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는 없는 책도 그러나 헌책방에는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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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는 없는 책도 그러나 헌책방에는 있는 책이다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9.1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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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20
오늘날의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책이나 연구자료 등도 찾을 수 있는 헌책방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문화의 가치가 있는 보물창고다.
오늘날의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책이나 연구자료 등도 찾을 수 있는 헌책방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문화의 가치가 있는 보물창고다.

‘꽃은 떨어지고 사라지지만, 헌책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돈으로 값어치 있는 책 아니어도, 찾은 소중한 책이면 그 책이 보물
헌책방, 헌책 통해 과거 배울 수 있는 통로, 그 자체가 역사적 가치


책들이 좀 낡았다는 것일 뿐, 꽂힌 채로는 새 책과 다를 바 없지만 꺼내보면 달라진다. 사람의 이야기가, 시간과 우리의 흘러온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 주인의 사연과, 책 주인에게 이 책을 준 사람의 사연들이 씨실과 날실로 엮인다. 면지에는 책 살 때의 느낌을 간단히 쓴 일기나 메모가, 책을 선물로 주면서 남긴 글이, 그 책의 작가로부터 받은 사인이 남아 있다. 이렇듯 시간을 지키고 서 있는 곳, 흐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곳, 쓸모없음이 있음으로 변하는 곳, 이곳이 헌책방이다. 이들은 고맙게도 책을 무더기로 쌓아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현대사회의 옷깃을 잡아끈다. 하지만 이들도 점차 사라져가는 중이다. 다행히 헌책방이 여럿 모여 있는 서울의 청계천,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골목까진 아니더라도 섬지역인 제주도에도 헌책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히려 희망이다. 고서와 절판된 헌책들이 모여 있고 200여 개가 넘는 고서점과 헌책방이 모여 있는 일본의 진보초 거리를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헌책방의 가장 큰 매력은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책을 찾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꽃은 떨어지고 사라지지만, 헌책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헌책 예찬론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큰 서점에도 없는 책이 헌책방에는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별로 안 사니까 여러 권 찍어내지 않아서 절판도 빠르기 때문에 사라지는 책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헌책방에서는 필요한 책들을 찾을 수도 있고, 직접 책 상태를 알 수도 있기 때문에 수집가들에게는 또 다른 보물창고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책이나 시집의 초판, 혹은 잡지의 창간호를 모으고 연구자료 등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 바로 헌책방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책이나 연구자료 등도 찾을 수 있는 헌책방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문화의 가치가 있는 보물창고다.
오늘날의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책이나 연구자료 등도 찾을 수 있는 헌책방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문화의 가치가 있는 보물창고다.

■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 헌책방
헌책방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계속 재출간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스테디셀러인 훌륭한 책들도 있지만 나름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는데도 헌책으로만 구할 수 있는 책들이 있다. 헌책방에서는 그런 책들도 찾을 수 있다. 좀처럼 재출간되지 않고 사라지는 책들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정치인들의 책이다. 그들의 일화를 담은 책이나 자서전은 정치인이 힘이 없어지면 더 이상 팔리지 않는지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과거 그들이 활동했던 기록 자체가 모두 의미 없는 것은 아니기에 그들의 기록을 읽어볼 필요는 있다. 물론 꼭 돈으로 값어치가 있는 책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찾은 소중한 책이라면 그 책이 보물이다. 누구에게나 나름의 인연을 가진 보물 같은 책이 있기 마련이다. 헌책방에서 책을 만나고, 그 책과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다.

헌책방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헌책방은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대형 서점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헌책방은 낯선 장소겠지만, 때때로 방문해서 찾아보면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장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헌책방 안에서는 바깥과 다른 공기와 시간이 흐르고 있다. 헌책방들은 대부분 역에서 떨어진 교통이 좋지 못한 곳에 있는데, 이는 헌책방을 알아서 찾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다행히도 서울 책방 찾기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곳이 있다. 서울시민이라면, 서울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인근의 헌책방을 찾을 수 있는 ‘서울의 동네 책방 찾기’ 서비스를 제공해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인근의 헌책방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200여개가 넘던 70년 역사의 서울의 헌책방은 현재 동대문 평화시장과 청계천 일대에 20여 개가 남아 경맥을 잇고있다.
200여개가 넘던 70년 역사의 서울의 헌책방은 현재 동대문 평화시장과 청계천 일대에 20여 개가 남아 경맥을 잇고있다.

