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려면 직업을 바꿔라?
상태바
오래 살려면 직업을 바꿔라?
  • 정세인 디트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1.04.22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균수명 종교인 1위, 연예인 언론인 꼴찌라는데...

상식적으로 보아도 인간이 무엇을 주로 하며 사느냐가 수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직업군이라고 해도 직위나 직급, 업무 환경과 노동의 강도, 만족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큰 흐름에서 본다면 직업이 인간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그동안 연구 결과이다.

직업과 수명과의 관계 영국서 처음 조사 인구 센서스에도 포함
직업이 인간의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조사한 나라는 영국으로 알려져 있다. 1842년 영국인 채드윅이 ‘위생지도’에서 당시 지주와 상인, 노동자를 상대로 평균 수명을 조사한 결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지주와 상인 등 이른바 부자 직업군의 평균 수명이 생산 노동자와 같은 빈자 직업군보다 평균 2배 정도 높았다는 것이다.

그 뒤 영국에서는 1911년부터 인구 센서스 때 직업과 평균 수명·사망률 관계를 포함해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로 오면서 모든 사회 계급에서 평균 수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자 그룹과 빈자 그룹의 평균 수명에는 실질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사회 계급을 직업별로 분류할 때 5단계의 맨 아래인 비숙련 노동자들은 맨 위의 전문직 종사자들보다 65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센서스에 직업과 수명과의 관계는 조사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직업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많고 직업별로 수명의 차이를 공표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기본 자료가 없다보니 보건의학계에서도 한국인의 직업과 수명관계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 80년대 종교인과 작가의 평균수명 차이는 무려 19세
이런 가운데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김종인 교수팀이 직업군별 평균수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1963년부터 2010년까지 48년간 언론에 난 3215명의 부음기사와 통계청의 사망통계자료 등을 바탕으로 국내 11개 직업을 비교한 것이다.

48년간 전체 직업별 평균수명은 종교인이 80세로 가장 높았고 정치인(75세), 교수(74세), 기업인(73세), 고위 공직자(71세), 연예인·예술인(각 70세), 체육인·작가·언론인(각 67세) 등의 순이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최근 10년간만 놓고 보면 역시 종교인이 82세로 가장 높았고 교수·정치인(각 79세), 법조인(78세), 기업인(77세), 고위 공직자·예술인·작가(각 74세), 언론인(72세), 체육인(69세), 연예인(65세) 등으로 순위가 조금 바뀌었다.

최근 10년간 조사 결과 평균수명이 48년간 조사보다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유독 연예인은 90년대 75세에서 2000년대 65세로 평균수명이 더 짧아진 게 눈에 뛴다. 언론인의 평균수명은 2000년대 72세로 약간 높아졌지만 60~70년대 61세, 90년대 65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평균수명 최하위 직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체육인도 90년대 71세를 제외하고는 70세 미만으로 수명이 짧은 직군으로 분류됐다.

최근 10년간 조사결과 가장 오래 사는 종교인(82세)과 가장 짧게 사는 연예인(65세)과는 평균 수명은 무려 17년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80년대에는 최장수 직업군인 종교인의 평균수명 80세와 최단명 직업군인 작가(61세)와는 최대 편차가 19세에 달했다. 직업이 수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로 보여준 것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받는 언론인·연예인 등 상대적으로 평균수명 짧아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성별·체중·신장·유전형질 등에 따라 각각의 기초 건강을 갖고 인생을 출발한다. 그렇지만 사회생활 과정에서 교육과 직업 선택을 거치면서 정신적·사회적 요인에 의해 건강 수준에 다른 영향을 받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환경적 요인까지 결합함으로써 장수와 단명이 구분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종교인이 장수하는 이유로 “신체적으로 규칙적인 활동과 정신수양을 하고 있고 가족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고 과욕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종교인들의 대부분이 절식과 금연, 금주 등을 실천하고 상대적으로 환경오염이 적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도 장수의 원인으로 꼽혔다. 장수 상위권에 오른 정치인이나 교수 등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비교적 스트레스를 적게 받기 때문으로 분류됐다.

반면 평균수명이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언론인의 경우 매일 기사 마감시간에 쫓기고 치열한 취재경쟁 속에서 받는 압박감과 불규칙적인 생활 등이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2000년대 들어 평균수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연예인들은 최근 자살이 늘고 있는 것이 대변하듯 겉으로는 화려한 생활이지만 내적으로는 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을 자랑하는 체육인들이 평균수명 하위그룹에 떨어진 것도 의외로 보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겪는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장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교인, 욕심을 버리고 절제된 생활이 장수의 비결...본받을 필요
한마디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욕심을 버리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장수하고 업무의 긴장감이 높아 술·담배에 의존하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직업군은 단명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마음을 비우고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장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종교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스님이나 신부님들이 진수성찬이나 비싼 영양제를 먹지 않고도 장수하는 것은 절제된 생활과 무소유의 마음 때문이다.

아무리 잘 먹고 좋은 환경에 살아도 과도한 스트레스와 욕심은 건강에 지장을 준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영생을 누리고 싶어 불로초를 구하려 했던 진시황도 50세를 넘기지 못했다. 로마를 마음대로 주물렀던 네로 황제도, 세계 역사상 대국을 이루었던 알렉산더 대왕도 32세로 단명했다.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몸에 좋은 것은 모두 찾아 먹었을 이들이 오래 살지 못한 것은 권력욕과 몸을 무리하게 혹사한 탓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일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백수로 지낸 사람의 평균 수명이 일하면서 산 사람보다 훨씬 짧았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놀고 편안한 것만이 오래 사는 방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적당한 일이 있어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직업에 따라 수명에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마음에 맞는 직업을 쉽게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 실업난으로 직장 잡기가 어려운 판에 수명까지 고려해서 직업을 찾으려니 또 다른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현재의 직업이 장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류된 사람의 입장에선 왠지 맘이 편안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것에 신경을 쓰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불안해 하고 불만을 갖는다면 업무에 효율을 기할 수 없고 오히려 건강에 지장을 줄 뿐이다. 자신의 직업에 항상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만은 없는 일이지만 현재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성취감을 찾아가는 것이 사회생활에서나 건강 면에서나 현실적인 방법이다.

한편으로, 이번 조사결과를 보고 장수 직종으로 분류된 종교인들이 왜 오래 사는지 곰곰히 음미해보고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장수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마음자세와 생활양식을 본받으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욕심 없는 마음과 절제된 생활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