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차게 영그는 ‘자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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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차게 영그는 ‘자활’의 꿈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3.2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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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농아인협회홍성군지부 회원들이 일구는 딸기밭 이야기


장애라는 이름으로 남모를 차별을 받아왔던 사람들이 딸기하우스를 운영하기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자활을 꿈꾸고 있다.

충남농아인협회홍성군지부(지부장 김기현) 회원들은 요즘 금마면 송강리에 위치한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느라 분주하다. 80미터 규모 하우스 6동에는 빨갛게 익어가는 딸기향이 가득하고, 회원들은 딸기가 조금이라도 상할까봐 정성스럽게 딸기 수확을 하고 있다. 일감이 많고 적음에 따라 일하는 인원은 조금씩 달라지곤 하는데 적게는 5명에서 15명까지 일손이 투입된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딸기농사를 처음 접한 것은 4년 전이다. 홍성군청 주민복지과의 도움으로 딸기하우스를 임대해서 딸기 농사를 짓게 되었는데 첫 해는 처음 시작하다보니 기술이 서툴러서인지 소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회원들은 함께 농사짓고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에 만족감을 갖고 딸기 농사를 계속 해오고 있다.

현재 회원들은 하루에 2kg 기준으로 80박스 정도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이렇게 수확된 딸기는 서울에 있는 중앙청과로 넘겨지고 농사일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은 서로 소득을 나누며 일부는 농아인협회를 위해 적립해 나가고 있다.
김기현(46) 지부장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회원들의 의지가 있었기에 지금은 일정한 양의 딸기를 수확해 소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딸기농사 이외에도 올해에는 고추재배에도 도전해, 매년 재배작물을 하나 둘씩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범사례로 전국각지에 소개되기도
딸기하우스는 4년 전, 군의 장애인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금마면 구룡리에 들어섰다가 규모를 넓혀 상하리에서 현재의 자리인 금마면 송강리로 옮겨졌다. 지금은 1800여평의 부지에 6동의 하우스에서 10여명의 농아인들이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김기현 지부장은 “타 지역의 농아인들은 홍성의 사례를 보면서 일자리 창출과 기술습득에 대한 희망을 얻고 있다”며, “홍성군은 농업기술센터와 군청의 도움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왔지만, 타 지역은 주변의 도움이 전혀 없어 자립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 지부장은 “의사소통에서 원활하지 못한 장애인들이 일반인들과 똑같은 속도로 기술을 배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자립의지는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고추농사도 아직은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걱정이지만, 반드시 성공해 올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회원들의 또 다른 수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타 지역의 농아인들도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으로 충남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아인협회 양현미(34. 광천읍) 회원은 “딸기농사로 인해 일자리를 갖기 어려운 농아인들이 소득을 올려 가정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지금은 협회에서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나이가 들면 자립해 나만의 딸기밭을 가꾸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편, 군청 주민복지과 김선홍 계장은 “농아인협회의 딸기 재배는 생산적 복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회원들이 스스로 자활의지를 가질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복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정책을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딸기수확이 막바지에 이르는 4월에 이르면 딸기하우스에서는 관내 가족들을 대상으로 체험농장을 운영한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딸기 하우스에서 직접 딸기를 따서 집으로 가져가거나 딸기잼을 만드는 프로그램 등으로 진행되며, 체험비는 성인 1인 1만원, 7세 이하 아동은 1인 8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설향 품종의 맛 좋은 딸기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올해 딸기체험농장의 첫 손님으로 오는 26일에는 서울시 농아인협회 회원 40여명의 송강리 딸기하우스 방문이 예약돼 있다.

김기현 지부장은 “딸기농장의 성공으로 우리 농아인협회 회원들이 느끼는 성취감은 일반인들보다 두 세배 더 노력해야 하는 조건이었기에 더욱 값진 것 같다”며, “장애인들의 자활이 장애인복지의 근간이자 화두인 만큼 모범사례로 지속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 이번 취재는 충남농아인협회홍성군지부 이아름(27) 수화통역사의 도움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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