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조물주가 온갖 기묘한 바위들로 빚어낸 빼어난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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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조물주가 온갖 기묘한 바위들로 빚어낸 빼어난 장관
  • 유태헌 서울본부장
  • 승인 2011.09.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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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헌의 백두대간 종주기] 34구간

 


이번 구간은 오랫동안 갈 수 없었던 만물상과 점봉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이라 가슴이 설렌다.
10여 년 전 혼자서 동서울터미널에서 첫출발하는 양양행 버스를 타고 한계령에서 내려 만물상 능선을 힘들게 넘어, 점봉산 정상에서 오색으로 하산하면서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와 보고 싶었지만 출입통제구간이라 더 이상 할 수 없었던 구간이다. 그러나 기대에 어긋나고 말았다. 조침령에서 출발하여 밝은 낮에 점봉산과 만물상능선을 통과하는 북진이 아니라 남진하기로 하고 한계령에 새벽 2시10분에 도착한다.

한계령(寒溪嶺.917m)은 조물주가 온갖 기묘한 바위들로 빚어낸 우리나라에서 가장 빼어난 곳이다. 고갯마루에서 인제로 가는 서쪽으로는 설악의 서북릉이 따르고 귀때기청, 상투바위, 소승폭포, 대승폭포, 장수대, 하늘벽, 옥녀탕, 그리고 주걱봉과 가리봉도 빠지지 않는다. 양양으로 이어지는 동쪽으로는 흘릴골, 등선대, 여성폭포, 금강문, 주전골, 오색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을 굽이 돌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만물상 같은 절경에 누가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으랴. 이렇듯 한계령은 기치창검(旗幟槍劍)이니 기암괴석이니 하는 찬사가 결코 헛되지 않는 최고의 고개다.
인제와 양양을 잇는 44번 국도로 내· 외· 남설악의 분기점이며, 대청봉으로 오르는 최단 코스(고도) 중 하나의 출발점이다. 과거에는 해안지역을 설악산, 내륙지역을 한계산이라 불렀고 거기서 유래된 이름이 한계령이다.

한계령 동쪽은 ‘해가 뜨는 고을’ 양양(襄陽)이다. 양양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낙산사(洛山寺)는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접한 절집 중 가장 전망이 좋다. 신라의 의상이 관음을 친견했다는 이 절집은 우리나라 관음 신앙의 진원지다. 그러나 당시의 유물과 역사 깊은 당우들은 여러 차례의 전란 속에서 대부분 화를 면치 못했다. 한국전쟁 후에 중창한 건물들도 2005년 4월 5일 양양지역에 발생한 큰 산불로 대부분 불타 버리고 말았다. 다행이라면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지불인 건칠관세음보살좌상(보물 제1362호)을 비롯한 신중탱화, 후불탱화 등 문화재는 지하창고로 옮겨져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낙산사에서 바라보는 동해 해돋이는 나라 제일의 경관을 자랑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많은 시인 묵객이 이곳에서 해돋이를 보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왔다. 조선 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붉은 해가 떠오르는 동해를 배경으로 자리잡은 낙산사를 화폭에 담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낙산 일출의 조망포인트는 당연히 홍련암이다. 홍련암은 그 옛날 의상의 기도가 끝날 때쯤 갑자기 관음굴에서 붉은 연꽃이 떠오르면서 관음보살이 나타났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암자다.
한계령에서 500여m 내려와 오른쪽으로 필레약수 가는 길에서 왼쪽으로 가파른 길이 이어지는 곳이 날머리다. 감시초소 앞을 지나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출발한다.(02시 30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어두운 길을 숲을 헤치며 올라서니 암릉 위에 로프가 매여 있다. 이곳부터가 내가 꼭 보고 싶었던 만물상 암릉 구간이다. 그러나 어둠과 비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까다로운 암릉을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며 바위 사이를 기어가기도 하면서 한시간 여 이어지는 이 구간은 낮이라면 경관이 으뜸인 곳이다.

멀리 귀때기청의 서북능선이 길게 이어지면서 중청과 대청봉 정상이 다가오며, 가리봉과 주걱봉의 긴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로 눈앞에는 흘릴골과 주전골의 만물상, 칠형제봉, 한계령 휴게소 등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쏟아지는 비와 안개 어둠으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지막 암릉을 로프에 매달려 내려서니 산죽이 길을 안내한다. 점봉산이 가까워 지면서 산세고 부드러운 육산으로 대간길은 더욱 뚜렷해진다.

등로에서 약간 벗어난 좌측에 작은 암봉이 보여 올라서 뒤돌아보면 선경이 따로 없는 곳이다. 지도상으로 1157m 봉으로 가리봉능선과 안산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발아래에는 지나온 만물능선이, 그 아래에는 칠형제봉이 단단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곳이다. 십이당계곡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면 십이당계곡으로 이어지면서 흘림골과 주전골을 만난다.

설악산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사계절 가장 아름답기로는 남설악의 흘림골과 주전골이 꼽힌다. 한계령에서 오색쪽으로 약 2km 정도 내려오면 흘림골 입구다.
흘릴골이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2004년 가을이다. 지난 1985년 자연 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오색주민들의 민원으로 20년 만에 문을 열었지만 2006년 기록적인 폭우로 2년 만에 다시 문을 닫아걸고야 말았다. 수마에 할퀸 상처를 흉물스럽게 드러냈던 흘림골은 2008년 수해 복구공사를 하고 등산객을 다시 받아 들였다.

