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진보쵸 책방거리 유일한 한국서점 ‘책거리’
상태바
일본 도쿄 진보쵸 책방거리 유일한 한국서점 ‘책거리’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9.11.15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책방-19
한국책방 ‘책거리(CHEKCCORI)’간판.
한국책방 ‘책거리(CHEKCCORI)’간판.

김승복 대표, 일본 진보초에서 책방과 북카페, ‘쿠온출판사 운영
‘책거리’라는 공간 통해 각종 행사, 현지 독자들에게 K문학 소개
‘새로운 한국문학시리즈’등 한국문학 작품 번역서 일본에 선보여


옛날 서당에서 책을 한 권 뗄 때마다 학동이 훈장에게 음식 등을 대접하던 전통이 ‘책거리’다. ‘책씻이’라고도 하며 한자로 쓰면 ‘세책례(洗册禮)’다. 우리 한국의 전통적인 풍습으로 옛날 서당에서 글을 가르칠 때 학동들이 책 한 권을 다 배우면 훈장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간단한 음식과 술 등을 마련해 훈장을 대접했던 작은 행사를 말한다. 그리고 책 하나를 다 배웠을 때뿐만 아니라 옛날에는 동료 학생의 책을 빌려서 책 한 권을 필사하기도 했는데, 그 책을 다 필사하고 나서도 책을 빌려준 학생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책거리’를 했다고 한다. 특히 책거리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은 송편인데, 송편을 먹는 이유는 송편은 팥이나 콩 등으로 소를 가득 채운 떡이므로 꽉 찬 송편처럼 학문 역시 꽉 차라는 의미로 먹었다고 한다. 즉 스승에 대한 감사와 학생의 학업 성취를 바라는 뜻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우리의 전통 풍습이다.

이러한 의미와 가치가 담긴 ‘책거리’가 일본 도쿄의 진보쵸 책방거리에도 있다. 진보쵸 책방거리에서 유일한 한국서점의 이름이 바로 ‘책거리(CHEKCCORI)’다. 책방 이름이 일본 발음으로 ‘책코리(チェッコリ)’인 ‘책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이 물씬 묻어 있는 이름이다.

■ 진보쵸 한국책방 ‘책거리’와 쿠온출판사
오늘날 스마트폰 등 미디어의 발달로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 일본보다 독서량이 절반 정도인 우리나라 한국의 실정을 감안한다면 더군다나 일본 도쿄의 한복판에서 한국 책을 알리고 판매하며 문화를 전파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현재 헌책방이 180개 정도가 있고 250여 개가 넘는 출판사가 모여 있는 일본 최대의 고서점가 진보쵸에서 한국책방 북카페 ‘책거리(대표 김승복)’가 일본 사람들과 재일교포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든든한 ‘K문학(한국 문학)’거점의 ‘한국서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K팝, K드라마, K뷰티 등 일본은 지금 K컬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젊은 층 유행어로 ‘韓國っぽ(한국스러운)’이란 단어가 ‘핫하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들은 무엇이든 한국스러운 것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10여 년 ‘한국 문학(K문학)’을 전파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일본의 고서점거리인 진보쵸에서 ‘책거리’라는 책방과 북카페, ‘쿠온출판사(COUN)’를 운영하고 있는 김승복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1년 일본으로 건너와 니혼대학 예술학부 문예과에서 평론을 공부했다. 졸업 후 현지 광고회사에서 일하다 2001년에는 독립해 직접 회사를 차렸다. 이후 탄탄한 문학성과 대중성까지 갖춘 한국의 좋은 작품을 일본에 소개하고 싶어 2007년 출판사까지 차렸다. 본격적인 출판업은 2010년부터 시작했다. 그는 한 해 120번의 한국 문학 이벤트를 연다. 기획력과 추진력은 광고 회사 운영 이력에서 나왔다. 그는 직접 한국 문학 등 관련서 번역과 기획 출판하기도 하고 한국 작가들을 일본 출판사에 소개하며 출판을 돕는 코디네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 문학은 물론 한국어로 나온 각종 서적까지 3000여 종을 파는 56㎡ 규모의 ‘책거리’라는 공간을 통해 크고 작은 행사를 개최하며 현지 독자들에게 K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만들다보니 홍보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공간이 없는 거예요. 섭외의 어려움을 겪던 차에 ‘그냥 우리가 책방을 하자’라고 의기투합을 했어요. 3년간 구상했고 2015년 7월에 오픈했죠.” ‘일본에서 한국책을 판다’는 발상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한류라는 밑바탕을 깔고 있지만 일본인들에게 한국 책은 엄연히 ‘원서’다. 원서에 대한 접근성은 벽이 높고 구매층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책거리를 오픈한 후 2년 뒤 2017년, ‘독도 문제’로 인한 한일 간 냉각기가 찾아왔다.

“정치적인 이유로 손님이 줄어들 것이란 생각은 안 했어요. 제 생각이 맞았죠. 일본 사회의 좋은 점이 다양성이라는 부분이에요. 좋은 한국 작가들이 많고 또 누군가는 늘 좋은 작품을 찾다보니 매출 걱정은 하지 않았죠.” 현재도 한일 간 정치적 관계가 가히 좋은 편은 아니지만 한류는 단단하고 또 젊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국이 읽는 책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작)’는 책은 일본 내에서도 4쇄까지 출판됐다. 지난해 가을 김 대표가 일본 출판사를 통한 출간을 도운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일본에서만 4만 부 넘게 나갔어요. 일러스트가 가미된 어렵지 않는 책이라 원서로도 많이 팔렸구요. K팝 팬들이 ‘한류’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원서 한 권을 읽게 되면 그에 대한 굉장한 만족도가 뒤따라 오거든요. 이렇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책들도 매우 중요하죠. 이런 계기로 한국 문학에 빠져드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문화의 연결성으로 문학 또한 한류의 붐을 타고 있다. 김승복 대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한류를 배제하더라도 일본 문학에서 한국 문학이 우뚝 서기를 바라는 ‘한국 문학 전도사’임에 틀림없다.

