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지으며 밥차에 건강한 먹거리 보내자는 꿈을 이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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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지으며 밥차에 건강한 먹거리 보내자는 꿈을 이뤘어요”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1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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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으로 귀농한 류승아 씨
선경C가 만난사람-30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 친환경 마수세미 보급할 것
전국에서 투쟁하는 이들에게 한끼 식사로 연대해


언젠가부터 홍성세월호촛불집회나 환경문제 관련 모임들이 있을 때면 자주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언제나 진지한 표정으로 성실하게 참여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다웠고, 그런 그녀의 삶이 궁금했다.

류승아(45·홍동면) 씨는 2017년 4월, 자연 속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루고자 홍동면으로 귀농했다.

“어렸을 때부터 마음속에 환경문제가 항상 자리했어요. 막연히 시골에서 살고 싶단 생각을 하며 자랐죠. 첫 아이가 6학년이 되면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는데 자꾸 부모와 갈등을 빚고 거칠어지는 걸 보면서 농촌에서의 삶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대기업에 근무하는 남편과는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 아이들과 저는 시골에서, 남편은 도시에서 근무하는 걸로 타협을 했어요. 가족이 떨어져 살더라도 귀농을 더는 늦출 수 없어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답니다.”

왜 하필 홍동에 내려왔을까. 승아 씨는 영덕에서 열린 탈핵 집회 때 홍동의 녹색당 당원들을 만났다. 어린아이부터 팔순이 넘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연대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단다. 그래서 유기농업과 축산으로 순환농업을 하면서 지역과 학교가 함께 만드는 마을을 모토로 하는 홍동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여주인공보다 더 멋지게 시골살이를 해내고 있는 승아 씨의 SNS엔 좌충우돌 농촌 생활에 적응해가는 인간다운 일상과 사회적 문제로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고루 드러난다. 승아 씨만의 시골살이 재미는 무엇일까.

“장 보러 갈 필요가 없다는 게 제일 좋아요. 밭에 나가서 한 바퀴 돌다 오면 바구니 가득 먹거리 재료가 가득하죠. 필요한 농산물은 이웃들과 바꿔 먹거나 나눠 먹어요. 덕분에 비닐봉투가 집안에 쌓이지 않아서 너무 좋아요. 지역화폐 ‘잎’을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쏠쏠한 재미랍니다.”

승아 씨는 요즘 이웃들의 잉여 농산물을 얻어다 반찬을 만들어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에 보내느라 정신이 없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은 정당한 권리 찾기를 위해 투쟁하는 현장으로 출동해 컵라면과 차가운 김밥 대신 따뜻한 밥 한끼 식사로 연대하는 조직이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과의 인연은 삼성본사 앞 삼성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의 장기농성 때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틈틈이 지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2012년 대선 결과는 심각한 부정선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 내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기계 조작이라면 뒤집을 수도 있겠다 싶어 돌도 안 된 둘째를 안고서 광화문 집회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세상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용인시 지곡동에 살던 승아 씨는 초등학교에서 불과 200m 거리에 환경 유해 논란이 되는 콘크리트혼화제 연구소가 들어온다고 해서 주민들과 함께 이를 저지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사업자 측이 승소하면서 공사가 가능해졌다는 소식에 화가 난다고도 털어놨다.

요즘엔 강남역 앞 CCTV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삼성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하다 쫓겨난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중이다.

“군데군데 농성하는 곳이 많아요. 그중에 한 곳이라도 마음이 가는 곳이 있으면 연대하는 편입니다. 파인텍 노동자들의 목동 굴뚝 농성, KEC 경북 구미 공장에서 벌어진 10년 노조 탄압에 맞선 노동자들의 농성,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운동 등이 지금까지 연대한 곳들이에요.”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밥차에 건강한 먹거리를 보내는 게 꿈이었다는 승아 씨는 그 꿈을 이룬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 승아 씨는 세제가 필요 없는 마수세미를 떠서 널리 보급하는 게 새로운 꿈이란다. 그래서 최근엔 직접 대마 농사를 짓기 시작했으며, 삼베와 길쌈까지 관심이 넓어져 광시면 신흥리 길쌈마을에 가서 전 과정을 배웠다고 한다. 소수의 인원이 모인 작은 공동체라도 수세미 뜨는 강좌를 개설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마수세미 보급 운동에 힘쓰는 한편 지속적으로 밥차와 연대하면서 환경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덧붙였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어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국민들이 알아야 해요. 아무리 비정규직이더라도 사람 대우를 해야 한다는 것, 제발 일하는 사람에 대한 개념이 바뀌기를 바라는 거지요.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거 알아요.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바꾸어 나가야지요.”

여유 있는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는 승아 씨는 평범하게 애 키우면서 살 수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나누는 활동을 통해 이렇게 사는 것도 ‘잘 사는 것’처럼 느껴져 하루하루가 무척 행복하다고 밝혔다.

“평범했던 사람이 지금은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제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뿌린 씨앗을 거두는 듯한 그 느낌 말입니다.”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서로의 몸과 마음을 돌보며 사람의 정성을 잇는 일이라 믿는다는 승아 씨의 환한 미소가 언제까지나 시대의 아픔이 있는 곳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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