흘림골 탐방로에 들어서면 신선(仙)이 오른(登)다고 해서 등선대란 이름이 붙은 봉우리를 첫 목적지로 삼게 된다. 흘림골의 명물인 여심폭포를 지나 깔딱고개로 1시간쯤 소요되는 등선대에 올라 남설악 절경을 바라보면 이름그대로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발아래로 기암괴석의 칠형제봉과 멀리 동북쪽으로 귀때기청봉, 대청봉 등이 병풍처럼 펼쳐지며 주전골 골짜기 너머로 멀리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등선대 오를 적마다 바라본 백두대간 만물상 능선은 꼭 가고 싶었건만 비바람 어둠 속에서 암릉길을 힘들게 넘고 말았다. 언제쯤 다시 갈수 있을는지….

흘림골은 등선대를 넘어 십이담계곡에서 내려온 십이폭포 아래까지를 말하며, 용소폭포에서 오색마을까지의 계곡길은 가을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주전골이다. 주전(鑄錢)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 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 이계곡에서 승려를 가장한 도적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해진다. 금강굴, 선녀탕을 지나 오색약수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죽길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지나치면 놓치기 쉬운 UFO 바위를 만난다. 잠시 휴식하고 옛날 도적들이 몰래 엽전을 주조할 때 망을 보았다는 망대암산(1236m)에 오른다.(06시40분)

여러 개의 바위를 포개 놓은 것과 같은 정상부는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점봉산을 오르는 산길은 완만한 오름길인데도 은근히 진을 빼는 구간이다.
산행을 하면서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점봉산이기에 힘든 발걸음도 가볍게 느껴진다. 드디어 점봉산(點鳳山.1424m)이다.(07시 10분)

 

 

 

 

 

 

 

 

 

 

 

 

 

 


인제군 인제읍 귀둔리와 기린면 진동리 및 양양군 서면 사이에 위치한 점봉산은 부드러운 육산과 날카로운 암봉이 조화를 이뤄 등산객들의 발길을 끄는 산이다. 그러나 이곳은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어 연중 통제되고 있는 곳이다. 산 남쪽의 작은 점봉산 둘레의 부드러운 육산과, 북쪽의 칠형제봉, 만물상 등 날카로운 암봉이 음양의 조화를 이룬 점봉산은 강한 바람 때문인지 능선에는 활엽수의 개체수가 적고, 바람을 잘 견딜 수 있는 키 작은 싸리나무와 철쭉나무가 주종이다. 군데군데 주목이 몇 그루 자라고 있긴 하지만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고, 주목을 불법으로 채취해가는 사람을 보았을 때는 즉시 신고해 주십사하는 산림청에서 세운 안내문이 보여 색다른 느낌이 든다.

마을사람들은 ‘덤봉산’이라 부르는데 ‘덤’은 둥글다는 뜻이니, 서북능선에서 바라보면 펌퍼짐하고 둥근 것이 산모양에 꼭 들어맞는 것 같다. ‘덤붕’이 한자화 되면서 ‘점봉’으로 불렸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점봉산 일대는 식물자원의 보고다. 1982년 설악산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포함될 당시 함께 지정되었고, 산림청에서도 인근의 숲을 천연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백두대간 분소령은 점봉산 정상에서 산줄기 하나가 남쪽으로 분기하면서 작은 점봉산, 곰배령, 가칠봉을 풀어 놓는다. 이 산줄기에서 곰배령은 점봉산 야생화와 나물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는 곳이다.

이 곰배령은 동쪽의 진동리 설피밭 주민들과 서쪽의 귀둔마을 주민들이 내왕하던 길목이며, 심마니와 약초꾼들이 이용하던 고갯길이다. 금배령 일대는 계곡이 깊고 인적이 드물어 원시림이 울창하며 각종 희귀 야생화가 자생하는 곳으로 이름 높다. 해발 1164m의 곰배령 들꽃의 향연은 5월부터 8월 말까지 이어진다. 연보랏빛 쑥부쟁이와 주홍빛 동자꽃, 자줏빛 칼옆용담, 금강초롱, 홀아비바람꽃, 모데미풀, 한계령풀꽃 등 50여 종이 넘는다.

인제군은 ‘청정과 모험’을 관광 캐치플레이드로 내걸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내린천은 국내 래프팅의 원류라 할 수 있다. 합강정 강변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번지점프대가 있으며, 내린천 지루의 산악지대는 트래킹과 산악자전거, 패러글라딩, 암벽, 빙벽타기 등 짜릿한 모험과 체험 레포츠의 명소로 꼽힌다.

설피밭삼거리를 지나 단목령에서 북암령으로 오르내리는 길은 산행하기가 무척 즐겁다. 적당한 오르막이고, 시원한 숲이 있고, 햇볕도 없으니 오늘 같은 날이야말로 산행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다.

북암령에는 깊은 산중에 넓은 평지가 있고, 둥근 돌탑이 있으며 고목 한 그루가 자유롭게 서 있는 모습이 무척 평화롭다.

북암령을 지나면 ‘저수지 내에 출입금지’ 라는 경고문이 수시로 나오는데, 우측 저 멀리 아주 높이 쌓아 올린 둑이 보이는데 이곳이 양수발전소가 있는 곳이다. 이 발전소는 남대천 상류 용수계곡에 자리한 30만 평의 댐이 있고, 인제군 진동리에는 상부의 댐이 있는데 심야의 남아도는 전력을 이용해 하부댐에 있는 물을 상부댐으로 퍼 올려서 그 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100만kw 규모의 발전소다.

우리나라 최초 양수발전소는 청평 호명산에 있는 청평 양수발전소로 1980년 준공되어 30여 년 동안 수도권과 춘천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양수발전 출입금지 경고문이 있는 안내문을 뒤로 하고 내려오면 오늘에 날머리 조침령에 도착한다. (14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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