일본 도쿄 간다 진보쵸 고서점거리에 자리한 한국책방 ‘책거리’의 김승복 대표가 책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 도쿄 간다 진보쵸 고서점거리에 자리한 한국책방 ‘책거리’의 김승복 대표가 책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국문학 시장 확대 위한 노력 병행
한국책방 ‘책거리’는 일본에서 오래된 160여개의 책방이 줄지어있는 고서점 거리 진보쵸에 위치해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보수적인 성향의 동네다. “책거리는 오픈 2주년이 돼서야 작은 간판을 달았어요. 오랜 터줏대감이 많은 곳이라 저희가 처음부터 크게 시작한다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게 시작해 주변의 응원을 받으며 나아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마디로 작전이었죠.”라고 밝힌다.

도쿄 진보쵸에는 130년 된 키타자와서점과 100년 된 우치야마서점이 있다. 두 서점이 100년만에 교류를 시작한 것은 순전히 김 대표의 제안 덕분이었다. “100년 넘게 대를 이어 같은 자리에서 서점을 운영했는데 두 서점이 그동안 단 한 번의 교류가 없었대요. 제가 둘을 소개하고 책거리 망년회에 초대했어요. 정말 재밌고 훈훈한 일이 벌어진 거죠. 제가 지금까지 잘한 일 100가지 중에 한 가지예요. 저는 그렇게 진보쵸에 자리를 잘 잡았어요.”

일본에서 부는 한국문학 열풍은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7년 설립된 일본 쿠온출판사는 2011년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란 이름으로 한국 문학작품 번역서를 일본 시장에 선보였으며, 첫 작품이 한강의 ‘채식주의자’였다. 5년 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으면서 일본에서 한국문학 열풍을 일으키는 불쏘시개가 됐다. 맨부커상에 힘입어 일본에서만 1만여 권이 판매됐다. 작가 한강은 일본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교도통신 등에서도 호평했으며, 일본도서관협회 선정도서로 발탁되기도 했다.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는 2011년과 2012년 연속으로 출판디자이너가 뽑은 ‘올해의 책’에도 선정됐다.

김승복 대표의 목표는 한 가지다. 좋은 친구를 소개하듯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것이다. 박경리 작가의 일본번역판 소설 ‘토지’도 ‘쿠온출판사’가 기획 출간했다.

“일본 내에서는 제가 한국 책을 가장 먼저 읽는 사람이니까. 좋은 작품을 친구에게 소개하듯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올해 목표는 11월에 일본 도쿄에서 ‘코리안 북 페스티벌’을 여는 거예요. 일본 출판사들이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해요. 길을 낸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흥미롭고 가치있는 일이기도 하죠. ‘K문학’을 위해 많은 분들의 응원이 필요해요.” 김 대표는 책방 운영과 출판에만 그치지 않고 그는 한국 문학 시장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매년 50여 권의 좋은 한국 책을 소개하는 ‘K-문학 진흥위원회(이후 K-BOOK진흥회로 개칭)’를 설립했고 사무국을 쿠온출판사가 맡았다. K-BOOK진흥회는 저명 작가이자 호세이(法政)대 교수인 나카자와 게이 위원장을 비롯해 번역가, 출판사 대표, 자유기고가 등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한국 문학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편 K-BOOK진흥회는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의 책 50권’이란 가이드북을 발행해 일본 출판계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가이드북은 한국 번역 책이 연간 100권이 나올 때까지 시리즈를 이어가려고 하는데 수익 사업이 아니어서 어려움이 있다는 하소연이다. 따라서 이러한 출판을 위해서는 한국의 출판계나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는 정책 실현이 중요해 보인다.

“저희가 불씨를 지펴서 조금씩 한국 문학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쿠온출판사는 한국 문학의 안테나숍이라는 사명감으로 올해는 책, 영화, 드라마, 음악이 함께하는 행사도 열고 서점의 한국 북페어 등도 꾸준히 추진할 겁니다. 덕분에 한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 편집자도 늘고 있어서 조만간 베스트셀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한국 책방과 출판사를 운영하며 ‘한국 문학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김승복 대표가 우리 출판문화계와 정부에 던지는 문화융성을 위한 정책방향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다.

한국책방 ‘책거리’와 ‘쿠온출판사’ 주소는 〒101-0051 東京都千代田区神田神保町1-7-3 三光堂ビル3階(도쿄도 지요다구 간다 진보쵸 1-7-3 산코도빌딩 3층)

한국책방 ‘책거리’에 전시된 한국의 옛 잡지와 책들.
한국책방 ‘책거리’에 전시된 한국의 옛 잡지와 책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홍성군청사, 아픈 역사 101년 끝내나?
  • 통증이 주는 두려움과 안도감
  • 실종된 박모 소방사 “소방관이 꿈이었다”
  • “농사지으며 밥차에 건강한 먹거리 보내자는 꿈을 이뤘어요”
  • 재경홍성군민회, 임원 이사회 개최
  • 유통시장의 변화, 어떻게 살아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