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마을의 ‘느티나무 헌책방’이 “문을 닫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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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마을의 ‘느티나무 헌책방’이 “문을 닫았습니다”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9.07.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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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길을 묻다 〈7〉
홍동마을의 느티나무 헌책방이 문을 닫았다는 안내를 하고있다. 느티나무 헌책방은 지난 6월 말로 문을 닫았다.


헌책방이라는 공간을 지켜낼 수 있는 좋은 방안은 없을까
2006년 문을 연 느티나무 헌책방, 13년 만에 문을 닫았다
홍동마을, 자유로운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교육장 자리매김
밝맑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은 책만 읽는 도서관만이 아니다


헌책방의 문화사회적 함의는 물론이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이 어디 있는지, 어떤 책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고,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헌책방이다. 지역에, 마을에, 지방의 소도시에 헌책방이 있어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을 취재하는 도중에 홍성의 홍동마을에 있는 유일한 헌책방인 ‘느티나무 헌책방’이 건물철거가 예정돼 있어 부득이 지난 6월 말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순간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헌책은 회전율이 낮고 인터넷과 영상은 책과 아이들을 떼 놓기 일쑤이며 새 것을 좋아하는 대중의 취향은 헌책방의 존재 이유마저 무색하게 하는 순간이다. 헌책방 주인들은 ‘속성’과 ‘결과물’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책을 안 읽게 된 주범이라 지적한다. 오래된 것, 옛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세태를 헌책방이 문을 닫는 이유라고 탓하기도 한다. 이제 헌책방은 타개책으로 전문적인 고서점 등으로 차별화하거나 돈과 품이 덜 드는 인터넷 서점으로 전환을 모색 중이거나 상당수 헌책방들이 전환을 했다.


■ 헌책방, 명맥이 끊길 수밖에 없는 까닭
그렇다면 과연 헌책방이라는 공간을 지켜낼 수 있는 좋은 방안은 없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59.9%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셈이다. 역대 최저치 기록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책이 아니면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정보 대부분을 습득하고 있다. 정보와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갈수록 늘면서, 신간을 파는 중소서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형서점마저도 수익이 악화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니 손때 묻은 책을 다루는 동네 헌책방은 오죽할까. 그나마 책을 구매하는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대형 중고서점까지 잇따라 들어서면서 헌책방의 숫자는 자꾸만 줄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 헌책방의 사정은 더하다.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명맥을 잇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도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하지만 사라지는 곳 사이에서도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령화와 경영난으로 기존 상인이 내몰리는 현상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요한 건 헌책의 가치에 주목하고 헌책방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든 단체든 개인이든 헌책의 가치에 주목하고 헌책방을 살리고자 하는 지속적인 움직임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헌책방을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목한 건 어찌 됐든 헌책방 그 자체가 갖는 의미와 가치다. 지역에서 헌책방 살림을 잇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문제는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지식의 보고’인 헌책방의 명맥이 끊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홍동마을의 느티나무 헌책방이 문을 닫았다는 안내를 하고있다. 느티나무 헌책방은 지난 6월 말로 문을 닫았다.


■ 홍동 느티나무헌책방, 6월 말 문 닫다
지난 2006년 문을 연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의 ‘느티나무 헌책방’이 건물이 철거될 예정이어서 부득이 지난 6월 말로 문을 닫았다. 책방 문을 연지 13년만이다. 그동안 20여 평 규모의 책방에 동화책부터 인문교양 서적까지 책꽂이에는 빼곡히 책이 꽂혀 있었다. 홍성군의 전체인구가 10만 952명인 가운데, 홍동면은 지난 6월 말 현재 인구가 1615세대 3510명이다. 홍동마을의 경우 채 200가구도 안 되는 농촌마을이다. 그것도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 마을의 한쪽에 자리 잡은 느티나무 헌책방은 생태환경 서적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는 장은성 사장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난 2006년 6월 문을 열었다. 홍성군 서부면 출신인 장 사장은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출판사 직원으로 8년간 일하다가 2002년 출판사를 설립했다.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책의 성격상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농촌마을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고향 근처의 농촌마을로 내려왔던 것이다. 그리고 장 사장은 농촌 주민들이 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돈을 벌기보다는 농촌에 독서문화를 보급해 보자는 목표’로 헌책방을 운영해 왔다고 한다. 책방은 무인점포로 운영해 왔다. 책을 사고 싶은 고객은 장부에 구입한 책제목과 구입 날짜 등을 기록한 뒤 바구니에 돈을 두고 가는 방식으로 운영했던 것이다. 수익금은 책을 장만하는 데 재투자하고 남는 수익금은 마을발전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조그만 농촌마을을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홍동마을은 풀무학교를 비롯해 협동조합이 잘 조직된 곳이다. 느티나무 헌책방을 운영했던 장 사장은 “당시 풀무학교 홍순명 교장선생님이 저에게 ‘시골 마을에도 책방이 있어야 한다. 책 만드는 사람이 왔으니 마을에 책방 하나 만들자’고 하셨다”며 “처음에는 흘려들었는데, 2006년에 집을 옮기게 되면서 마을에 책방 하나 있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서 책방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힌바 있다.

지금도 홍동마을에는 홍동밝맑도서관과 마을활력소, 그물코출판사와 느티나무 헌책방이 있었고, 풀무생협과 풀무신협을 비롯해 풀무학교 전공부, 갓골어린이집, 유기농연구소, 협동조합 얼렁뚝딱 건축조합, 할머니장터조합 등이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지역자원이 협동조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또 지역밀착형 중간지원조직인 지역센터 ‘마을활력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홍동의 각 커뮤니티비즈니스 주체 간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풀무학교와 풀무학교생활협동조합 등 마을공동체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홍동마을’에는 도서관과 어우러진 동네책방이라는 문화소통 공간으로 정겨운 사랑방 역할을 해오던 ‘느티나무 헌책방’이 문을 닫은 것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환경과 생태 가치를 중시하고, 풀무학교의 교훈인 ‘더불어 사는 평민’을 푯대로 무두무미, 즉 모두가 평등하고 등수로 줄을 세우지 않는 교육방식을 한 결과, 홍동마을은 자유롭고 떠들썩한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개인의 삶보다는 공동체를 꾸려 문제를 해결하고, 모자라고 부족한 것은 스스로 만들어 채우며 외부에 기대지 않는 자립과 자치정신을 통해 홍동마을에 꼭 필요한 공동체들이 스스로 차례차례 꾸려지는 바탕이 됐다.

지금까지 홍동마을의 ‘느티나무 헌책방’의 역할과 기능은 이제 밝맑도서관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밝맑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은 책만 읽는 도서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음악회가 열리고, 어느 날은 책장 앞에 원화나 그림을 전시하는 미술전시관이 되기도 한다. 또 밝맑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는 많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도서관이자 공부방이며, 놀이방이다. 한편 주민들에게는 농사와 역사, 다양한 문화와 인문강좌를 듣는 세미나 교육장, 지역의 문제나 현안에 대해 토론을 하는 토론의 장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홍동마을 느티나무 책방 앞에는 “갓골 나들목 건물 철거 예정, 느티나무 책방 문닫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란 안내판이 책방 앞을 지키고 서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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