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활짝 열자
빛 좋은 햇살이 눈이 부시게
쏟아져 내려와
자고 있던 집안을 수선스럽게
깨운다.
뚝뚝 떨어지는 게으름을 털어내고
잠이 덜 깬 것들을 청소기가 깨우면
더러운 어제를 받아먹고
그르륵, 그르륵
가래 끓는 소리를 내는 세탁기
가슴에서 둥지 틀고
찌든 때가 되어버린 것들도
넣어주고 싶어서 꺼내었다가
거친 황 모래만 씹히고
뱉어지지 않아 꿀꺽 삼켜버렸다.
가그린을 다한 세탁기가
입을 쩍 벌리고
순순히 내어 주는 빨래들
하얀 오늘이 되어 빨래 줄에서
해맑게 웃는다.
한없이 받아먹은 쓰레기통이
뱉어 내지 못해 깔딱깔딱
숨넘어가는 게 눈으로 들어와
어제의 찌꺼기들을
몽땅 쓰레기장에 던져버렸다.
꿀꺽 삼켜버린 황 모래가
토해져 나오고
고운 연두 빛 희망이
슬그머니 가슴을 닦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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