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에서 2차세계대전이 끝난 다음해인 1946년부터 베이비붐이 시작돼 20여년간 지속됐다. 이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출산율이 갑자기 상승해 20여년간 지속된 경우는 없었다. 왜 2차세계대전 후에 전세계 모든 국가의 출산율이 상승하였는가?
인구증가를 가로 막는 요인은 식량부족, 전쟁, 질병, 맹수, 자연재해 등이다. 1946년부터 베이비붐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 때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46년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해이다. 따라서 전쟁이 끝난 것을 베이비붐의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1차세계대전 후에는 베이비붐이 없었다. 병사가 귀환하고 심각한 경제 위기로부터 탈출하여 1~2년 동안 출산율이 조금 상승했을 뿐이다. 다른 어떤 전쟁 후에도 출산율이 상승했다는 기록은 없다. 따라서 전쟁 종료를 베이비붐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 2차세계대전이 종료돼 식량 사정은 나아졌으나 식량의 증가를 베이비붐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국가는 식량 사정에 큰 변화가 없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전쟁 중에도 식량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베이비붐의 원인은 무엇인가? 1946년 이전에 천연두, 결핵, 콜레라, 디프테리아, 광견병, 파상풍 등의 백신이 개발되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접종이 일부에 국한돼 실시되다가 전쟁이 종료됨에 따라 범 국가적으로 실시된다. 백신 접종에 따라 성인 뿐만 아니라 영유아 사망률은 감소하고 생존하는 영유아는 증가한다. 이 당시 아이 출생 1년 후에 출생신고를 했는데, 생존하는 영유아가 증가해 출생신고한 아이의 수가 증가한 것이다. 영유아가 폐렴에 의해 죽는 경우도 많았는데 1942년에 개발된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도 큰 기여를 한다. 인간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결핵 치료제가 1948년에 개발된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 1952년에는 소아마비 백신, 1963년에는 홍역 백신이 개발돼 베이비붐이 1946년부터 1969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난 것이다.
베이비붐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럽국가 중에서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국가들은 출산율 상승 폭이 작고 기간도 짧다. 2차세계대전 중에도 경제가 나쁘지 않았고, 전쟁 중에도 이미 백신 접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2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대규모로 참전하여 병사들의 귀환 효과가 컸으며 백신 접종에 의해 영유아 사망률이 감소해 출산율이 오랜 기간에 걸쳐 큰 폭으로 상승한다.
독일과 영국, 오스트리아 등의 참전국은 많은 병사들이 귀환하고 경제가 회복되며 백신을 접종함에 따라 오랜 기간에 걸쳐 출산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전쟁 중에 미리 백신을 접종하고 경제 사정도 좋았던 나라는 출산율의 상승폭이 작았으며, 전쟁에 참가하여 경제 사정이 나쁘고 백신 접종을 못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참가한 국가는 장기간에 걸쳐 큰 폭으로 출산율이 상승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으로 가난한 나라가 더욱 가난해졌으며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다. 세계 최빈국으로 영양 상태는 나쁘고 전염병은 창궐하여 영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사람들은 자식농사를 ‘반타작하면 잘한 것이다’ ‘수도 없이 죽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원조한 것보다 더 많은 원조를 한국에 했다. 대부분의 백신과 항생제는 미국에서 개발됐는데, 미국이 이들 의약품을 지원해 1954년부터 백신을 접종했으며, 미국의 대규모 식량 지원으로 식량 사정이 좋아지자 영유아 사망율은 빠르게 감소했다. 1940년대 출생아 1000명당 500명 이상 사망하던 것이 1954년부터 빠르게 감소해 1955년에는 225명으로 감소했다. 그 결과 1955년부터 등록 출생아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이렇게 베이비붐은 시작됐다. 베이비붐은 출산율이 증가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영유아 사망자가 감소해 발생한 것이다. 그 후 1961년에는 소아마비 백신, 1965년에는 홍역 백신이 추가 돼 영유아 사망자는 1960년 114명에서 1970년에는 52명으로 감소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2차세계대전 후에 발생한 베이비붐은 의학의 발달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김민식 <두리저출산연구소장·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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