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말자, 사심(私心)을 갖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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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말자, 사심(私心)을 갖지 말자"
  • 전만수 본지 자문위원장
  • 승인 2011.02.25 14: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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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만수의 인물프리즘 삶&꿈) 이경훈(李庚勳) 서울동부지청 형사5부장검사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 있는 동부지청 예(禮)관은 본관격인 인(仁)관의 우측을 끼고 돌아 다른 건물의 1층을 통과하여 끝자락에 있었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유가(儒家)의 덕목을 이름 붙인 건물이름에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봄날을 재촉하는 듯 포근한 기온의 2월 중하순 오후 예(禮)관 4층에 자리한 형사5부장실에서 노타이 셔츠차림의 이경훈 부장을 만났다. 지난 20여년간 호형호제하는 사이라 일상적인 대화를 시작으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랜만에 서울에 입성하였는데.
"지난해 8월 2일자로 발령을 받았으니 5개월 됐습니다. 인천지검까지 고려하면 1년 반이 된 셈이지요." 요즘언론을 보니 바빠지셨던데...(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의 구속 건을 우회표현)

"전담이 틀리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통상업무가 과중할 뿐이지요. 함바로비 사건은 6부소관입니다. 5부는 기업분야로 증권, 공정거래, 조세사건 담당 전문분야지요. 2000년 서울지검 특수1부 시절 증권 금융 담당을 시작으로 1년 정도 떠나있었을 뿐이고 줄 곳 이 분야만을 담당해 왔지요."

기억에 남는 굵직한 사건들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요.
"2001~2002년 맡았던 '진승현게이트'와 2007년 중앙지검 부부장 시절의 코스탁 상장사인 루보의 3000억 주가조작 사건 그리고 대전지검 특수부장으로 고(故) 노무현대통령의 측근인 강금원 씨를 구속기소, 실형에 이르게 한 것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변호사를 하다가 검사로 임용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는지.
"3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97년 임관을 했지요. 싫증나기도 했고 새로운 분야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변호사는 언제나 할 수 있으니까요."

검찰의 필요에 따라서인지, 아니면 제도화 되어 있는 것인지.
"동기생의 임관성적과 비슷하면 지원이 가능하며 면접을 거쳐 임용을 하지요. 검사의 자격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했거나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로 합니다."

업무에 임하는 자세나 좌우명이 있다면.
"경제범죄의 특성은 단조롭습니다. High risk high return이나 low risk low return의 원칙이 아니면 뭔가 범죄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범죄를 따라잡기 위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업무에 임하면서 항상 마음을 다짐합니다. 흔들리지 말자, 사심(私心)을 갖지 말자."

그럼에도 수사과정에서 인간적 갈등을 느낄 수 도 있지 않나.
"처벌의 원칙에는 관계없는데 수위부분에서는 약간의 갈등을 갖는 경우도 있지요. 경제범죄의 특징은 대부분 인간적 고뇌를 느낄 대상이 엷습니다. 없어서 저지르는 게 아니고 대부분 󰡐화이트 컬러󰡑 가진 자의 범죄라서 갈등을 느껴보지 못하였습니다. 뇌물사건은 그런 경우가 있지요. 힘들게 살다가 보니까...우리 부서 같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경제사범 처리가 너무 솜방망이란 평가에 대한 견해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법원의 문제가 큽니다. 적발률이 낮은 사회 시스템의 부실이 한 원인이지요. 법원의 경우는 이 사람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사람도 그랬는데...를 고려하죠. "

운(運)이 없어서 걸렸다는 뜻인가.
"그런 의미도 포함합니다. 그리고 너무 관대 합니다. 미국의 '드캄'은 36년 󰡐엔론󰡑사건(분식회계 부정 범죄로 Ceo에게 선고한 형량)은 20년이 넘는 중형을 선고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례를 볼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집행유예'도 있습니다. 반성해야 합니다." 경제사범 수사로 단련 된 내공이 깃든 소신의 일면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멘토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모셨던 상사들 이지요, 운이 좋았습니다."

그중에서 한분만을 꼽는 다면.
"재경부 윤증현 장관님을 들 수 있습니다. 금감원 파견 시절 돈독한 연을 맺은 그분은 공무원으로서 충분한 지식과 기상이랄까 끊고 맺는 게 분명하고 소신대로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대단 합니다. 부하 사랑 또한 지극하고요."

그동안의 삶속에서 어려웠던 굴곡의 역사가 있었다면.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입니다. 1990년 사시 1차 시험을 치르고 5월 8일 어버이날 시골에 내려갔는데 5월 10일에 아버지가 갑자기 운명하셨습니다. 당시 아버님이 51세 였는데.... 8월 1차 합격 통지를 받고 2차 시험을 준비하는데, 정신적 공허함이 컸고 육체적 피로도 심했던 시기였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공직에 있을 계획인지.
"자리에 연연치 않습니다. 부장까지 하면서 충분히...원 없이 다양한 수사를 경험하였으니 연연하지 않습니다. 떠나라는 시그널이 오면 언제라도 떠날 것 입니다. 현업을 떠나면 정치에는 뜻이 없으니 전문분야인 금융 조세 전문 변호사를 할 것입니다." 이 부장은 4년차 부장이다. 통상 6~7년차가 되면 차장검사가 된다.

특별한 취미나 특기는.
"독서와 여행을 좋아합니다. 특기라고 하기에는 뭐합니다만 더불어 사는 것을 좋아 하지요.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어울려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경훈 부장은 관념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날카롭고 빡빡한 검사 이미지가 아니다. 그저 시골 아저씨 풍의 수수 털털한 콜롬보 형사 같은 막걸리 맛깔이다. 주량을 물으니 소주 한 병이란다. 평소 술 실력을 잘 알기에 웃음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그 다음날 업무 지장이 없는 게 주량 아닙니까. 맥시멈으로 마시는 것은 그냥 붓는 거지요." 허허 그다운 경쾌한 정의다.

이경훈 부장검사는 홍동면 원천리에서 1964년 부 이종희(1990년 작고), 모 이희자(70)의 2남 3녀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 학계초(1회), 홍동중(7회), 남대전고(1983년졸),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1990)했다. 이후 영국 Cass Business School 연수와 고려대 법무대학원을 졸업 했다. 1991년 사시 33회에 합격, 1994년 변호사, 1997년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충주지청, 서울지검, 울산지검, 고양지청, 금융감독위원회 파견, 서울중앙지검부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장, 대전지청, 인천지청 특수부장을 거쳐 서울 동부지검 형사 5부장검사로 재직 중이다. 지난 1993년 부인 정혜윤(43)과 결혼하여 슬하에 고 1인 큰딸 수민(1995년생)과 중 1인 아들 동민(1998년생)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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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원 2017-10-21 10:41:54
뇌종양으로 수술위해 보석 신청햇을때 끝까지 반대한 검사님이 맞으신가요?
그 상황을 너무나 가슴 아파햇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 그의 영원한 후원자였던 강금원 회장은 더욱 가혹한 잣대로 제때 수술도 못받게 해서 이후 돌아가셨음.
반대한 검사로서 지금도 그걸 잘햇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함 .그런걸 물어 보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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