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형물, ‘흉물’과 ‘명물’은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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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형물, ‘흉물’과 ‘명물’은 한 끗 차이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1.1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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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 부서 마다 ‘색깔 내기’에 급급 … 제작·관리 일원화 해야



홍성읍내 주요 사거리 주변에 위치했던 꽃탑이 홍성8경과 홍성의 농·특산물을 홍보하는 홍보탑로 바뀌면서 이에 대한 군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읍이 관리하고 있던 이 꽃탑은 봄~가을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는 각종 꽃들이 식재돼 왔었으나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을 반영해 식물식재라는 본래 목적에서 탈피, 일시적으로 홍성관광을 알리는 홍보탑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이 홍보탑의 디자인과 실효성을 둘러싸고 군민들의 의견이 분분해 본래의 제작목적과 타당성이 힘을 잃고 있다. 홍성읍 관계자는 “꽃탑에 꽃을 심지 않는 겨울철 기간 동안 홍성8경과 농·특산물을 알리는 홍보탑으로 제작키로 자체적인 회의를 거쳐 결정했으며, 설치와 제거가 간편하고 4~5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꽃을 식재할 수 없어 미관상 좋지 않지 않다는 이유로 약 2000여 만원이 투입돼 제작된 홍보탑이, 실제로 홍성군의 관광과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관광과와는 이렇다 할 상의가 없이 이루어져 홍성군내 관광조형물의 이원화된 관리·제작 실태가 다시 한번 지적되고 있다.

관광조형물을 비롯한 관내 상징조형물들은 지역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홍성군의 브랜드화를 목적으로 제작되었기에 군민들의 합의를 통한 일관된 디자인과 주제를 사용할 때 극대화된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인데 비해, 홍성군의 경우 조형물의 제작과 관리가 문화관광과, 축산과, 경제과, 홍성읍 등으로 각각 이루어지고 있고, 주제와 디자인에 대한 체계화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일례로 문화관광과의 경우만 해도 관광계에서는 휴게소에 설치된 관광상징조형물 2점을, 문화재계에서는 김좌진·한용운 동상 등 위인관련 조형물을, 축산과에서는 군내 도로 주변에 설치된 소 조형물을, 경제과에서는 명동상가 초입의 한용운 동상을 비롯한 상가 내 조형물을 각각 제작·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며, 홍성읍이 꽃탑을 일시적으로 홍성관광홍보탑으로 제작함으로써 홍성읍도 관내 각종 상징조형물의 관리자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관주도 공공조형물은 주민들이 그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자연적 자원을 발견하게 하고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 함양을 목적으로 조성된다. 아울러 주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시설물이기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전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홍성군을 상징하는 구체적인 항목을 체계화 ·이미지화 한 후 각종 상징조형물에 반영되어야 하는 수순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복돌이’가 홍성군 마스코트?
이런 점에서 홍성군의 경우 홍성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에서도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홍성군 홈페이지 내 ‘홍성군 소개’에 등장하는 ‘홍성 상징’ 항목에서, 홍성의 마스코트로 소개되고 있는 ‘복돌이(돼지)’ 캐릭터가 관내 조형물에 전혀 반영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1999년에 군에서 의뢰·제작한 ‘복돌이’ 캐릭터의 존재조차 대다수의 군민들이 알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군내 서류상의 이미지, 각종 공사 안내문 등에 간혹 쓰이고 있다. 무엇보다 군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는 ‘돼지’인데, 축산과에서 군내 주요 도로 3곳에 모두 ‘한우’ 조형물을 설치해 조형물 조성에 있어서도 군의 대표상징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꽃탑의 경우도 큰 테두리에서 제각각 관리되고 있는 관내 조형물 실태에서 등장한 하나의 엇박자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각 관할 읍·면 마다 ‘꽃탑’과 같은 자기만의 ‘색깔내기’에 열중해 홍성군의 전반적인 경관디자인 행정과는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홍성읍이 꽃탑에 임시로 홍성8경과 농·특산물을 알리는 홍보 판넬을 부착하려 했다면, 최소한 사전에 해당 부서와 협의한 후 최적의 대상과 이미지를 골라 추진했어야 했다.

홍성 도시경관 위한 종합 틀 짜야
위와 같은 문제는 비단 홍성군만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관내 공공조형물에 대해서 제각각 제작·관리하고 있으며, 심지어 조형물의 디자인과 제작까지도 분리 발주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우도 있다.

한편 광주광역시의 경우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공디자인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2007년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또 디자인·경관·도시설계·조경 등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공디자인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 위원회는 자치구와 공공기관에서 설치코자 하는 모든 공공시설물에 대해 심의와 자문역할을 맡는다. 아울러 전국 최초로 공공기관이 설치하는 표지판·가로등·화장실·휴지통·판매대 등 시설물의 디자인을 역사성·예술성·생태성 따위 기준으로 심사하는 ‘공공디자인 조례’를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홍성군도 도시디자인 T/F팀이 출범했다. 홍성군을 브랜드화 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공감하는 이미지를 정립해 군내 각종 상징조형물에 대한 통합적인 가이드라인 구축은 도시디자인팀의 업무가 될 것이다. 또한 전문기관에 의한 여론조사, 지역브랜드 컨설팅 등을 통해 해당 사업의 상징성이 무엇인가를 찾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특히 예술 공간 조형물의 경우 체계적인 도시공간계획에 의해 조성되고 있는지, 공공조형물에 의해 창출된 공간의 사용자로서 주민들의 참여범위와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홍성군민들도 모르는 ‘복돌이’ 캐릭터 보다는, 홍성군이 추구하는 정책방향과 홍성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대다수 군민들의 합의를 전제로 새로운 상징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국 공공조형물의 일원화된 제작과 관리는 위와 같은 작업의 마무리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차후의 문제이다. 홍성군의 도시 경관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내는 종합적인 전략 틀의 조속한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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