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문화’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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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문화’가 키워드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11.03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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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연초제조창의 변모…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다

△ 연초제조창을 활용한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 일부분

 
모든 사물은 ‘쓰임’이 다 하는 순간 존재의 가치를 잃고, 자연스레 방치 혹은 폐기된다. 그러나 쓰임의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 가치를 잃은 사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움직임이 여러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산업 활동의 여러 가지 부산물로 인한 환경오염에서 비롯된 재활용의 개념과 비슷하지만, 쓰임의 변용은 이제 공·산업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쓰레기를 이용해 미술작품을 만드는 정크아트(Junk-art)는 미술계에서 이미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버려진 물품을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폐쇄된 공장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 했다하여 붙여진 ‘아트팩토리’ 는 이미 미술계를 초월해 원도심공동화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국·내외에서 속속 추진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청주에서 열린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폐쇄된 연초제조창을 활용해 진행됐다. 1999년에 담배원료공장이 폐쇄되고 2004년도에 제조공장까지 완전히 가동을 중단한 이래, 청주시와 KT&G의 골칫거리였던 연초제조창이 미술전시공간으로 재탄생 한 것이다.

한편 이와 비슷한 예로 구 서울역사가 근대문화유산과는 별개로 폐쇄된 역사내부의 공간을 활용해 미술전시공간으로 변모했다. 서울시는 역사의 이름을 ‘문화역284’로 바꾸고 서울역의 역사를 소개하고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한편, 한 켠 에는 공연장을 마련해 각계의 문화예술공연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서울역사의 경우, 구도심공동화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공간의 재활용 즉, 쓰임의 변용이라는 부분에서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공간의 재활용은 국내의 경우 아직 그 예가 드물다지만,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국제적으로 선진사례로 주목받는 곳이 있을 정도이다. 본지에서 소개한 일본 가나자와시의 시민예술촌(폐쇄된 방직공장을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 공간으로 변모시킴)이 그러하며, 중국의 798 예술구(베이징 조양구 다싼즈 지역에 위치한 예술 거리)는 공장지대였으나 저렴한 임대료 탓에 지금은 예술가들의 작업장들이 모여 있기로 유명하다. 역시 공장이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 구 서울역사의 현재 모습. 원형복원 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청주시 연초제조창, 옛 서울역사
문화예술공간·복합문화공간으로
연초제조창이 있던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일원은 연초제조창과 지역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다. 1946년 11월 1일 경성전매국 청주연초공장이 들어섰고, 1953년 서울지방전매청 청주공장으로 승격되고 1987년 한국전매공사청주연초제조창으로 개편된 이래 적게는 3000여명이, 많게는 1만여 명이 근무할 정도로 청주를 대표하는 근대 산업의 요람이었다. 내덕동 주민들이 기억하는 연초제조창은 고단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 수 있었던 청주사람들만의 대들보였다. 이곳에서 솔, 라일락, 장미 등 내수용 담배가 연간 100억 개비가 생산됐고 세계 17개국으로 수출하는 등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담배공장이었다.

그렇지만 산업화의 새로운 변화에 따라 1999년에 담배원료공장이 폐쇄되고 2004년에는 제조공장이 완전 가동 중단됐으며, 이후 내덕동의 인구가 급감했고, 활기차던 안덕벌(내덕동 일원)은 청주시의 우범지대로 통할 만큼 창연한 빛을 잃기에 이르렀다.

△ 청주시의 구 연초제조창



청주시는 결단을 내렸다. 몇 년간 지루하게 끌고 간 KT&G와의 소송을 마무리하고 연초제조창을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는 최소한의 계약금을 지불한 상태로, 연초제조창이 완벽히 청주시의 공공건물이 되기까지는 최소한 7여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그 기간 동안 방치될 공간에서 펼쳐지는 단기성 행사이다. 결국 연초제조창은 예술가들과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안덕벌 일대는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 얼마 전 종영된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로 소개된데 이어, 연초제조창의 변모된 모습을 궁금해 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청주시는 안덕벌 투어맵을 제작해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됨



한편 옛 서울역사(사적 제284호)가 2004년 신 역사 개통과 함께 문을 닫고 원형복원 공사에 들어간 후 7년 만에 불을 밝혔다. 1925년 준공 당시 건물로 복원된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새 이름은 ‘문화역서울 284’. 지금은 내년 3월 정식 출범하는 ‘문화역서울 284’에서 개관 기념 전시인 ‘카운트 다운’이 열리고 있다. 김홍석, 박찬경, 사사, 이불 등 30여명이 참여해 서울역을 재해석한 설치, 조각, 영상 등의 작품이 역사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김성원 전시총괄기획 담당자는 “내년 3월 공식 출범까지 6개월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추가해 문화재와 현대문화의 생산적 공존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문화역을 공식 출범 이후로 공연 전시 이벤트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홍성 원도심활성화, 문화예술이 답이다
국내외에서 도시재생은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어가고 있다. 고도의 경제발전은 우리에게 경제적 풍요로움을 가져다줬지만 부의 정도는 불균형했으며, 경제중심지 또한 불규칙하게 이동해왔다. 원도심공동화는 피할 수 없는 자본주의제도가 양산해 낸 수많은 부산물 중 하나이다. 홍성군은 이미 도시재생의 필요성, 다시 말해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본지는 꾸준히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을 강조하며, 여러 사례를 통해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가나자와시의 시민예술촌, 문래동 철강단지, 인천의 배다리역사문화마을에 이어 청주시의 연초제조창과 구 서울역사는 과거에 정지된 공간에 문화예술의 숨결을 불어넣어 도시재생으로 이어지게 했던 중요한 사례들이다.

개발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지속가능한 개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단기적인 경제적 성장을 바라본 획일화된 도시개발사업은 아닐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도시의 미래를 향한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시민사회와 지방정부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가나자와시의 방직공장, 청주시 연초제조창의 변모는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의 단초가 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지방정부의 행정력이 돋보이고, 도심재생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결단력이 돋보이는 사례들이다.

고암 이응노 기념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홍성군은 아트빌리지 조성도 염두해두고 있는 듯 하다. 지역의 문화예술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개발이라는 명목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 문화예술도시라는 커다란 명제에 부합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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