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물결봉사단 문화공연팀 ‘큰나무’ 동아리(단장 이정순)

평일 오후, 홍성군노인복지관 2층 사무실에서는 풍물소리가 요란하다. 이정순 단장을 비롯한 노인 10여 명이 풍물연습에 여념이 없다.
은빛물결봉사단 문화공연팀은 요양기관이나 어려운 시설을 다니면서 공연을 하는 순수 봉사단체이다. 노인복지관에서 사물이나 민요, 전통춤, 스포츠댄스 등을 배운 노인들이 자신들이 익힌 지식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보여주고자 결성된 단체다.
어떻게 이곳에 들어오게 됐나
“서로가 어울려 노후를 즐겁게 살려고 여기에 들어왔지. 처음 사물을 배웠는데 너무 재미나는거야” (윤재복. 71)
“단장님이랑 나랑 원래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야. 어렵게 넷이서 끌고 여기까지 왔어. 중간에 포기할 뻔 했지만 만든 보람이 있게 잘 이끌어서 후배들한테 넘겨주자고 열심히 한 것 같아” (임영자. 73)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물질적으로 도와주지는 못해도 조금이나마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좋아. 특히 요양원에 가면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노인들이 많은데 어떨 땐 가지 말라고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거야. 사람이 그리운 게지. 가끔 그런 분들 만나면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나” (이정순. 66)
봉사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나
“여기선 내가 막내다. 내 일이나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거 자체가 도움이 돼. 생활에 활력이 되며 스트레스가 풀리고 한번 연습을 하고 나면 오장육부가 깨끗하게 시원해진 느낌이야” (김재환. 64)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건강하게! 여유있게! 즐겁게! 이게 내가 사는 좌우명이야” (이용세. 72)
“‘9988234’라는 말도 있잖아.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만 앓다 죽자는 말이야. 난 그렇게 살려구” (박원주. 70)
“사는 날까지 건강하고 아프지 않게 즐겁게 사는 게 꿈이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면 평화가 오는 것 같아” (박계환.74)
자식들한테 서운한 점은 없는지
“자식이랑 부모는 무보수 관계야. 자식들이 자기 갈 길 열심히 가다보면 그게 부모로서는 고맙고, 나도 이런 거 배우다 보니 바쁘니까 전화 자주 안 온다고 서운할 틈도 없어. 요새 세상엔 서로 기대도 하지 말고 실망도 하지 말아야 해” (김은미.78)
아쉬운 점이 있다면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래도 소소하게 돈이 들어가. 예산 보조가 조금만 있으면 좋겠어. 공연 끝나고 밥도 한 끼 못 먹고 헤어질 땐 정말 섭섭해. 우리끼리 한 달에 만 원씩 걷어서 경비를 충당하는데 물론 복지관에서 약간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우리 동아리가 계속 지탱할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줬으면 좋겠어” (이정순. 66)
고령화시대라 걱정이 많은 요즈음, 이렇게 60, 70이 되어도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자식들 앞에 당당하며, 나름대로 어르신들의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준비하는 노년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어른신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엿본다. 가치있는 삶을 이루고자 꿈을 현실로 만드는 모습과 지역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작은 베풂의 마음씨가 아름다운 감동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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