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축구 승부조작, 어떻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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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축구 승부조작, 어떻게 이런 일이??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06.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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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석(홍성고 2) 학생명예기자
지난 5월 15일, 충남 서산 종합운동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10라운드 울산과 제주의 경기가 열렸다.

울산 현대는 서산에 있는 현대 본사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K리그 홈경기를 울산이 아닌 서산에서 치렀다. 울산 팬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이로 인해 현대 직원들의 사기는 물론 프로축구에서 소외돼 있었던 서산, 태안, 홍성, 당진 등 충남 서부 지역 주민들은 멀리 가지 않고 K리그를 볼 수 있었고, 프로축구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서산에서 프로축구 경기가 무사히 진행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프로축구는 승부조작에 휘말리게 되었다. 많은 선수들이 승부조작으로 구속되는 한편 급기야 선수들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5월 30일, K리그의 3부 격인 챌린저 리그에서 뛰었던 정종관 선수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의 유서에는 자신이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이 부끄럽다”는 내용과 함께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내 친구인데 이들이 내 이름을 아직 진술하지 않은 것은 의리 때문이다. 모두 내 책임이고 내가 시킨 거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프로 축구에서의 승부조작은 브로커들이 K리그 소속 선수들에게 돈을 주고 승부조작을 시키고, 돈을 받은 선수들은 일부러 허술한 플레이를 하거나 고의실점 등으로 팀의 경기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브로커들은 이를 통해 ‘토토식 복권’에서 승부를 맞춰서 부당한 이득을 얻는 식이다. 그렇다면 프로축구에서 왜 이렇게 쉽게도 승부조작이 가능했을까?

이번 승부조작이 일어난 대회는 리그컵이다. 우리나라 프로축구 K리그의 팀들은 한 시즌에 3~4개의 대회를 동시에 소화한다. 정규리그로 볼 수 있는 K리그 경기가 중심이 되고, 리그컵 대회와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A컵 대회, 또 일부 상위권 팀들은 아시아축구연맹에서 주최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치러야 한다. 이런 대회 가운데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가장 약한 것이 리그컵 대회다.

K리그는 1위부터 3위팀 까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받을 수 있고, FA컵에서 우승을 해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리그컵 대회 우승은 상금 1억원 외에 별다른 장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대회에 비해 우승 상금 역시 K리그(3억원)나 FA컵(2억원)에 비해 적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팀은 리그컵 대회의 초반 몇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아예 후보 선수 위주로 대회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또 연봉이 많지 않은 후보 선수들이 주로 뛰다 보니 몇 경기만 눈 딱 감고 승부를 조작을 해주면 연봉보다 많은 돈이 손에 들어오는 환경이기 때문에 항상 유혹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팬들의 관심이 덜한데다 TV 중계가 이뤄지는 경우도 거의 없어 선수들이 고의로 실수를 저지르는 데 따른 부담이 적다. 지난 4월 6일의 리그컵 대회 두 경기가 승부조작 대상이 됐던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프로축구에서 승부조작이 있다는 말은 옛날부터 나오기는 했다. 그 동안 우리들이 너무나도 무관심했고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2008년 승부조작이 발생했을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소속 구단을 방문해 전체 등록 선수들을 대상으로 승부조작 예방교육을 했고, 또 자체 감사 시스템을 강화하고 의혹이 드러나면 관계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었다. 아울러 선수나 구단 관계자에게 접근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활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프로축구 일각에 기생하는 승부조작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없었고, 우려했던 일이 지금 발생하였다. 지금은 급한 대로 일단 프로축구를 토토식 복권에서 제외 시켰지만 올바른 대처법은 아니다. 이달 초 프로 축구 연맹은 승부조작을 주도한 선수들을 영구 제명 시키는 초강수를 꺼내려고 하고 있다.

5월 29일에는 돈을 받고 자신이 뛴 경기에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대전 시티즌 현역선수 3명이 구속되었는데 이들은 4월 6일 열렸던 리그컵 포항과 대전의 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하는 대가로 같은 팀 선수로부터 1000만 원에서 4000만 원까지 돈을 받았다.

이날 경기에서 대전은 포항에게 실망스런 경기를 보이면서 3대 0으로 졌다. 대전 시티즌은 올해 시즌 초반에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며 상위권을 달렸지만, 이런 승부조작에 휘말리면서 팀의 성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나도 대전이 오랜만에 K리그의 상위권을 달려서 기분이 좋았지만, 리그컵 대회에서 대전·충남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구단이 이런 승부조작을 했다는 점으로인해 너무 실망했고 팬들을 우롱하는 모습에 대해 굉장히 화가 났다. 그리고 서산 경기 이후에 달아오르고 있는 충남의 축구 열기가 가라앉을까 두려웠다. 프로축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정정당당한 승부의 세계에서 비겁한 짓을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러한 승부조작은 한창 인기몰이를 시작한 프로축구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고, 한국 축구에서 다시 나와서는 안 되는 몰상식한 일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선수들의 양심을 기대 승부조작을 막는 것만이 아니라 승부조작의 유혹에 처해 있는 선수들을 지원해주고,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어야 한다. 경기를 보는 우리의 입장에서도 승부조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 깊게 관찰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프로축구는 이번 기회를 통해 부실한 리그컵 대회를 없애고, 더욱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프로축구가 다시 인기를 얻으려면 떨어질 만큼 떨어진 팬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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