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삶과 정신, 역사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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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삶과 정신, 역사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9.04.0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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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길을 묻다 〈1〉
헌 책은 단순히 낡고 오래된 책이 아니라 사료적 가치와 역사문화적 자료다. 지식의 보물창고이기도 한 헌 책방을 살려야 하는 이유다.

헌책방, 사료적 가치와 역사 문화적 자료의 보물창고
일부 지자체들, 헌책방 살리고 활성화하는데 힘 보태
지역문화의 마지막 버팀목 헌책방의 필요성·가치 중요


헌책은 단순히 낡고 오래된 책이 아니다. 이슈 중심의 베스트셀러와 시류에 따라 기획된 책들이 주를 이루는 온·오프라인 대형서점과 분명히 다른 맛의 역사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헌책방에는 획일성을 탈피한 다양성이 존재하고 사람과 삶,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공유한다. 과거의 역사와 문화가 흐르고 미래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이 있다. 개중에는 분명히 후세까지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지식과 축적된 문화와 경험이 있는 것이다. 나아가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재탄생시킬 수 있는 지역의 미래 문화자산으로서 가치 또한 내포돼 있다. 이제 지역에는 얼마 남지 않은 헌책방들이 있다. 헌책방을 활성화하고자 크고 작은 활동이 이어지는 다른 지역처럼 우리 지역에서도 소멸해가는 지식,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한 밀집도가 낮다는 이유로 무관심으로 일관하기에는 그 가치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오늘날 헌책방은 주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대를 이으려고 하지 않는 후손들과 먼 훗날 후손에게 남겨 줄 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안다면, 신간을 살리고자 하는 관심 일부라도 떼어 낼 수 있다. 중요한 건 헌책에 대한 관심이고 헌책방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일 것이다.


■ 서울시, 전주시 등 헌책방 미래유산 지정
과거에는 책이 아니면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정보의 대부분을 습득한다. 정보와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갈수록 늘면서, 신간을 파는 중소서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형서점마저 수익이 악화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때 묻은 책을 다루는 동네 헌책방은 오죽할까. 그나마 책을 구매하는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대형 중고서점까지 잇따라 들어서면서 헌책방의 숫자는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헌책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지역에서 명맥을 잇는 책방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오히려 행운이라 할 정도다. 사라지는 곳 책방들 사이에서 버티는 참으로 흔치 않은 책방들인 것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책방지기라는 삶을 이어가는 헌책방의 현실과 운영 어려움 등을 들여다보고 문화의 보고이자 과거와 미래의 가치를 담고 있는 헌책방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살릴 수 있는 대안 등이 필요한 시대다.

최근 사료적 가치와 역사 문화적 자료를 간직한 헌책방들이 잇따라 문을 연 대형 중고서점과 인터넷서점의 영향으로 여느 헌책방과 마찬가지로 모두들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헌책방은 매물로 나오는 등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를 품은 헌책방이 위기에 처하자 관할 지자체가 옛 명성을 되찾고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쇠퇴한 헌책방은 골목 환경을 개선하고, 헌책방 골목축제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등 헌책방 살리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대규모 상권이 발달한 서울에도 헌책방이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학이 밀집된 신촌 일대와 벼룩시장이 펼쳐지는 동묘 등에서 헌책방의 모습을 간간이 찾아볼 수 있다. 부산의 명소 보수동 만은 못해도 청계천변의 동대문과 평화시장 일대에도 헌책방 거리가 있다. 사실 ‘헌책방 거리’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임에도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로 이제 헌책방은 힘겨운 살림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헌책을 사고파는 공간을 정기적으로 마련해 화려한 도심 속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헌책방을 살리고, 헌책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오랜 역사를 품은 헌책방은 서울시와 전주시 등의 경우 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문화유산으로서 헌책방의 의미를 되새기고 보존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헌책방과 한 발짝 벗어나 있을 것 같은 젊은 세대도 헌책방 지킴이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들이 젊은 감각을 반영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헌책방 주인들과 함께 자생의 움직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 헌책방, 묵은 베스트셀러가 모여 있는 곳
출판대국인 일본은 전 지역에 걸쳐 헌책방이 산재해 있다고 한다. 도쿄와 옛 수도인 교토는 물론 오사카, 고베, 후쿠오카 등 도심 속 중심상권에서도 쉽사리 밀리지 않고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쿄의 간다 진보초에는 유서 깊은 헌책방들이 한데 모여 세계 최대 규모의 고서점가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고 한다. 진보초에 밀집된 헌책방들은 100여년이 넘는 세월을 흔들림 없이 관통했다는 것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더께만큼 헌책의 가치 또한 무게감을 더했고, 헌책방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고 한다. 언제 스러질지 모를 불안한 미래를 안고 버티는 날들이 많은 우리나라의 헌책방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헌책이 하나의 문화·관광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헌책방이 활성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한 가지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점 환경과 문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이유 가운데 그래도 주된 요인 한 가지를 꼽는다면, 헌책방 주인들의 자구 노력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헌책방 주인들이 주축이 돼 축제를 기획하고, 인터넷 판매를 도모하는 등 상생과 경쟁을 통해 키운 자생력으로 헌책 문화를 길러내는 것이다. 지역문화의 마지막 버팀목인 헌책방의 필요성과 가치적 중요성을 살펴보기 위해 전국과 일본의 유명 헌책방골목과 거리 등을 찾아 헌책방을 살릴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헌책방은 책뿐만 아니라 문화도 함께 나누는 문화 공간이 되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온라인과 대형서점만 이용하지, 헌책방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지만 말이다. ‘헌책방은 묵은 베스트셀러가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헌책방은 헌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미래를 창조하는 보물창고 이기도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59.9%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셈이다. 역대 최저치 기록이기도 하다. 평소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가 32.2%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휴대전화 이용,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가 19.6%, 다른 여가 활동으로 시간이 없어서(15.7%)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역에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헌책방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남아 있다. 헌책방을 활성화하고자 크고 작은 활동이 이어지는 다른 지역처럼 충남과 홍성지역에서도 소멸해가는 지식,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다. 종이책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소중하고 귀한 자산이 된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자료들이 모이는 곳이 결국 헌책방이란 사실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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