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지역 과외비 월 100만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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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역 과외비 월 100만원? 시대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1.03.25 17: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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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의 양극화, 교육의 대물림…악순환은
끊을 수 없는 사교육 유혹…사실상 대안 없어


두 아이를 둔 주부 이모씨(홍성읍ㆍ45)는 지난 겨울방학에 고3이 되는 첫째 아이의 수학 개인과외를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모 학원의 원장이 독과외(1:1 개인과외)는 100만원을 달라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과외를 포기했다.

이미 홍성군의 학부모들 사이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 독과외는 대략 80~100만원, 영어는 70~80만원 정도로 과외비가 암암리에 정해져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가령 K 아파트에서 유명한 수학 과외교사의 경우 한 사람은 80만원, 둘을 묶으면 개인당 40만원씩 80만원, 셋을 묶으면 개인당 30만원씩 90만원을 받는다. 그나마 홍성고나 홍성여고 학생들만 받지 다른 학교 학생은 아예 받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D아파트 영어 과외교사도 마찬가지다. 그 영어교사은 수준 차이를 운운하며 되도록 혼자 공부하기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아 두 명을 묶어서 공부시키기도 어렵다고 한다. 특히 충남외국어고등학교의 개교로 외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영어 과목의 과외비는 해가 갈수록 오르고 있는 추세다. 믿기 어렵지만 군 단위 지역에서도 이런 고액 과외가 성행하는 것을 보면 결국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결론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한 달에 월 1000만원이 넘는 과외비를 받았던 불법과외방이 적발되었다.수능 수리영역 등 7개 과목 교습료로 900만원, 학생관리비로 100만원을 받았고 심지어 강남의 아파트 3채를 빌려 강사 15명과 기업형 불법 과외방을 운영하였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초등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고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액이라도 소문난 유명한 과외교사에게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홍성지역 사교육비 오히려 증가
지난 2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MB정부의 사교육비 경감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최초로 사교육비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총 사교육비 21조원, 1인당 월평균 24만원인데, 무려(?) 월 2000원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줄었다는 것도 믿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전에 폭등한 물가에 비하면 줄었다는 액수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사교육비를 줄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서민들의 경기가 어려워진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교육비 증가세가 조금이나마 꺾이기는 했으나 영어ㆍ수학에 관련된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고 특히 수학의 경우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막연한 절감대책보다 실질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사교육비 절감의 가장 큰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방과후학교였다. 그러나 전국 초․중․고교 학부모 10명 중 7명이 자녀의 방과후학교가 사교육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사교육비를 연간 약 51만원가량 적게 지출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난달 조사 결과와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의견은 초등학교(32.1%), 중학교(23.7%), 고등학교(21.9%) 등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낮아졌다. 또한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면서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도 무려 66%나 됐다. 이로써 방과후학교가 사교육 의존도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방과후학교 비용도 사교육비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부는 방과후학교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사교육이 아니라고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방과후학교 사교육비 절감 효과 없어
홍성교육청 사교육비 현황조사 자료에 의하면 홍성군의 초․중학생의 70%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며, 2010년 5월의 사교육비 총액이 12억2514만2000원인데 비해 2010년 12월의 사교육비 총액은 12억6894만8000원으로 오히려 사교육비가 4380만원가량 더 증가했다.

현재 홍성군에는 입시학원을 비롯하여 외국어, 예체능 등 학교교과관련학원이 모두 126개이며 교습소는 43개이다. 또한 교육청에 신고 된 개인과외교습자는 모두 120명 정도이다. 아마도 신고하지 않고 개인과외교습을 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대략 300여명은 될 것이라 추정한다.

원래 개인과외교습자들은 교육청에 신고를 한 후 신고증을 영업장에 게시해야 하며 신고증을 가지고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을 받아야 한다. 사업자등록을 받는다 하더라도 면세대상자이기 때문에 특별히 세금을 더 내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소득이 완전히 공개되는 것이 찜찜하여 개인과외교습자들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

홍성세무서 업무지원 담당자는 "홍성지역에서 개인과외교습자로 사업자등록이 된 사람은 없다. 교육청으로부터 명단을 받아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안내를 하고는 있다. 그러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제보가 없는 이상 사실상 불법과외나 고액과외 등을 단속할 권한이 없는 실정" 이라고 밝혔다.

홍성교육지청 한만희 장학사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의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공교육의 질을 의심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고등학교 재학생의 대다수가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실정이라면 누구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기를 쓰고 사교육을 받을 것이다. 외국처럼 자신의 특기나 적성을 고려해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하여 각자에게 맞는 교육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대학진학만을 위한 교육시스템으로써는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사실상 없다. 아무리 정부에서 노력한다 하더라도 틈새를 노리는 사교육 시장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원수강료 현실화 필요
강인구(연세학원 원장) 홍성군학원연합회장은 "학원의 수강료를 현실화하지 않는 이상 사교육 시장의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요즘 홍성의 입시학원 중 종합학원은 거의 적자 운영을 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차츰 영․수 전문 학원으로 바뀌는 추세다. 부모들이 일단 예전처럼 한 학원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한 반의 학생수가 5명만 넘어도 벌벌 떤다. 이런 와중에 아파트 단지마다 공부방이라는 이름으로 개인과외교습자가 엄청나게 늘었다. 공부방 등 개인 과외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도 가르칠 수 있다. 단속할 근거가 없다. 우리 학원들은 세금 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전문적인 선생님을 채용하고 정상적인 운영을 한다. 현재 학원연합회 차원에서 불법고액과외를 단속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 지금은 생계형 대학생 과외가 아니라 지나치게 거대화가 되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물론 이렇듯 고액과외교습은 일부 몇 사람에 해당되겠지만, 이미 한번 높아져버린 홍성지역의 과외비는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된다. 사교육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아니며 다양한 사교육 시장을 싸잡아 매도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단속할 근거도 기준도 없고 법적으로 어떤 징계나 처리를 할 수 없는 실정에서 늘어만 가는 과외 시장에 대해 정부에서 뭔가 대책을 내려줘야 할 때가 되었다. 차라리 예전 80년대처럼 아예 과외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되길 바란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사교육 시장의 양극화 현상, 교육의 대물림 현상, 이 모든 악순환을 어디서부터 끊을 수 있을지 실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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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2011-03-25 20:57:57
총 사교육비 21조원, 1인당 월평균 24만원인데, 무려(?) 월 2000원이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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