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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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27
  • 한지윤
  • 승인 2020.0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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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의 청소년 역사교육소설

온조왕은 사자의 말을 듣고 너무도 부끄러워서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였다.
왕은 당장 웅천의 요새를 헐어 버리라고 명령하였다. 을음은 내키지 않는 일이었으나 꾹 참고 모처럼 축조한 성새를 헐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한다? 지금 마한의 형편은 말할 것도 못된다. 백제가 먹지 않으면 신라에서 먹힐 것이 불을 보 듯 뻔하다. 신라가 마한을 먹는 날이면 백제는 독안에 갇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을음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안달하였으나 좀 더 기회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기회는 뜻밖에도 일찍 왔다. 웅천 요새를 헐어버린 지 반년도 못되는 그 이듬해 2월 왕성의 우물이 갑자기 사납게 솟아 넘쳤으며 하루 한 시 한산의 어떤 집에서 말이 새끼를 낳았는데 몸뚱이는 둘이고 머리는 하나인 황소를 낳았다.

“괴이한 일이로다.”
온조왕은 새 도읍지에서 이런 괴상한 일들이 연속 일어나니 더욱 께름직하였다.
“일관을 불러 점이라도 쳐보는 게 좋을 줄 아오.”
을음이 이렇게 말하자 온조왕은 곧 일관을 불러들여 길흉을 물었다.
“우물이 사납게 넘치는 것은 백제가 융성할 징조이며, 말이 소를 낳은 것은 마한이 망할 징조이고 소가 일두쌍신인 것은 이웃 나라가 대왕에게 들어올 조짐인가 하오.”
일관의 말은 청산유수와도 같았다.
일관의 말을 들은 온조왕은 기쁨을 금할 수 없었다. 일관이 물러가자 온조왕은 을음의 손목을 꼭 잡고 말했다.
“전차에 웅천책을 헐어버리게 한 것은 과인의 실책인 듯하오. 이제 일관의 말을 듣고 보니 나라의 흥망성쇠는 실로 하늘의 수에 달린 것이니 과인이 이제 무엇을 주저하리오.”
“옳은 말씀입니다. 지금 마한왕은 주색에 빠져 나라 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백제가 먹지 않으면 신라에게 먹힐 것이 불을 보 듯 뻔합니다.”
“순망치한이라 했거늘 선손을 쓰도록 하오!”
이리하여 온조왕은 마한을 쳐 없애기로 작정하고 을음에게 은밀히 준비하도록 하였다.
그 이듬해 10월이었다. 온조왕은 남쪽 변경에서 큰 사냥을 벌인다고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알게 선포하고 마한 왕실에도 미리 기별하였다.

실로 굉장한 사냥이었다. 왕을 선두로 문무백관들과 전신 무장한 무사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리고 다른 한 길로는 을음이 인솔한 날랜 군사들이 은밀히 떠났다.
이 때 마한왕은 큰 잔치를 베풀고 질탕하게 놀아 대고 있었다. 백제가 군사를 움직인다는 보고가 수차 들어왔으나 그는 사냥을 나온 것이라고만 믿고 여전히 놀아 대고 있었다.
백제 군사들은 밤이 되기를 기다려 마한의 도읍을 불시에 들이쳤다. 술에 만취해서 곤드라졌던 마한왕은 간신히 도망치고 마한의 도읍지는 금새 점령당했다.
온조왕은 승세를 타서 그 길로 군사들을 몇 길로 나누어 마한의 주요한 성들을 차례로 함락시켰다. 다만 원산성과 금현성은 굳게 지키고 있어 좀처럼 ???어지지 않았지만 이듬해 4월 두 성도 항복하여 마한은 드디어 멸망하고 그 땅은 백제의 강토로 되었다.
이리하여 백제는 점차 그 강토로 되었다.
이리하여 백제는 점차 그 강토를 서해, 남해기슭으로 밀고 나가 고구려, 신라와 함께 해동의 강대한 나라로 발전하게 되었다.

백제 제7대 임금인 고이왕 때에 지달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원래 왕족이었으나 아비가 역모의 협의를 받아 서인이 된 집안에 태어났다.
아비는 역모로 인한 혹독한 형벌로 반신불수가 되어 버렸으나 지달은 날 때부터 그 재질이 총명하고, 용모가 빼어나 왕족의 피를 물려 받은 흔적이 그 누가 보아도 확연했다.
그러나 이미 서인으로 내려진 후라 어쩔 수 없이 지달 일가는 고구려와 접경 근처의 한적한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의 어머니는 예전 왕족시대의 규모를 그대로 지니고 있어 살림살이도 조촐했거니와, 외아들인 지달에게는 면무식을 시켜주기 위해 글도 가르치고, 무예도 가르쳐 주었다.
지달의 나이 열 일곱이 되자, 그 당시 일반 백성에게 의무적으로 돌아오는 징집영장이 나온 것이다. 그 때 지달은 그 마을에 사는 노화라는 아리따운 처녀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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