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이기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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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이기는 봄
  • 이상근 전 홍성군의회 의장
  • 승인 2020.04.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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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봄이 왔다. 기지개를 켜는 앞집 진돗개의 길이가 두어 뼘은 더 자란 듯 하고 길거리의 젊은이들 옷매무새가 화사하고 밝아졌다. 냇가를 둘러싼 개나리가 노란 속살을 내비치고 나지막한 산비탈 양지쪽으로 진달래의 수줍은 볼도 부끄럽게 내보인다. 50년 이상의 삶 속에 봄의 모양은 항상 같았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도 곧 사라질 것을 알기에 불평불만 보다는 내일에 대한 기대를 통한 여유로 이겨냈다. 못 만나던 그리운 친구의 소식이 뜬금없이 궁금하기도 하고, 큰 집 뒷산의 모습이 뭉클하게 그리울 때도 봄이다.

2020년의 봄은 지난 수 십 년간의 봄과는 많이 다르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똑같은 모습인데 우리의 정서적 사고는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리운 친구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것 보다 코로나19의 통계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아침의 뉴스가 더 기다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마스크착용보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두려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다. 총선이 코앞인 상황인데 누구하나 선거와 관련된 사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직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집어 삼켜버린 상황에 순응하고 있는 것 같다.

대구와 경북의 엄청난 상황을 보면서 내 지역과 내 가족 그리고 내 주위 사람만은 성경에 나오는 유월절 어린양의 피를 바른 문설주의 축복으로 피해가기만을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 바람은 요원에 불과했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대한 경고처럼 홍성에도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확진환자 발생소식 직후 홍성 지역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확진환자와 관련 된 추측성 루머와 가짜뉴스는 지역사회의 대혼란을 초래했고, 그 결과 불신이 넘쳐나는 순간적 모습에 모두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루머와 가짜뉴스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평온한 상태로 돌아온 듯 하지만 그로인한 상처를 받은 많은 군민들은 지금도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다. 손님이 끊긴 식당에서부터 전혀 관련이 없었으면서도 당사자처럼 오해받은 평범한 소시민에 이르기까지 지난 며칠 동안 겪은 공포의 시간은 평생 잊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전화벨 소리만으로도 깜짝깜짝 놀라는가하면 누군가 만나는 것을 꺼려지기도 한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리 스스로 지나 한 달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개인주의적 사고가 고통을 당한 확진환자와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안았을까 돌아봐야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확진환자 증가 속도가 현저히 낮아지고 치료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는 사람이 신규확진자의 두 배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위축됐던 경제활동도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계절의 봄 보다 조금 늦게 우리 삶의 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마음의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동안 고생한 의료진과 관계당국, 그리고 모든 국민의 노고에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갖고 나와 내 주변 지인들과 지역사회의 무탈 에도 감사한 마음이 필요하다. 또한 그동안 질병과 힘들게 싸우고 있는 확진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상처 주는 말보다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된 생활패턴 중 일부는 교훈으로 삼고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 그리고 타인을 위한 마스크 착용 등은 우리가 그동안 소홀히 여겼지만 이제부터라도 지켜야할 수칙으로 삼아야한다.

새롭게 맞이한 이 봄이 그동안 매년 맞이하던 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하고 밥을 먹고 일상을 함께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한다. 웅크리는 봄이 아닌 활짝 펼친 봄을 맞이해야 한다.

아직은 위기의 끈을 놓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웅크리지는 말자는 이야기다. 양지 녘의 냉이와 달래를 편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봄이 되길 소망한다.



이상근<전 홍성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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