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가 꿈꾸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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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가 꿈꾸는 세계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05.06 2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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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산 정암사 범상스님

 2600여 년 전 히말라야 부근에 위치한 카빌라국의 왕자는 스스로 왕위세습을 포기하고 산중에 들어가 수행자가 되었다. 왕자는 당시 29세의 나이로서 왕위계승 수업을 받았으며, 최고의 학문과 무예를 겸비한 엘리트이자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세속의 삶을 살았다. 그가 세속의 호화로운 삶을 스스로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고통 받는 민중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철저한 계급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던 인도는 제사장계급인 ‘바라문’과 왕족무사계급인 ‘크샤트리아’의 상위 두 계급이 하위계급들을 착취하여 부귀영화를 누렸으며, 기계처럼 부리던 노예가 늙고 병들어 노동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산채로 산야(山野)에 버리는 등 불평등이 당연시되는 그러한 사회였다.

이러한 사회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브라흐만’이라는 유일신이 우주를 창조했고, ‘브라흐만’의 뜻에 의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계급[종성(種性)]이 정해진다고 가르쳤으며, 모든 불평등적 요소들을 신(神)의 뜻(신이 계획한 대로)으로 돌려 신분계급을 합리화시키고 교육시켰기 때문이었다.

왕자가 12살 나던 어느 봄날 왕은 많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농경제의 파종행사’를 거행, 행사에 함께 참석한 왕자는 처음으로 바깥세상을 구경하게 되었다. 왕이 온갖 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쟁기로 밭을 갈자 신하들을 포함한 노예들이 일제히 일을 시작하였다. 이때 피골이 상접한 벌거숭이 농부들의 채찍은 쟁기를 끄는 소를 몰았고, 관리들의 채찍은 농부들의 등으로 날아들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던 광경을 목격한 태자는 다음과 같이 깊은 탄식을 하였다고 불전은 기록하고 있다.


왜 누구는
뜨거운 햇볕아래서
고통스럽게 농사를 지으면서도
못 먹고 헐벗은 채 살아야 하고,
또 어떤 이는
편안히 놀고먹을 수 있는 것일까?
왜 세상은 이다지도 불공평할까?
다 함께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때의 충격은 점차 태자가 배웠던 지배자로서의 왕이 가져야하는 가치관을 무너뜨렸고 결국 출가로 이어졌으며, 6년 고행 끝에 인류 최초의 각자(覺者)로서 인간해방을 선언한 부처(佛)가 되었다.
왕자의 출가는 자신에게 당면한 핍박과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지배자의 양심적 자각에서 출발되었으며, 이러한 민중해방의 노력이 영원한 행복인 해탈로 승화되는 인류역사의 가장 큰 사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붓다가 인간해방을 선언한지 26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특정 권력과 자본에 의한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과 자본이라는 지배계급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노동자)을 생산수단으로 취급하며,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전쟁 등을 일으켜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인간을 상품화시키는 일들을 당연한 사실인양 민중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민중의 자각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했던 석가모니는 스스로 민중 속으로 뛰어 들었다. 석가모니뿐만 아니라 많은 성자들 역시 고통 받는 민중을 구원하기 위해 현실적 사회변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성자들의 가르침과는 반대로, 오직 지배논리에 부합하여 민중들에게 현실문제해결보다는 사후세계를 동경하게 만들었고, 현세구원을 사후의 내세구원으로 변질시켰다. 이것은 많은 종교들이 여전히 석가모니가 부르짖었던 인간해방의 깊은 뜻과는 동떨어지게 허구적 신화(神話)의 세계를 사실로 믿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부처님오신 날을 맞이하여 전 인류는 지배계급이 만들어 놓은 허구적 신화의 세계에서 벗어나 인간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하고, 지배계급은 스스로의 양심적 자각을 통해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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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2011-05-06 22:53:26
스...님!
스님 자신부터 성불 하시고 나서 민중해방 외치시면 제대로 먹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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