그렇게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오래 전에 돛대바위의 한쪽을 마을사람이 집안의 댓돌로 사용한 적이 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그 뒤로 집에 큰 우환이 생겨서 고생을 했다고 한다. 결국 마을에서 살지 못하고 객지로 이사했다고 한다. 지금 남아있는 돛대바위는 마을 개인 집 뒤뜰에 있다. 몇 년전에 집을 지을 때, 이 돛대바위를 없앨까 생각했지만, 마을에서 예전부터 소중히 여기는 바위라서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지금은 돛대의 아래쪽 부분과 위쪽 부분이 서로 떨어져서 마주보고 있다.

집주인은 "돛대바위를 보러 전문가가 집에 들른 적이 있다"며 "전문가의 견해로는 지석묘라 불리는 옛날 고인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운정마을에는 '방곡' 이라고 밤에 비치는 등잔불이 꽃과 같다 하여 붙은 지명이 있다. 방곡 안에는 능인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2002년 7월 건립됐다. 600평 대지에 20평사찰건물이며 수덕사 소속으로 주지1명가 상좌1명 여승이 있는 곳이다. 현재는 구제역으로 인해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도두물'이라고 지형이 우물처럼 안으로 쏙 들어가고 큰 우물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있다. 옛날에 마을 전체에 복숭아꽃이 만발했는데 구경꾼들이 많이 몰려왔다고 한다. 큰 우물에 복숭아 꽃잎을 따 넣고 물을 퍼 마시면서 농부가를 흥겹게 불렀다고 한다.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

경로당


마을의 화목과 단합이 자랑거리, 10년 후면 어찌될지 걱정돼
현재 운정마을은 47호, 150여명으로 이뤄져 있다. 주 수입원은 벼농사이며 소 130 마리를 키우고 있다. 현재 농업을 이끄는 연령대는 60대이며 마을의 젊은 연령대에 속한다고 한다. 운정마을의 평균 연령대는 70ㆍ80대다. 아직 운정마을에는 공장이나 기업체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식수가 대단히 깨끗하다고 말한다.

마을주민 김 씨(81)는 "앞으로 기업체가 들어올 예정인데 돈도 중요하지만 환경이 제일이다"며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체로 인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지만 무엇보다 군내 젊은 인력을 잡는게 중요하다"며 "지역주민을 채용 안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사용하면 아무 소용 없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운정마을 주민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 거의 없다. 원래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초․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10명 이하이고 대부분 젊은 20․30대는 외지로 나간 상태다.

조길행 노인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많아 동네 경제가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며 "공동묘지제초작업, 꽃밭 가꾸기 등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 안길이 1차선이라 너무 비좁고 구불구불해 불편하고 위험하다"며 불편함을 전했다.


마을주민들은 대부분 마을사람들이 계속 줄고 있어 마을이 10년 후면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걱정이 가득하다.

한때 마을에는 1960년대 중반까지 마을두레가 이어졌다고 한다. 마을 전체가 모여서 모를 심고 논을 매었다. 논을 맬때는 논에 풀이 많고 적음에 따라 1등급부터 3등급까지 등급을 매기고 돈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정월대보름에 마을 젊은이들이 쥐불싸움을 많이 했다.

주로 갈산면 상촌리와 쥐불싸움을 했는데, 서로 자기마을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쫓고 쫓기는 놀이였다. 그 쥐불싸움을 했던 젊은이들이 세월이 흘러 현재 마을 경로당에 매일 모이고 있다. 남녀 구분 없이 모여서 윷놀이를 즐기고 어르신들이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이일랑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다같이 모여 식사도 같이 하고 하루를 함께 보낸다"며 "마을의 단합과 화목함이 운정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