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김대중 씨는 새 인생 5년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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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김대중 씨는 새 인생 5년째입니다”
  • 윤신영 기자
  • 승인 2019.1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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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무렵부터 노숙인 생활, 알코올 의존증은 금주한 지 3년여
5년전 자활센터와 인연이 닿게 되면서 새 사람으로 거듭나
홍성주거복지센터에서 김대중 씨가 자신의 달라진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홍성주거복지센터에서 김대중 씨가 자신의 달라진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금도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말이다. 일반인들에게 보통 ‘알코올 중독’으로 알려져 있는 이 증세는 우리나라에서 병으로 인식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술에 취했다’, ‘고주망태’와 같은 표현은 있어도 알코올 의존증을 표현하는 말이 없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알코올 의존증이면서 노숙자였던 김대중 씨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충남홍성지역자활센터에서 저소득층의 실업·빈곤 문제 해결에 대한 사례를 취재할 때다.

지난달 20일 홍성주거복지센터에서 김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전라도 여수에서 바다로 한참 들어가면 낭도라는 섬이 있는데 그곳이 고향”이라며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젊어 보인다고 말을 건네자 60세라고 말하며 금주한 지는 3년이 넘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려서 섬으로 팔려갔는데 26살 때 우연히 탈출하기 전까지는 노예같은 삶을 살았다. 어렵게 탈출했지만 정규교육도 받지 못하고 재산도 없었던 김 씨는 자연스레 노숙하게 됐다.

20여 년 전부터 그는 여기저기 떠돌다가 홍성에 우연히 왔다. 그후로도 노숙인으로 살다 5년 전 군청 공무원의 도움으로 자활센터에 오게 됐다. 한 공무원의 노력으로 시작하게 된 자활센터생활로 김 씨는 운전면허도 취득하고 알코올 의존증 자조 모임도 나가게 됐다.

섬에 팔려갔을 때부터 마셨던 술을 어떻게 끊게 됐냐는 물음에 그는 “알콜 모임에서 술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알려줬습니다”라며, “나쁘다는 것을 알았으니 끊어야지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홍성군 알코올 의존증 자조 모임 ‘알리바바’와 인연을 맺었고 김 씨 개인적으로 ‘AA’라는 전국적인 알코올 의존증 자조 모임에도 참여했다.

이때 김 씨는 자활근로사업단에 일원으로 ‘일사천리생활복지기동반’이라는 지역 내 저소득층 가정을 방문해서 손수 수리하는 등의 봉사도 했다. 김 씨는 이 활동에 대해 “내가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좋았다”고 말했다. 바리스타·돈가스 만들기 등 사업 내 모든 활동이 좋았다는 김 씨를 보고, 주거복지센터 한 직원은 “새벽 일찍 나와 낙엽 쓸고 일손 필요하면 센스 있게 제일 먼저 나선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라며 김 씨를 추켜세웠다.

김 씨는 첫 직장에 자활센터에 있던 사람들이 있어 쉽게 적응하는 듯 했다. 그런데 60년 만에 처음 직장을 얻은 탓인지 점차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규칙적인 삶이 구속처럼 여겨졌단다.

“1주일째에 고비가 와서 불편함에 상사에게 돌아간다고 이야기했는데 주변에서 조금만 참아보라고 말렸어요.”

김 씨는 “그때 한 달 동안 서너 번 고비가 왔는데 주변 분들과 자조모임 도움으로 힘들게 버텼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버텨서 김 씨는 첫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게 이런 좋은 일이 있구나’하는 생각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힘으로 월급을 받자 김 씨에게는 꿈이 생겼다.

김 씨는 “조금이라도 몸이 성할 때 부지런히 돈을 벌어서 거처할 집을 구하는 것이 꿈이에요”라고 말하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활센터에 나갈 때는 제 차로 저보다 더 힘든 사람을 데려다줍니다”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단 5년 만에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노숙인이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이는 한편의 드라마요 기적이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더 빠른 계기가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기자에게 오히려 김 씨는 지금도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알콜 의존증에 도움을 얻고 싶거나 자세한 문의가 필요한 경우 복지정책과(630-1507)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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