■ 헌책방, 그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옛스러운 냄새와 소리를 느낄 수 있는 헌책방들이 모인 곳이 있다. 부산의 ‘보수동 책방 골목’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과거에 비해 현대적 보도블럭과 간판이 들어왔지만, 골목길이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50여 년 전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다. 골목 안에는 수많은 책방이 있다. 그 곳의 오래된 책에서 나는 옛 냄새가 더욱 더 정겹다. 그 곳에서는 몇 십 년 전의 오래된 책들을 구할 수 있다. 또한 골목 안에는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도 있어 보수동 책방골목의 유래와 역사를 알려주는 작은 규모지만 옛날에 쓰던 교과서와 귀여운 미니어처들이 전시돼 있다. 한편에는 흑백사진들과 함께 보수동 골목책방의 유래가 적혀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옛 책을 구할 수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 당시 가족과 이별하고, 피난 온 이산가족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많은 청춘남녀들이 추억을 만드는 장소였던 만큼 곳곳이 사람과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다. 이처럼, 헌책방은 헌책을 통해 과거를 배울 수 있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스토리텔링이고,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 헌책방은 도시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는 대형 중고서점에 밀려나 찾기조차 힘들다. 대세는 구석구석 위치한 헌책방이 아니라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한 대형 중고서점인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런 대형 중고서점의 등장을 반긴다. 책의 유통이 원활하고, 도시 중심지에서 싼 값에 쉽게 책을 구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헌책방은 살아남아야 한다. 책을 잘 구입하지 않아 4~5년만 지나면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은 금방 절판되는 상황에서, 신간과 베스트셀러, 책의 상태가 좋으면 높은 값을 쳐주는 중고서점에서 소위 고전이라 말하는 ‘춘향뎐’ 등의 오래된 책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몇 십, 몇 백 년의 시간을 간직한 오래된 헌책방, 과거를 말해주는 곳이니 헌책방의 어마어마한 가치가 아닐까?

전 세계적인 흐름이겠지만 헌책방 문화는 기술이 발전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존재감이 옅어져왔다. 사람들이 새 책도 사 읽지 않는 마당에 헌책이 웬 말이냐는 소리가 당연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효용가치를 따지며 쓸모 있음과 없음을 논하는 것은 소용없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효용가치가 없는 것만도 아니다. 관련단체와 정부기관까지 나서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 문화의 가치를 알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헌책방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 한국사회, 지적움직임에 큰 역할 하다
서울의 헌책방 문화는 70년의 역사다. 1950년대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하게는 1959년, 복개하기 전 청계천 일대가 배경이다. 1959년 한국전쟁의 피난 과정 당시 북쪽에서 많은 피난민이 내려와 청계천 일대에 판잣집을 짓고 터를 잡았다. 인근에 위치했던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여러 종류의 노점상들과 보따리 장사꾼들이 모여들며, 동대문시장의 원형이 된 상권이 형성됐다. 청계천을 복개하기 전에는 냇물이 흐르는 하천 양쪽에 20여 개 좌판점들이 헌책을 놓고 팔기 시작했다. 일대는 헌책방이 들어서기에 최고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동대문운동장은 고속터미널이었고, 거리의 끝은 1호선의 종착역이었다. 상권으로 손색이 없었는데, 청계천을 끼고 서울대 문리대와 법대, 의대, 성균관대 등 대학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1962년에는 그 자리에 평화시장이 세워지면서 청계천을 따라 질서 없이 난립했던 책방들이 평화시장건물 1층으로 터전을 옮겼다. 책이나 참고서를 구하기 어렵던 시절 헌책방은 최고의 인기와 호황을 누렸다. 지금은 20여 개 남짓한 헌책방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200여 개의 헌책방이 가득하고 하루 평균 2만여 명이 드나들던 헌책방 거리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자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복사기가 대중화되고 교보문고, 종로서적 등 대형서점의 출현으로 영향을 받아 사람들은 헌책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1990년대 들어 교과서가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헌책의 효용가치는 낮아졌다. 1990년대 초부터는 점포들이 기술서적, 종교서적, 잡지, 참고서와 같이 전문화를 시도하는 등의 묘책을 마련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그 이후 2000년대 빠르게 진행된 인터넷의 발달은 헌책방의 쇠락에 부채질을 했다. 새로 등장한 온라인 서점으로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수요가 확연히 줄었다. 게다가 중·고책만 전문으로 사고파는 대형 서점이 생겼으니 헌책방 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급격히 줄었다. 심지어 젊은 세대들은 헌책방 거리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가 됐다. 그렇게 헌책방은 200여 개에서 100개, 다시 50개 그리고 20여 개 남짓한 오늘의 모습이 됐다. <끝>

대전 중구 대전극장통(목척교 주변).
대전 중구 대전극장통(목척교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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