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위한 새로운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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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을 위한 새로운 담론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04.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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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스님(오서산 정암사)

세계인들은 한국의 사회변화에 대해서 가장 짧은 시간동안 민주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성과를 거둔 이유 중에 하나가 OECD국가 중 상·하위 그룹 간에 지식(학력)의 격차가 가장 적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치러온 모든 선거, 그리고 금번 4·27보궐선거에서 불거진 탈법선거운동, 부자우대정책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금산분리법 완화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잠정합의했다는 소식 등은 세계인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다수의 안락과 행복을 책임져야하는 정치는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있으며, 인간 삶의 기초가 되는 경제는 기본적인 분배마저 무시한 채 대기업과 거대자본가들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는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비례한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책임을 정치인들에게 묻는 것은 2차적인 것이며, 모든 책임은 국민들이 져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 스스로가 직접선거를 통해 정권을 선택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다수의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정치비용이 또다시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사실이며, 세 번째는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미 신분계급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거대자본의 노예로 전락 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과, 여기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누리꾼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문제에 대한 인식은 있으나 그것을 하나로 모아 구체적인 사회운동으로 이끌어내지 못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고학력이 이제 더 이상 자본의 논리 앞에서 사회변화(개혁)에 뚜렷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예상을 가능케 하고, 학력과 의식수준은 비례하지 않으며, 우리교육(민주주의에 대한 가치)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이명박정부 초기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에 대해서 민주주의를 경험한 세대들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그들이 만들어내는 청소년문화와 대학진학이후 보여주는 사회참여의 모습은 민주주의를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평가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 필자는 80년대 민주화운동이 역사와 문화인식이 전무하다고 할 만큼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우리사회를 변화(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파괴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어떤 대상(독재·친일·친미)을 이기거나 극복한다는 의미의 투쟁이라는 용어대신 파괴라고 말하는 것은 민주화세력들이 지향했던 사회변혁은 박정희가 미신타파를 내세워서 전통문화를 말살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진보개혁 세력들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80년대 민주화운동이나 친일·친미세력 모두 우리사회를 진단함에 있어서 마치 한 둥지에서 깨어난 병아리와 같이, 서구에 비해서 열등함으로 서구의 가치를 통해 우리사회를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했고, 그 결과 역사와 문화, 전통적 가치 속에서의 새로운 정치(사회)질서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통적가치란 집단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이 오랜 시간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하나의 통일되는 사고와 행동의 패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 가치가 흔들리고 혼돈을 겪으면서 민주화운동으로 얻어낸 일정한 사회적 성과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으로 귀결되었으며, 다양성이라고 하는 자유와 평등마저 방종과 역차별(우월주의)로 전체라는 공동의 이익을 깨뜨리면서 권력과 금력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사회로 변질시켰다.

필자가 전통적 가치를 말하는 것은 개혁이란 점진적 사회의 변화를 말하는 것으로서 인간사회가 유지되는 동안 한시도 멈출 수 없고, 태평성대에도 이루어져야 하는 끝없는 사회적 실천이다. 그러므로 개혁을 위해서는 한국사회가 지속시켜온 가치관에 대해서 깊은 이해와 분석에서부터 사회변화의 열쇠를 찾아내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우리국민 모두가 학연과 지연, 혈연, 종교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동류의식이 만들어낸 정(情)이 선거에서는 배타성으로 작용하여 맹목적지지로 돌변하는 것을 어떻게 개선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며, 자신도 모르게 가지게 된 양반의식(주류의식)과 시민의식 차이를 배워가고, 체면으로 변질된 명예로운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등 전체를 위한 사회적 담론으로 확산되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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