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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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가 아니야
  • 김윤하(홍성여고 2) 학생명예기자
  • 승인 2011.06.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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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8살이 되어버렸다. 18년의 세월동안, 아니 내가 기억하는 근 10년의 세월동안 나는 내내 내가 혼자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한글을 일찍 떼고, 구구단을 일찍 외우고, 항상 시험에서 만점만을 받아오던 나는 언제나 부모님의 기대와 칭찬 안에서 자랐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내말이 맞는 줄만 알았다. 항상 나만 잘난 줄 알았다. 부모님께 혼이 나고 손과 발에 흙이 마를 날이 없던 친구들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래서 여러 의견이 나올 때면 항상 내 의견을 주장하며 의견을 굽힐 줄을 몰랐고, 나와 다른 의견을 수용하기는 커녕 내 의견이 아닌 다른 의견이 채택되면 잘못되는 줄 알았다. 반장도 항상 나만 하는 줄 알았다.

나 잘난 맛에 살아서 몹쓸 오만함이 나를 휘감던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들끼리 무리를 지어 놀았었고, 내가 속해 있던 무리에선 내가 항상 리더역할을 하며 아이들을 이끌어 가다시피 하며 지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시간이 왔다. 수행평가가 있던 때도 아니고, 그저 즐거운 놀이 시간이라고만 인식되던 체육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재빨리 운동화로 갈아 신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다. 줄을 하나도 맞추지 않고 산만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뒤에 오던 아이와 부딪혀서 무릎이 깨지고 피가 났다. 다친 무릎이 너무 아프고, 아이들 앞에서 넘어졌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해서 나는 얼른 일어나 운동장 벤치로 가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나랑 친했던 아이들이 모두 나에게 다가와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걱정을 해주었다. 나는 정말 이게 당연한 행동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다른 아이와 재밌는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픈데 웃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약 한 달간 그 아이를 따돌렸다.

그렇게 오만함과 거만함으로 높은 담장을 쌓고 나밖에 모르는 못된 짓을 일삼으며 일명 ‘김윤하 왕국’에서 나는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높기만 했던 나만의 왕국의 담장이 부서지던 사건이 생겼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줄곧 반장을 하던 나는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하였다. 그때는 아직 나에 대한 자신감과 자만이 넘치던 때였으므로 당연히 당선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후보 6명중 3위라는 꽤 충격적인 순위로 전교회장 선거에서 낙선하고 말았다. 처음으로 겪은 제대로 된 실패였기 때문에 나는 실패했단 생각에 사로잡혀 큰 상처를 입었다. 결과에 실망한 채로 터덜터덜 교실로 돌아왔을 때, 담임선생님께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언제나 착하고 예의바른 아이로 보여야만 최고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웃으면서 대답해 드렸다.

“전 떨어졌어요. 그래도 저는 괜찮아요. 그리고 저희 반에서 전교회장이랑 부회장 둘 다 나와서 저는 정말 기쁜걸요”

전혀 기쁘지 않았지만 기쁘다는 말이 나왔고,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나의 이 거짓말은 우리엄마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네가 그런 말을 했다며? 선생님이 네가 정말 어른스럽고 착하다고 칭찬일색이셔. 엄마는 네가 그 정도로까지 생각할 줄 몰랐어. 아직 어리니까 네가 실망했을까봐 얼마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나는 네가 전교회장이 되지 못했어도, 정말 자랑스럽단다”

그저 착한아이로 보여서, 선생님에게라도 최고의 아이이고 싶어서 내가 했던 거짓말은 정말 나를 착한 아이로 만들어 버렸다. 어느새 아이들에게도 말씀하셨는지, 전교부회장에 당선된 우리반 아이가 와서 말을 걸었다. 원래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내던 아이였다.

“선생님께 말씀들었어. 네가 기분이 좋다니 다행이야. 나는 네가 많이 실망할 줄 알았거든. 사실은 네가 너무 친한 아이들끼리만 놀 길래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너 다시 봤어.”

그렇게 나의 그 거짓말은 날 착한아이로 만듦과 동시에 나의 견고하기만 했던 성벽을 무너뜨려버렸다. 나를 감싸던 높은 벽이 무너져버리자 아이들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고, 나는 예전처럼 한정된 아이들이 아닌 반의 모든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게 되었다.

어릴 때의 혼자라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왠지 나 혼자서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기분 이었다. 그러나 한 학년씩 올라갈수록 혼자라는 것은 외로움이었다.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나의 어릴 적 성처럼 높고 견고한 벽을 쌓아놓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먼저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고, 설령 다른 아이들이 먼저 다가간다 하더라도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혼자는 외롭다는 것과, 함께 라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깨달아 버린 나는 나의 거짓말로 인해 무너져 버린 나의 성벽을 다시는 쌓지 않았다. 그리고 무너져 버린 성벽을 대신해서 나의 주위에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외롭지는 않았지만 혼자였던, 어린 나의 빛바랜 왕국은 다시 건국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혼자이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많은 아이들과 함께 만든 새로운 마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마을에는 지금, 영원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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